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연구공동체 학술세미나 | 이미지와 문자 4] 눈[目]과 귀[耳] 그리고 이미지 네트워크 상형적 사유와 논리에 대한 몇가지 고찰 | 김시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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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9 янв 2025
- 이미지와 문자 : 동시대 예술과 역逆근대화 사유
인문학자가 예술 작품에서 사유의 실마리…
‘포스트 모던 이후’의 ‘역근대화 사유’를 이미지와 문자로 추적
우리 인문학의 새롭고 독자적인 담론 형성 가능성 타진
인문학공동체, 학제간 집단논의 펼치며 지식생산에 나선다는 의미도
대안연구공동체(대안연)가 《이미지와 문자 : 동시대 예술과 역근대화 사유》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4월 9일(토) 오후 1시부터 5시 30분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안연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서는 김남시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 김시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박규현 양평자유발도르프학교 대표, 박성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이승현 홍익대 대학원 외래교수 등이 발표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80여 명의 학자, 연구자, 시민이 참여한 이 세미나는 지난 겨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시 《그림을 쓰다: 훈민정음》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시는 한국의 고대 문양에서 훈민정음에 이르는 문화유산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제작한 김혜련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현 교수는 작품을 읽기 위해 고대 이미지와 문자 등에 관한 관련 논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21세기 현대 철학의 실재론적 전회를 이끄는 객체지향 철학/존재론, 신실재론, 혹은 탈인간중심주의, 평평한 존재론 같은 개념들이 김혜련의 작품에서 선취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학술 세미나에서는 우선 포스트모더니즘의 인간중심주의와 언어적 전회에 대한 비판적 반성의 결과이기도 한 이 시대 ‘포스트 모던 이후’, 혹은 ‘탈근대 이후’의 사유를 이미지와 문자를 중심으로 추적했습니다. (현대 철학의 실재론적 전회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사유를 세미나에서는 ‘역逆근대화 사유’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미지와 문자는 언어학이 등장하기 이전 이미 우주론적 존재론을 담지하고 있는 표징이자 세계와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를 읽어낼 수 있는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포스트 모던 이후’의 사유를 품고 있는 이미지와 문자에서 인류 공통의 형식과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 할만한 것들의 차이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것도 눈길을 끕니다. 덕분에 학자들은 지금 여기서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하고, 새로우면서 독자적인 담론을 펼치는 가능성 또한 타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BTS가 음악에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영화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과 달리 철학/인문학은 아직도 맥락에 상관없이 해외의 것들을 수입하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학술세미나 1부에서는 이미지와 문자의 기원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를 돌아보며 이것이 이 시대 예술과 인문학에 지닌 함의를 점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지와 문자에 대해 인류가 공통으로 가진 생각과 우리만이 가진 생각의 차이를 확인했습니다. 푸코에 따르면 언어는 그 언어공동체가 공유하는 사물의 질서입니다. 첫 발표에서는 서구 미술을 도입하며 유독 추상미술의 도입이 지체되었던 이유를 서구와 우리의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질서를 기초로 해명하고,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추상의 의미와 그에 따른 동시대의 새로운 추상미술의 사례를 찾아봤습니다(이승현). 이어지는 발표에서는 문자에 대한 우주론적/존재론적 해석의 계보를 고찰했습니다. 문자는 언어학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 종교적, 주술적 해석의 대상이었고, 그 이후 전근대적 사유에서는 우주론적 존재론을 담고 있는 표징으로 세계와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를 읽어낼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 발표에서는 근대적 에피스테메와 구조주의 언어학의 등장으로 사라져버린 문자에 대한 우주론적/존재론적 접근방식의 계보를 설명했습니다.(김남시).
다음 발표에서는 소쉬르의 언어학과 구별되는 옐름슬레우의 언어학이 옐름슬레우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으며 이것이 특히 들뢰즈와 과타리에게 어떻게 전유되었는지 살폈습니다. 엘름슬레우의 언어 분석은 의미론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반 기호 이론으로 이어졌습니다. 들뢰즈와 과타리는 이 기호 이론을 존재하는 모든 것의 작동원리로 격상시킵니다. 최소의 요소들로부터 우주 속 무한한 생성의 원리를 설명하는 원리를, 들뢰즈와 과타리는 옐름슬레우의 기호 이론에서 찾아낸 겁니다(김재인). 또한 서구의 표음문자와 달리 표의문자로 이루어진 동아시아의 한자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살펴보고, 동아시아에서의 ‘상형적 사유’가 어떤 사유와 논리로 우주와 인간이 생성 변화하는 원리를 밝혔는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고찰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道를 형이상학과 연결해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 해석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상형적 사유’와 ’이미지-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문자적 사유 양식 개념을 제안합니다(김시천).
학술세미나 2부에서는 이미지와 문자에서 실마리를 얻은 사유를 인간과 세계, 우주 만물로 확대합니다. 유기일원적 전통은 세계 고등종교는 물론이고 동서양의 철학과 천문, 역법, 음악, 언어, 수학, 과학 등에서도 공통된 전일적 세계관입니다. 훈민정음의 창제는 언어 영역에서 유기일원론 사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가 언어의 본질과 자연, 우주와 어떻게 연관되었는지 살피면서 근대화 과정에서 악마화한 전일적 세계관을 회복하고 지성과 영성, 고대와 근대, 감각과 영혼, 동양과 서양 등의 이원 구조를 통합적으로 인식하는 세계관을 모색합니다(박규현). 인간들이 구사하는 이미지는 사물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기보다 사물과 사태를 모아들여 새로이 편재시키는 힘 있는 ‘사물’이며, 그것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민첩한 수송기입니다. 생각 역시 반영 기계에 그치지 않는 웜홀들입니다. 세계의 사물과 사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그것을 다른 사물과 사태로 토해내는 화이트홀 사이에 있는 어둑한 시공간입니다. 이러한 이미지와 생각을 인류의 전유물이 아니라, 만물이 보유하고 구사하는 것으로 보고, 21세기의 새로운 인류학과 철학으로 보다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합니다(박성관).
이어지는 종합 토론에서는 발표 학자와 온/오프라인 참석자들이 모두 참여해 발표한 글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는 한편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이 시대 한국예술 혹은 한국 인문학의 가능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세미나는 대안연에서의 오프라인과 줌을 통한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 온/오프라인을 통해 질의응답과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대안연은 시민과 학자, 예술가 등이 함께하는 비제도권 인문학-문화예술 공동체로, 매주 80~90개의 크고 작은 강좌, 세미나, 스터디 등의 공부 모임을 열어왔습니다. 이번 학술세미나에 참여하는 학자들의 대부분(김남시, 김시천, 김재인, 박성관, 이승현)도 대안연에서 강의를 했거나 세미나를 지속해온 분들입니다. 대안연으로서 이 세미나는, 시민들에게 인문학과 문화예술을 보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학자들이 학문의 벽을 넘어 집단논의를 펼치면서 지식생산에 나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안연은 특히 현대 사상 세미나를 이어오던 인문 학자들이 김혜련 작가의 예술 작품에서 새로운 사유의 실마리를 찾은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푸코에게 르네 마그리트, 하이데거에게 횔덜린, 메를로 퐁티에게 세잔, 아도르노에게 베케트가 없었다면 이들의 예술, 존재에 대한 사유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인문학과 예술은 진리를 위한 동반자입니다.
대안연은 이 학술세미나에서의 논의를 발전시켜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는 해외의 유명 학자들과 함께하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 학술 세미나와 향후 국제 학술세미나의 발표 및 토론 내용은 책으로 편집해 출간, 성과물을 많은 분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기도 합니다.
▣ 일시 : 4월 9일 13:00~17:30
▣ 장소
오프라인 : 대안연구공동체 (서울 마포구 동교로 136 서강빌딩 2층)
온라인 : 줌(ZOOM)
▣ 진행
∎ 개회 및 학술세미나 1부 (13:00~15:00)
세미나 취지에 대하여
발표1. 이미지와 문자의 기원을 통해 본 한국 추상미술의 의미...이승현 홍익대 대학원 외래교수
발표2. 문자에 대한 우주론적/존재론적 해석의 계보... 김남시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
발표3. 옐름슬레우의 ‘언어의 지층화’ 이론이 들뢰즈와 과타리의 ‘도덕의 지질학’에 수용된 과정...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발표4. 눈(目)과 귀(耳) 그리고 이미지-네트워크 : '상형적象形的‘ 사유와 논리에 대한 몇 가지 고찰....김시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
∎ 학술세미나 2부 및 종합토론(15:30~17:30)
발표1. 훈민정음 제자製字 원리와 신지학의 유기일원적 상관성...박규현 양평 자유발도르프학교 대표
발표2. 이미지와 생각 : 무수한 웜홀들의 세계...박성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
종합 토론
∎ 김시천
동양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인문학 전문 팟캐스트 〈학자들의 수다〉를 제작, 진행해 왔고, 2020년부터는 유튜브에서 새로운 인문학을 소개하는 방송 〈휴프렌즈〉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지혜를 모색하는 방송 〈휴애니프렌즈〉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쓰고 옮긴 책으로, 『철학에서 이야기로』, 『이기주의를 위한 변명』, 『노자의 칼 장자의 방패』, 『논어, 학자들의 수다 : 사람을 읽다』, 『무하유지향에서 들려오는 메아리, 장자』, 『죽은 철학자의 살아 있는 위로』(공저),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공역), 『펑유란 자서전』(공역)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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