2023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산책/차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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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2 сен 2024
  • #시낭송 #신춘문예 #시해설
    산책/차수현
    환상적인 날씨입니다 혀 내밀고 내달리기에
    나는 줄을 당겨 바람을 가릅니다 간신히 기어 나오는 웃음
    좋은 날입니다
    죽어가는 사람 목줄 채우기에
    느껴봐 온통 살아 있는 것 투성이야
    냄새만 맡아도 꿈틀대는 흙, 돌, 풀, 눈 뜬 벌레, 죽은 자의 혀가 잘린 그림자, 산 사람의 입을 뗀 발자국 그곳에서 영靈을 찾는 발자국 발자국들
    천사 같은 아이들이 하나둘 따라붙어 나팔을 붑니다
    터져버릴 풍선 같은 주인 여잘 놓칠세라 나는 줄을 힘껏 당깁니다
    봄눈의 생사가 움찔대는 건 입춘이 지나서라지
    마지막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노파가 말합니다
    검은 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새 한 마리 보입니다
    검은 눈들이 나란히 나란히 그 중, 유일한 흰 눈 한 알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한 ㅁ ㅗ ㄱ을 그었거든요
    달리는 남자 위로, 만보 걷는 여자 위로, 쌩 지나가는 자전거 위로, 갑자기 우산을 펴는 여학생 위로 뚝 뚝
    서둘러 서둘러야 했어
    나는 더 이상 당겨지지 않는 바람을 가릅니다
    그처럼 깨끗하게 죽은 사람 처음 봤다지 어찌나 핥아줬는지 얼굴이 말갛더래 봄꽃 마냥
    주인 여자와 어깨를 부딪친 노파가 입을 뗍니다
    자,
    당신의 앞발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서둘러 두드리세요 그녀가 사는 옆집 대문을
    똑 똑 똑 산책할 시간입니다
    출처 : 경남도민신문(www.gndomin.com)

Комментарии • 8

  • @손경희-g5r
    @손경희-g5r Год назад +3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를 해설 해 주시네요~

  • @곽우천
    @곽우천 Год назад +1

    한글 표기 바른 내용을 책으로 만들면 너무 좋겠습니다 인덱스로 찾을 수 있도록요

    • @tv-xr3fz
      @tv-xr3fz  Год назад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그정도 실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하다 보면 책으로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날이 있겠지요.

  • @gaedongkim7322
    @gaedongkim7322 11 месяцев назад +1

    감상은 독자의 몫이라고들 하는데... 선생님의 해설은 어려운 시의 감상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혹시, 중간 부분으 "뚝뚝"은 뒤에 나오는 "서둘러 서둘러야"와 연관시켜 볼 때 피가 흐르는 모습을 표현하는 모습을 떠오르게한 것은 아닐지요...

    • @tv-xr3fz
      @tv-xr3fz  11 месяцев назад

      탁월한 관찰과 시선을 가지신 거 같습니다. 그렇게 보시는 편이 더 좋을 듯합니다.

  • @빗자루-d5w
    @빗자루-d5w Год назад +1

    어렵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해설은 이해가 글쎄요 알까말까 힘듭니다 감사합니다 쉽게 쓴 시인님도 있는데 너무 좋아요🤔😮‍💨

    • @tv-xr3fz
      @tv-xr3fz  Год назад +1

      시를 자꾸 접하다 보면 쉽게 느껴지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 한 줄 한 줄 익히다 보면 음식을 오래 씹는 것처럼 새로운 맛이 날 겁니다. 영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