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 원무현 (낭송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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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0 сен 2024
  • 책 향기
    원무현 시
    김윤아 낭송
    보수동 헌책방골목이 하루를 닫는다
    자정, 일제히 내려지는 철제문
    이윽고 눈을 뜨는 정적
    지식을 탐하며 몰려다니던 빛나는 눈동자들 떠나고
    59개 책방들이 너나없이 입을 굳게 닫는
    이 골목의 0시는 이 세상엔 없는 세계가 열리는 시각
    외부세계와 차단된 책방 내부는 댐의 물밑처럼 어둡다
    자정이 지나면 지은이의 피조물들이 하나 둘 셋 넷……
    수초 속 물고기처럼 문자의 숲에서 빠져나온다
    오늘은 2500년 전 혓바닥을 뽑아내고 새로운 혓바닥을 해 넣은
    정비석의 손무와 최인호의 공자가 만날 것이다
    기원전의 모습으로 21세기의 언어를 사용하며
    병법과 군주론을 놓고 격론을 벌일 것이다
    거품을 물었던 난상토론이 끝난 아침
    셔터가 올려 지면
    그들의 입 냄새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냄새에 이끌려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코를 벌름거릴 것이다, 책 향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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