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이 30인 여자사람입니다 ㅎㅎ 초등학생 때 유독 모험 이야기, 판타지 이야기를 좋아해서 제목에 끌려 로빈훗의 모험을 봤던 기억이 있네요. 저 역시도 신쌤처럼 이런 코드를 좋아해서 그런지, 어릴수록 그런 이야기에 끌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나니아연대기 이런 종류들을 많이 찾아 읽었어요. 그래서 딱히 여학생들에게는 오만과편견, 남학생들에겐 로빈훗의모험 이렇게 굳이 성별로 나누어 추천해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헤르만 헤세인데, 인생 최애 작품인 데미안을 소개해 주셔서 깊이 공감해요. 헤세의 작품 거의 대부분을 읽어 보았는데 싯타르타, 유리알유희, 수레바퀴아래서, 게르트루트, 황야의늑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크눌프 등도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헤세의 문장은 무엇보다 유려하고 아름답습니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예술과, 사상, 삶의 철학들이 유려한 은유와 직관적인 문장들로 수 놓아져 있고 깊이있는 그의 문장에 빠지게 되면 헤세의 아름다운 의식들이 독자의 사고와 교감하며 강줄기처럼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될겁니다. 데미안은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읽어보곤 합니다. 데미안은 성장소설로서의 청소년 추천 도서일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의 교감이 인생 전반에 다양하게 교감할 수 있는 삶의 철학이 녹아 있는 문학의 정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책읽는신쌤 " 이보게 친애하는 고빈다, 내가 찾은 사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지혜란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야. 지혜란 현자가 아무리 그것을 전하려고 해도 언제나 어리석은 소리로 들리기 마련이거든." "자네 농담하는건가?" 고빈다가 물었다. "농담이 아닐세. 내가 깨달은 사실을 말하는 거야. 지식은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다네. 지혜란 찾아낼 수 있고 체험할 수도 있으며, 그것을 따를 수도 있고, 그것으로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 그러나 말로 표현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네.~~ 바로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진리이다! 다시 말해 어떤 진리든 다만 일면적인 경우에만 말로 나타내고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일세. 사람들이 생각의 형태로 떠올리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일면적인 진리, 반쪽의 진리로서 전체성,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어. 세존 고타마께서도 이 세상에 대해 설법하실 때 세상을 윤회와 열반, 미망과 진리, 번뇌와 해탈로 나누지 않을 수 없었지.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고, 가르치려는 사람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어. 그러나 이 세계 자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우리의 내면에도 현존하는 이것은 결코 일면적이지 않지. 한 인간 또는 하나의 행위는 결코 전적으로 윤회이거나 전적으로 열반일 수 없고, 어떤 인간이든지 완전히 신성하거나 완전히 불경할 수 없다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이 실재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야. 시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네, 고빈다. 나는 그 사실을 몇 번이나 거듭 체험했어. 그리고 시간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영원사이, 번뇌와 지복 사이, 악과 선 사이에 놓여 있는 듯 보이는 간격도 착각이라고 할 수 있지." "어째서 그렇지?" 고빈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잘 들어보게, 친구여, 주의깊게 들어봐! 나나 자네나 모두 죄인이라고 할 수 있네. 지금은 죄인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브라흐마(우주의 근본적 원리인 브라만이 인격화된 신)가 될테고, 언젠가는 열반에 이를 테고, 부처가 될 테지. 그런데 잘 들어보게. 이 '언젠가'라는 말은 착각이고, 단지 비유에 불과한 거야! 우리의 사고 능력으로는 어떻게 달리 상상할 길이 없지만, 그 죄인이라는 사람은 부처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거나, 어떤 발전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죄인의 내면에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깃들어 있다네. 그의 미래가 이미 그 사람 속에 깃들어 있지. 그러므로 자네는 그 사람의 내면에서, 자네의 내면에서, 모든 중생의 내면에서 형성되고 있는 부처, 가능의 형태로 존재하는 부처, 숨어 있는 부처에 대해 존경심을 가져야 하네. 친구 고빈다여,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고, 완성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도 아닐세. 그럼, 이 세계는 매 순간 완전하며, 모든 죄는 이미 그 속에 은총을 품고 있고, 모든 어린아이는 이미 그들 안에 노인을 품고 있고, 모든 젖먹이는 이미 그들 안에 죽음을 품고 있고, 모든 죽어가는 사람들은 이미 그들안에 영원한 생명을 품고 있다네. 누구도 다른 이가 자신의 행로에서 얼마나 나아갔는지를 알 수 없어. 도둑이나 노름꾼의 내면에도 부처가 있고, 브라만의 내면에도 도둑이 있는 셈이지. 깊은 명상 속에서는 시간을 지양할 수 있고, 이미 존재했고 지금 존채하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생명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그러면 모든 것이 선하고 모든 것이 완전하며 모든 것이 브라만임을 알 수 있다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선하게 보이고, 죽음도 삶과 같은 것으로, 죄악도 신성한 것으로, 지혜도 어리석음과 같은 것으로 보여. 모든 것이 그럴 수 밖에 없지. 모든 것은 다만 나의 동의, 나의 승락, 나의 다정한 인정만을 필요로 할 뿐이야. 그러니 이는 내게 결코 해를 가할 수 없어. 반항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내가 소망하고 상상하는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기꺼이 그 일원이 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내가 죄악을 저지르고 관능의 쾌락과 물욕과 허영심에 빠지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육신의 경험과 영혼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네 - 오, 고빈다, 이것이 내 마음속에 떠오른 몇 가지 생각일세." 싯다르타는 몸을 굽혀 땅바닥에 돌멩이 하나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여기 있는 이것 말일세." 그는 돌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것은 하나의 돌멩이고, 이 돌멩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흙이 될 것이며, 그 흙에서는 식물이 돋아나거나 짐승 또는 인간이 생겨날 거야. 예전같았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테지. '이 돌멩이는 그저 하나의 돌멩이에 불과한, 아무 가치 없고, 마야의 세계에 속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변화의 순환 속에서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정신이 될 수도 있기에, 나는 이 돌멩이도 중요하다고 본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식으로 생각했을 걸세.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네. 이 돌멩이는 하나의 돌멩이기도 하지만, 짐승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고,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이 돌멩이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이 돌멩이가 언젠가는 이런저런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것이 돌멩이라는 사실, 이것이 지금 그리고 오늘 내게 돌멩이로 보인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나는 이 돌멩이를 사랑하고, 이 돌멩이의 줄무늬와 움푹 파인 홈, 노란색, 회색, 단단함, 두드릴 때 나는 소리, 표면의 건조함이나 축축함, 그 모든 것에서 가치와 의의를 발견하게 된다네. 돌멩이중에는 기름이나 비누 같은 촉감을 지닌 돌멩이도 있고, 나뭇잎 같은 것도 있으며, 모래 같은 것도 있어. 하나하나 독특하고 각기 자기 방식으로 옴을 발하고 있으며, 하나하나가 브라만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동시에 돌멩이고, 기름 같기도 하고 비누 같기도 하기에,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고 경이로우며 숭배할 가치가 있어 보여.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네. 말이라는 것은 오히려 신비로운 의미를 퇴색시켜서, 말로 표현한다면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씩 왜곡도며 조금씩 어리석어지거든 - 그래, 하지만 그것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고 내 마음에 들기도 해. 어떤 사람에게는 항상 어리석은 소리로 들린다는 사실에도 나는 흔쾌히 동의한다네." 고빈다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무엇 때문에 내게 돌멩이 이야기를 들려준건가?" 잠시 후에 그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무슨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세. 아니 나는 이 돌멩이, 이 강물, 우리가 보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네. 나는 하나의 돌멩이를 사랑할 수 있네, 고빈다. 한 그루의 나무, 한 가닥의 나무껍질도 사랑할 수 있어. 이것들은 사물이고 우리는 사물을 사랑할 수 있지. 그러나 말은 사랑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게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가르침은 단단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고, 색깔도 없고 모서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맛도 없고, 그저 말에 불과하거든. 자네가 평화를 얻는 데 방해되는 것이 어쩌면 바로 이 가르침, 많은 말이 아닐까. 해탈이나 덕, 윤회나 열반이라는 것도 말에 불과하다네, 고빈다.열반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아. 다만 열반이라는 단어가 있을 뿐이지." 고빈다가 말했다. "친구여, 열반이란 그저 그저 한 마디 말에 불과한 것이 아니야. 열반은 하나의 사상이네." 싯다르타가 말을 이었다. "하나의 사상, 그럴지도 모르지.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자네에게 이렇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 나는 사상과 언어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네. 솔직히 말해 사상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 나는 사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지. 예를 들어 여기 있는 나룻배에는 나보다 앞서 뱃사공이었고 스승이자 성자였던 이가 있었다네. 그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단순히 강물만 믿으며 살아왔을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어.
저는 제게 재미있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편하게 이것저것 읽으시면 됩니다. 대학생이시고 겨울방학에 여유가 되신다면 토지를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1부 한 두 권만 읽어봐도 글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되실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 독서가 아직 좀 어색하시면 이번주에 제가 어른이 읽기도 충분히 훌륭한 청소년 문학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그런 책들로 시도해보셔도 좋구요^^
전 개인적으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좋아해요 조금밖엔 안 읽긴 했지만 제가 읽은 책들 번역이 되게 잘 되어 있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혹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인 라는 책 읽어보셨나요? 책이 지닌 의미도 진짜 좋고 너무 재밌어서 강추하는 책이에요 시간 되실때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댓글 남기고 갑니다
항상 유명하거나 SNS에서 이미 추천한 책들은 도서관에서 이미 누군가 대출해 간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고전의 경우에는 다른 출판사에서도 동일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조바심나서 빌리기 좀 꺼려지더라고요. 책 읽기 시작한 초보인데, 출판사별로 차이가 많이 나나요?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번역의 문제는 있기는 합니다. 확실히 번역이 잘 된 책이 더 잘 읽히고 좋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 번역가 분들이 대부분 번역을 잘 하시더라고요. 특히 유명한 고전의 경우에는 출판사 별로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영어권 소설이 아닌 경우에 특별히 유명한 분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저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습니다^^
6:39 조지오웰 동물농장
7:23 제인오스틴 오만과편견 민음사
8:15 하워드파일 로빈후드의 모험
9:19 아라비안나이트 현대지성
10:18 푸쉬킨 스페이드여왕 민음사
11:07 데미안 헤르만헤세 민음사
12:15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현대지성
쌤 감사해요 요새 고전읽기 관심잇어서 찾아보다 쌤을 만낫네요
나이는 많지만 독서수준은 어려서요 추천감사해요 ㅎ
와, 정리 감사드려요^^ 읽는데 나이가 어디 있겠어요. 책에 관심을 가지신다는 것 자체로 즐거운 일이지요.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
참좋은 컨텐츠입니다.
신쌤 추천으로 동물농장도 읽었습니다.
전 마음조리면서 몰입해서 읽었네요. 끝까지 내용이 충격적이었고, 인간의 모습을 보는거 같아 놀랐습니다. 다음은 러시아문학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항상 진심을 다해 책을 읽으시는 모습이 멋지고 감동적이예요. 조젤님을 뵈면서 유튜브를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목소리도 너무 좋으시고 귀에 쏙쏙 박히게 말씀 해주셔서 진짜 좋네요 구독하고 갑니다🫶🏻
용기를 주시는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데미안 저두 50대가 돼서 다시 읽었는데 몇번을 다시 읽어도 될것같은 책이더라구요.
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죠. 고전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속 읽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신쌤~ 아침에 출근길에 영상 보고 변신 이야기 대출해서 왔는데.. 한번 읽어 볼게용~^^
앗, 저는 어제 주문한 변신이야기를 오늘 받았어요ㅎㅎㅎ
지금 나이 30인 여자사람입니다 ㅎㅎ 초등학생 때 유독 모험 이야기, 판타지 이야기를 좋아해서 제목에 끌려 로빈훗의 모험을 봤던 기억이 있네요. 저 역시도 신쌤처럼 이런 코드를 좋아해서 그런지, 어릴수록 그런 이야기에 끌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나니아연대기 이런 종류들을 많이 찾아 읽었어요. 그래서 딱히 여학생들에게는 오만과편견, 남학생들에겐 로빈훗의모험 이렇게 굳이 성별로 나누어 추천해주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지만요^^
맞아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여성적, 남성적이라는 일반적 표현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드려요!!!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헤르만 헤세인데, 인생 최애 작품인 데미안을 소개해 주셔서 깊이 공감해요. 헤세의 작품 거의 대부분을 읽어 보았는데 싯타르타, 유리알유희, 수레바퀴아래서, 게르트루트, 황야의늑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크눌프 등도 너무나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헤세의 문장은 무엇보다 유려하고 아름답습니다. 그의 작품 대부분에는 예술과, 사상, 삶의 철학들이 유려한 은유와 직관적인 문장들로 수 놓아져 있고 깊이있는 그의 문장에 빠지게 되면 헤세의 아름다운 의식들이 독자의 사고와 교감하며 강줄기처럼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될겁니다. 데미안은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읽어보곤 합니다. 데미안은 성장소설로서의 청소년 추천 도서일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의 교감이 인생 전반에 다양하게 교감할 수 있는 삶의 철학이 녹아 있는 문학의 정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헤르만 헤세에 대한 말씀 정말 공감하면서 감사히 읽었어요. 저도 최근에 싯다르타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읽으면서 너무 좋았거든요. 말씀해주신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책읽는신쌤 " 이보게 친애하는 고빈다, 내가 찾은 사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지혜란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야. 지혜란 현자가 아무리 그것을 전하려고 해도 언제나 어리석은 소리로 들리기 마련이거든."
"자네 농담하는건가?" 고빈다가 물었다.
"농담이 아닐세. 내가 깨달은 사실을 말하는 거야. 지식은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다네. 지혜란 찾아낼 수 있고 체험할 수도 있으며, 그것을 따를 수도 있고, 그것으로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 그러나 말로 표현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는 법이네.~~
바로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진리이다! 다시 말해 어떤 진리든 다만 일면적인 경우에만 말로 나타내고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일세. 사람들이 생각의 형태로 떠올리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일면적인 진리, 반쪽의 진리로서 전체성,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어. 세존 고타마께서도 이 세상에 대해 설법하실 때 세상을 윤회와 열반, 미망과 진리, 번뇌와 해탈로 나누지 않을 수 없었지.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고, 가르치려는 사람에게는 다른 방도가 없어. 그러나 이 세계 자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우리의 내면에도 현존하는 이것은 결코 일면적이지 않지. 한 인간 또는 하나의 행위는 결코 전적으로 윤회이거나 전적으로 열반일 수 없고, 어떤 인간이든지 완전히 신성하거나 완전히 불경할 수 없다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우리가 시간이 실재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야. 시간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네, 고빈다. 나는 그 사실을 몇 번이나 거듭 체험했어. 그리고 시간이 실재하지 않는다면, 세상과 영원사이, 번뇌와 지복 사이, 악과 선 사이에 놓여 있는 듯 보이는 간격도 착각이라고 할 수 있지."
"어째서 그렇지?" 고빈다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잘 들어보게, 친구여, 주의깊게 들어봐! 나나 자네나 모두 죄인이라고 할 수 있네. 지금은 죄인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브라흐마(우주의 근본적 원리인 브라만이 인격화된 신)가 될테고, 언젠가는 열반에 이를 테고, 부처가 될 테지. 그런데 잘 들어보게. 이 '언젠가'라는 말은 착각이고, 단지 비유에 불과한 거야! 우리의 사고 능력으로는 어떻게 달리 상상할 길이 없지만, 그 죄인이라는 사람은 부처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거나, 어떤 발전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니며, 그 죄인의 내면에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오늘, 이미 미래의 부처가 깃들어 있다네. 그의 미래가 이미 그 사람 속에 깃들어 있지. 그러므로 자네는 그 사람의 내면에서, 자네의 내면에서, 모든 중생의 내면에서 형성되고 있는 부처, 가능의 형태로 존재하는 부처, 숨어 있는 부처에 대해 존경심을 가져야 하네. 친구 고빈다여, 이 세계는 불완전한 것도 아니고, 완성을 향해 서서히 나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도 아닐세. 그럼, 이 세계는 매 순간 완전하며, 모든 죄는 이미 그 속에 은총을 품고 있고, 모든 어린아이는 이미 그들 안에 노인을 품고 있고, 모든 젖먹이는 이미 그들 안에 죽음을 품고 있고, 모든 죽어가는 사람들은 이미 그들안에 영원한 생명을 품고 있다네. 누구도 다른 이가 자신의 행로에서 얼마나 나아갔는지를 알 수 없어. 도둑이나 노름꾼의 내면에도 부처가 있고, 브라만의 내면에도 도둑이 있는 셈이지. 깊은 명상 속에서는 시간을 지양할 수 있고, 이미 존재했고 지금 존채하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생명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으며, 그러면 모든 것이 선하고 모든 것이 완전하며 모든 것이 브라만임을 알 수 있다네. 그렇기 때문에 내게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선하게 보이고, 죽음도 삶과 같은 것으로, 죄악도 신성한 것으로, 지혜도 어리석음과 같은 것으로 보여. 모든 것이 그럴 수 밖에 없지. 모든 것은 다만 나의 동의, 나의 승락, 나의 다정한 인정만을 필요로 할 뿐이야. 그러니 이는 내게 결코 해를 가할 수 없어. 반항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내가 소망하고 상상하는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기꺼이 그 일원이 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내가 죄악을 저지르고 관능의 쾌락과 물욕과 허영심에 빠지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육신의 경험과 영혼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네 - 오, 고빈다, 이것이 내 마음속에 떠오른 몇 가지 생각일세."
싯다르타는 몸을 굽혀 땅바닥에 돌멩이 하나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았다.
"여기 있는 이것 말일세." 그는 돌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것은 하나의 돌멩이고, 이 돌멩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흙이 될 것이며, 그 흙에서는 식물이 돋아나거나 짐승 또는 인간이 생겨날 거야. 예전같았으면
나는 이렇게 말했을 테지. '이 돌멩이는 그저 하나의 돌멩이에 불과한, 아무 가치 없고, 마야의 세계에 속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변화의 순환 속에서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정신이 될 수도 있기에, 나는 이 돌멩이도 중요하다고 본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식으로 생각했을 걸세.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네. 이 돌멩이는 하나의 돌멩이기도 하지만, 짐승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고,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이 돌멩이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이 돌멩이가 언젠가는 이런저런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것이 돌멩이라는 사실, 이것이 지금 그리고 오늘 내게 돌멩이로 보인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나는 이 돌멩이를 사랑하고, 이 돌멩이의 줄무늬와 움푹 파인 홈, 노란색, 회색, 단단함, 두드릴 때 나는 소리, 표면의 건조함이나 축축함, 그 모든 것에서 가치와 의의를 발견하게 된다네. 돌멩이중에는 기름이나 비누 같은 촉감을 지닌 돌멩이도 있고, 나뭇잎 같은 것도 있으며, 모래 같은 것도 있어. 하나하나 독특하고 각기 자기 방식으로 옴을 발하고 있으며, 하나하나가 브라만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나 동시에 돌멩이고, 기름 같기도 하고 비누 같기도 하기에,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들고 경이로우며 숭배할 가치가 있어 보여.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네. 말이라는 것은 오히려 신비로운 의미를 퇴색시켜서, 말로 표현한다면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씩 왜곡도며 조금씩 어리석어지거든 - 그래, 하지만 그것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고 내 마음에 들기도 해. 어떤 사람에게는 항상 어리석은 소리로 들린다는 사실에도 나는 흔쾌히 동의한다네."
고빈다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무엇 때문에 내게 돌멩이 이야기를 들려준건가?" 잠시 후에 그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무슨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세. 아니 나는 이 돌멩이, 이 강물, 우리가 보고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 같네. 나는 하나의 돌멩이를 사랑할 수 있네, 고빈다. 한 그루의 나무, 한 가닥의 나무껍질도 사랑할 수 있어. 이것들은 사물이고 우리는 사물을 사랑할 수 있지. 그러나 말은 사랑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게는 가르침이라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가르침은 단단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고, 색깔도 없고 모서리도 없고, 냄새도 없고, 맛도 없고, 그저 말에 불과하거든. 자네가 평화를 얻는 데 방해되는 것이 어쩌면 바로 이 가르침, 많은 말이 아닐까. 해탈이나 덕, 윤회나 열반이라는 것도 말에 불과하다네, 고빈다.열반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아. 다만 열반이라는 단어가 있을 뿐이지."
고빈다가 말했다. "친구여, 열반이란 그저 그저 한 마디 말에 불과한 것이 아니야. 열반은 하나의 사상이네."
싯다르타가 말을 이었다. "하나의 사상, 그럴지도 모르지.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자네에게 이렇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군. 나는 사상과 언어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네. 솔직히 말해 사상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아. 나는 사물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지. 예를 들어 여기 있는 나룻배에는 나보다 앞서 뱃사공이었고 스승이자 성자였던 이가 있었다네. 그 사람은 오랜 세월 동안 단순히 강물만 믿으며 살아왔을 뿐 그 밖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어.
와, 오랜만에 읽으니 너무 좋았어요ㅜㅜ
이렇게 길게 남겨주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
각 출판사의 1번~,그건 생각 못했네요 기발한 아이디어네요. 현대지성 책 좋아요♡
1번책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갑자기 했어요ㅎㅎ
감사합니다^^~
감사드려요^^
책을 읽고싶은데 무엇을 읽을지 몰라 영상을 보게되었어요!! 어느영상에서 봤는데 모든책이 다 좋은책이 아니더라하더라구요 저는 책은 다 좋은책인줄... 알았어요ㅜㅜ 영상들에서 추천해주신 책 모두 믿고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책 추천 많이 해주세요😊😆
저는 제게 재미있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편하게 이것저것 읽으시면 됩니다. 대학생이시고 겨울방학에 여유가 되신다면 토지를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1부 한 두 권만 읽어봐도 글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되실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 독서가 아직 좀 어색하시면 이번주에 제가 어른이 읽기도 충분히 훌륭한 청소년 문학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그런 책들로 시도해보셔도 좋구요^^
오 문학유튜버다 구독해야지~
넘 감사드려요^^ 다만 제가 문학유튜버라고 할수가 없어서 좀 죄송하네요. 필요한 내용이 별로 없으실까봐...
전 개인적으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좋아해요 조금밖엔 안 읽긴 했지만 제가 읽은 책들 번역이 되게 잘 되어 있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혹시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 중 한 권인 라는 책 읽어보셨나요? 책이 지닌 의미도 진짜 좋고 너무 재밌어서 강추하는 책이에요 시간 되실때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댓글 남기고 갑니다
추천 너무 감사해요! 저도 꼭 읽어보고 싶어 당장 주문했어요^^
항상 유명하거나 SNS에서 이미 추천한 책들은 도서관에서 이미 누군가 대출해 간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고전의 경우에는 다른 출판사에서도 동일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조바심나서 빌리기 좀 꺼려지더라고요. 책 읽기 시작한 초보인데, 출판사별로 차이가 많이 나나요?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와... 데미안 읽으려고 했는데 책이 없어서 슬퍼하고 있었는데 마침 또 추천해주시네요...
번역의 문제는 있기는 합니다. 확실히 번역이 잘 된 책이 더 잘 읽히고 좋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우리나라 번역가 분들이 대부분 번역을 잘 하시더라고요. 특히 유명한 고전의 경우에는 출판사 별로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영어권 소설이 아닌 경우에 특별히 유명한 분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저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닥치는대로 읽습니다^^
책 추천 감사해여~~ 제인오스틴.동물농장 .로빈후드의 모험 출판사 알려주세요~~
제인오스틴, 동물농장은 민음사, 로빈후드의 모험은 현대지성 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도전해 보고 싶은 책이네요 ㅎㅎ 얇아보여요~^^*
네, 얇아요!!! 그리고 지엽적이거나 전문적인 부분은 좀 넘기면서 봐도 충분히 좋더라구요^^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이라 그런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남자 아이들 여자 아이들 굳이 나뉘어서 추천하거나 설명하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ㅜㅜ 젠더 고정관념을 굳이 강화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도 지나고 보니 그 부분이 아쉽네요! 좀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돌아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귀한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문학동네는 비추하시나요? 창비도요?
오, 아니에요!! 그저 제가 가지고 있는 책으로 소개해서 그래요. 문학동네와 창비 모두 좋은 출판사죠^^
조지오웰 ㅡ동물농장
제인 오스틴ㅡ오만과 편견
푸시킨 중단편
아라이반나이트
데미안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우왕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