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소"(Контора)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레닌그라드에서 활동했던 언더그라운드 밴드입니다. "이단"(Ересь)은 이들의 데뷔 앨범이자 어쿠스틱 앨범으로, 조악한 녹음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가려지지 않는 앨범입니다. 안타깝게도 해당 밴드는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사라졌고, 이 외 몇몇 부틀랙이 남아 있습니다. 해당 앨범은 카세트 앨범으로만 유통되었으나, 이후 당시 멤버 중 한 명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이들은 밴드 이름을 "임금님과 익살꾼"(Король и Шут)로 바꾸게 됩니다. 제 채널 자주 들리신 분들이라면 아마 이 이름이 더 익숙할 겁니다. "콘토라"는 카롤 이 슈트의 전신으로 총 5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후 키시의 중심이 되는 알렉산드르 "발루" 발루노프, 안드레이 "크냐시" 크냐제프, 미하일 "고르쇽" 고르셰뇨프 3인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키노"와 "가린 이 기페르볼로이디"의 관계와 비슷하겠군요) 고르쇽의 집에서 테이프 레코더로 녹음한 이 앨범(정식 명칭 "이단 혹은 인간 예슈아 하노츠리를 추모하며Ересь, или Памяти человека ГаНоцри Иешуа". 불가코프의 걸작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레퍼런스입니다. 누가 러시아인 아니랄까봐 데뷔 앨범부터 문학 갬성으로 그득하군요)은 빈말로도 좋은 음질을 자랑하지는 않으며 수록곡 중 한 곡("Пьянка")을 제외한 나머지는 카롤 이 슈트 시절에도 빛을 보는 일 없이 완전히 묻혔습니다. 해당 앨범의 장르는 호러 펑크로 분류되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흔히 아는 슬라브 민담꾼스러운 노래라기보다는 좀 암울한 성향의 노래들이 많습니다. 다만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극초창기(심지어 당시 고르쇽은 아예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키시 주요 3인방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래 쓰는 것도 쉽지가 않아서 한 곡 쓰는 데 하루 넘게 걸리는 일도 많았지만, 당시 락커 꿈나무들이던 3인방은 이 앨범에 상당한 애정을 쏟았고 특히 고르쇽은 녹음 과정에서 극도로 섬세하게 작업했다고 합니다. 대다수 노래는 고르쇽이 보컬과 멜로디 작곡, 발루가 가사 작성을 맡은 구조였습니다. (크레딧을 보면 두 사람의 지분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둘, 베이스 기타 하나, 맥주통(타악기용. 드럼이 없어서 맥주통을 두드리고 크냐시가 이어폰 양쪽을 잡고 서로 두들기는 참 안습한 방식으로 녹음했다고 합니다) 하나를 主로 하여 (뭐 플루트 등 이것저것 다른 악기들을 사용하긴 했는데, 일단은) 연주한 이 노래들이 그리 인기를 끌었다고는 못 하겠으나, 최근에 앨범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중에서 괜찮은 노래를 하나 소개하려 가져왔습니다. 제가 들었던 버전은 카세트를 그대로 딴 버전이라 음질이 진짜 죽여줬는데 2015년 발루가 할리우드의 스튜디오에서 리마스터링을 해서 재발매해서 다행히 귀갱 수준은 벗어났습니다. 딱 우울한 하루를 끝마치고 오른 어둑어둑한 밤길에 어울릴 법한 노래, 한 번 즐겨(?)보시길.
@@상원이-r2r ㅋㅋㅋ 두 사람이 어디 깡촌에서 굴러먹다 온 고프닉 산적 꼬라지긴 하지만 그래 보여도 학창 시절부터 같이 놀던 사이긴 합니다. + 조악한 번역본으로 읽어도 씨바 쩐다 하는 생각이 드는 명작인데 이걸 원어로 원작으로 읽은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겠읍니까...
"사무소"(Контора)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레닌그라드에서 활동했던 언더그라운드 밴드입니다. "이단"(Ересь)은 이들의 데뷔 앨범이자 어쿠스틱 앨범으로, 조악한 녹음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가려지지 않는 앨범입니다. 안타깝게도 해당 밴드는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사라졌고, 이 외 몇몇 부틀랙이 남아 있습니다. 해당 앨범은 카세트 앨범으로만 유통되었으나, 이후 당시 멤버 중 한 명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하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뒤 이들은 밴드 이름을 "임금님과 익살꾼"(Король и Шут)로 바꾸게 됩니다. 제 채널 자주 들리신 분들이라면 아마 이 이름이 더 익숙할 겁니다.
"콘토라"는 카롤 이 슈트의 전신으로 총 5인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후 키시의 중심이 되는 알렉산드르 "발루" 발루노프, 안드레이 "크냐시" 크냐제프, 미하일 "고르쇽" 고르셰뇨프 3인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키노"와 "가린 이 기페르볼로이디"의 관계와 비슷하겠군요)
고르쇽의 집에서 테이프 레코더로 녹음한 이 앨범(정식 명칭 "이단 혹은 인간 예슈아 하노츠리를 추모하며Ересь, или Памяти человека ГаНоцри Иешуа". 불가코프의 걸작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레퍼런스입니다. 누가 러시아인 아니랄까봐 데뷔 앨범부터 문학 갬성으로 그득하군요)은 빈말로도 좋은 음질을 자랑하지는 않으며 수록곡 중 한 곡("Пьянка")을 제외한 나머지는 카롤 이 슈트 시절에도 빛을 보는 일 없이 완전히 묻혔습니다. 해당 앨범의 장르는 호러 펑크로 분류되는데, 그럼에도 우리가 흔히 아는 슬라브 민담꾼스러운 노래라기보다는 좀 암울한 성향의 노래들이 많습니다.
다만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극초창기(심지어 당시 고르쇽은 아예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키시 주요 3인방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노래 쓰는 것도 쉽지가 않아서 한 곡 쓰는 데 하루 넘게 걸리는 일도 많았지만, 당시 락커 꿈나무들이던 3인방은 이 앨범에 상당한 애정을 쏟았고 특히 고르쇽은 녹음 과정에서 극도로 섬세하게 작업했다고 합니다. 대다수 노래는 고르쇽이 보컬과 멜로디 작곡, 발루가 가사 작성을 맡은 구조였습니다. (크레딧을 보면 두 사람의 지분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어쿠스틱 기타 둘, 베이스 기타 하나, 맥주통(타악기용. 드럼이 없어서 맥주통을 두드리고 크냐시가 이어폰 양쪽을 잡고 서로 두들기는 참 안습한 방식으로 녹음했다고 합니다) 하나를 主로 하여 (뭐 플루트 등 이것저것 다른 악기들을 사용하긴 했는데, 일단은) 연주한 이 노래들이 그리 인기를 끌었다고는 못 하겠으나, 최근에 앨범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중에서 괜찮은 노래를 하나 소개하려 가져왔습니다. 제가 들었던 버전은 카세트를 그대로 딴 버전이라 음질이 진짜 죽여줬는데 2015년 발루가 할리우드의 스튜디오에서 리마스터링을 해서 재발매해서 다행히 귀갱 수준은 벗어났습니다.
딱 우울한 하루를 끝마치고 오른 어둑어둑한 밤길에 어울릴 법한 노래, 한 번 즐겨(?)보시길.
죽을듯이 우울함을 껴안고 사는 모든 이에게 무한안 우정을 보내리...
너무 멋진 말이에요
무한한 우정 중 일부는 자기 자신의 몫으로 남겨둡시다. 모든 이들을 밝히는 심지가 결국 바스라 사라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죠...
아니 카롤 이 슈트의 전신이라곤 믿기지 않을 분위기의 노래네요
"어쿠스틱" 앨범부터는 발라드스러운 노래도 많이 발표하곤 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시궁창으로파고들어가는 스타일은 확실히 키시로 이름 바꾼 뒤부터는 찾기 힘든 스타일이긴 합니다.
러시아 특유의 감성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러시아라는 나라를 세 단어로 표현하면?"
"ничего, смерть и тоска" (無, 죽음 그리고 恨)
- 예전에 디스코드에서 본 어느 명언
우리나라에선 느껴보지 못한 그런 노래의 느낌이 드네요
우리나라에서까지 느끼고 싶은 그런 감정은 아니군요 ㅋㅋㅋ
@@gavriil_chelovekov 맞긴합니다 ㅋㅋㅋ
포세프도 그렇고 러시아의 유명한 밴드들의 초창기 부틀렉은 진짜 뭐가 있는것 같습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같은게 느껴는데, 문제가 가사가 번역된게 잘 없다는거죠...
어린 시절의 열정과 미숙한 음악
그래도 콘토라는 가사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양반이고, 포세프도 음원이 이리 저리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평균은 합니다. 이걸 보고 다행이다 싶은 게 참 안습이긴 합니다만.
@@gavriil_chelovekov 음원이 유실되거나 아예 녹음이 안된 것 보다야 나은거죠. 그런 김에 혹시 포세프의 Возвращение Домой(Там...) 가능할까요?
@@august9254 сделай сам 앨범 발매되면 함 올려보죠. 이미 발매되었다는 정보가 돌고 있던데...
분위기 쥑이네
어둑어둑...
생각해보면 러시아라고 밝고 희망찬 노래가 없는 거는 아닐텐데 유독 러시아/동구권 쪽 음악이 염세적이고 무거운 느낌이 두드러지는게 신기하긴 하네요
어쩌면 그런 노래만 접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ㅎㅎ 당장 마시나 브레메니나 주파르크, 아프토그라프 같은 것만 봐도 좀 더 화사하고 활기찬 편이니...
90년대의 혼란에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한 느낌도..
의외로 크냐즈하고 고르쇽이 긴 인연을 가지고 있었군요.. 고르쇽 생긴걸로 봐서 돈벌려고 뭉친 사이인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러시아사람들은 거장과 마르가리타 참 좋아하는군요. 아리야의 피에는 피로도 같은 모티브였던것 같은데....
@@상원이-r2r ㅋㅋㅋ 두 사람이 어디 깡촌에서 굴러먹다 온 고프닉 산적 꼬라지긴 하지만 그래 보여도 학창 시절부터 같이 놀던 사이긴 합니다.
+ 조악한 번역본으로 읽어도 씨바 쩐다 하는 생각이 드는 명작인데 이걸 원어로 원작으로 읽은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겠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