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에게 (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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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1 авг 2024
  • 왼손의 입장에서, 오른손의 입장에서
    어딘가 할 말이 있는 듯 연필을 꽉 쥐고 등장한 주인공은 오른손이다. 그리고 바로 왼손을 향해 참았던 억울함을 와르르 쏟아낸다. 숟가락질, 양치질, 가위질, 빗질까지 전부 자신의 몫이었다는 오른손의 주장은 무척 공감이 된다. 떠올려보면 어떤 행동이든 오른손이 먼저 움직이기 마련이니까. 정교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더 그렇다. 그렇다고 왼손이 먼저 움직이는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 손에 크림을 바르거나 액세서리를 착용할 때만 얄밉게 오는 것이 문제일 뿐. 그런 두 손에게 어느 날 매니큐어라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 직접 매니큐어를 발라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 것이다. 양쪽에 똑같이 바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깔끔하게 칠한 오른손과 달리 벌벌 떨면서 다가온 왼손의 솜씨는 삐뚤빼뚤 엉망 그 자체. 오고가는 말과 손짓에 점점 감정이 격해진다. 두 손은 오랜 시간 쌓여온 감정들을 잘 풀어갈 수 있을까?
    작가는 갈등의 끝에서 줄곧 오른손을 바라보던 독자의 시선을 잠시 왼손에게 돌린다. 과연 왼손은 어땠을까? 그 단순한 질문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한다. 오른손과 왼손을 떠나 ‘늘 혼자만 고생하며 섭섭하다가도 상대가 어려울 땐 가장 먼저 달려가는 나’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노력하지만 모든 일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 너’만 남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잠시나마 떠올렸던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자. 결말이 꼭 용서나 화해는 아니어도 좋다. 때로는 진심 어린 말 한 마디로도 해피엔딩은 완성되니까.
    얇은 연필 선 끝에서 움직이는 손의 미묘한 감정들
    한지원 작가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손’을 표현하기 위해 정말 다양한 스타일들을 실험했다. 또한 가장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손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손을 그렸다. 얇은 선들이 모여 완성하는 손은 어떤 장면에선 낯익고 익숙하며 매우 현실적인 모습이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극적이고 의도적으로 왜곡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손의 주름과 악력 등을 표현하여 비슷한 동작으로도 각기 다른 손의 감정들을 전달한다.
    작가는 단정하게 똑 떨어지는 흐름 곳곳에 재치 있는 유머를 숨겨두었다. 실소가 터지는 장면들을 만나게 되면 마치 재밌는 선물을 받은 것 같은 묘한 기분마저 든다. 신선한 감각으로 훅 들어오는 그림책을 만나고 싶다면, 쓱 건네고 싶은 그림책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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