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 알프스의 귀공자, 카이코마가타케(甲斐駒ヶ岳, 2,96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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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2 авг 2024
  • 한국에서는 장마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츠유(梅雨)라 부르는 긴 우기는 빠르면 5월 말에 시작되기도 하는데, 올해는 너무 늦어져 6월 하순에 시작되었다. 장마구름이 몰려오기 전,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간 남 알프스를 오르기로 했다. 남 알프스는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접근하기가 너무 힘들다. 지금 살고 있는 나고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이나시(伊那市)에 도착한 후, 벚꽃으로 유명한 타카토(高遠)까지 마을버스를 타고 30분... 그런데 여기서부터 난관이 기다리는데... 남 알프스 임도 버스를 타려면, 센류소(仙流荘, 올해부터 정류장의 이름이 토다이 파크戸台パーク로 바뀌었다. )까지 가야 하는데, 택시 외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7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의 등산 시즌에는 2,500엔으로 갈 수 있지만, 비시즌인 6월에는 6천엔을 지불해야 한다. 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12Km의 거리를 걷기로 했다. 올해 들어 처음 제대로 맛보는 뙤약볕이였지만, 교통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절 이 깊고 높은 산을 올랐을 선인들을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다행히도 14시 20분의 막차에는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남 알프스 임도 버스에 탄 사람은 나를 포함해 두 사람... 해발 860미터 지점의 센류소를 출발한 버스는 1시간 동안 곡예를 하듯 깎아진 절벽 사이를 헤집어 가며 산을 기어 올라간다. 창가로 카이코마가타케(甲斐駒ヶ岳)와 그 옆에 있는 노코기리다케(鋸岳, 2685M)가 잠깐씩 그 늠름한 자태를 보여 주는데, 내일의 등산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진다. 산을 오르고 또 오르기를 1시간, 버스는 해발 2,000미터 지점의 기타자와토게(北沢峠)에 멈춰 선다. 기타자와토케는 남 알프스 북부에 있는 두 거봉, 카이코마가타케와 센죠가타케(仙丈ヶ岳, 3033M)의 베이스기지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고개(峠)다. 키타자와토게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맞은 편에 기타자와토게 코모레비 산장(北沢峠こもれび山荘)이 있는데, 이틀간 나의 베이스캠프였다.
    6월 13일, 비는 오지 않겠지만, 하루종일 구름이 낄 거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4일은 쾌청할 거라고 했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카이코마가타케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햇볕쨍쨍한 14일에는 센죠가타케에 오르기로 했다. 일본의 3천미터급의 산을 오르기로 마음 먹었을 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첫사랑과도 같은 산이었기 때문이다.
    카이코마가타케는 남 알프스의 산 중에는 험한 산으로 알려져 있다. 산체가 천공을 향해 우뚝솟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대로 수목한계 지점을 지나자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3천미터급 산에서 볼 수 있는 시야가 확 트이는 능선은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구름이 속을 걷다보니 사방을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악조건이 이 산이 가진 신비감을 더해 주었다. 하나의 구름장막이 지나가고 뒤이은 구름장막이 몰려오기 전의 짧은 순간, 카이코마가타케는 그 장엄한 위용을 보여 주었다. 맑은 날이었으면 보였을 후지산(富士山, 3,776M), 기타다케(北岳, 3,193M), 호오산잔(鳳凰三山, 2,840M)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오늘의 주인공인 카이토마가타케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산 전체를 뒤덮은 운무와 전위산(前衛山)이기도 한 후타코야마(双児山, 2,649M)와 코마츠미네(駒津峰, 2,752M)에 가려져 있던 카이코마가타케는 8부능선 즈음에서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화강암 덩어리가 조금씩 부서지며 하얀 모래알을 만들어냈고, 그 모래알들이 산체를 장식해, 멀리서 보면 백묵을 뒤집어쓴 듯한 카이코마가타케. 구름의 농간으로 비록 정상에서의 멋진 경치를 맛볼 수는 없었지만, 그 위용과 시원한 산세, 그리고 역사를 잠깐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나는 아침 5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에 내려왔는데, 보통은 8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랜만에 오르는 3천미터급의 산이라서 적응에 시간이 좀 필요하기도 했고, 구름이 조금이라도 걷히기를 기다리기도, 또 틈틈이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시간을 많이 허비해 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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