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as_책읽어주는 세인]0921 ‘GINA SOHN’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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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9 фев 2025
- 작가 평론
지나 손의 전시회 ≪疊疊: 첩첩(Layered Layered)≫에 즈음하여-이진명, 미술비평ㆍ철학박사
지나 손은 대지에서 일어난 일을 현대의 연극과 무용의 장치를 통하여 상징으로 표현한다. 상징은 고대 그리스어 ‘sumballein’에서 온 것이다. ‘sumballein’은 함께 불러내는 것이다. 수많은 의미를 부른다는 뜻이다. 숨은 의미를 소환하는 것이다. 지나 손이 「연기를 풀다」라는 대지 설치미술에서 여섯 퍼포머가 검은 연기를 허공에 펼친다. 빛이 어둠을 통해 현시되듯이, 우리는 연기를 통해서 바람이 떠나는 곳을 보게 된다. 허공에서의 드로잉은 시공에 대한 물음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은 도가에서 말하는 도(道)와 유가에서 말하는 천(天)과 같다. 그것은 비어있는 허무(虛無, nihil)가 아니라, 만상(萬象)의 원천이자 만동(萬動)의 근본이다. 비어있다는 것은 텅 빈 충색이다. 우리는 비어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형(形)의 완성은 기(氣)의 쇠퇴와 같은 말이듯이, 거꾸로 비어있다는 것은 에너지의 충색(充塞)을 뜻한다. 지나 손이 표현하는 공간은 우리의 근원이자 생명체험으로 가득한 삶의 충만을 뜻한다. 따라서 작가는 이러한 경험을 ‘첩첩(疊疊)’이라고 부른다. ‘疊’은 ‘거듭되다’는 뜻도 있거니와 ‘접힌다(屈)’라는 뜻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울리다(振作)’라는 뜻도 있고, ‘마음에 품다(懷)’는 뜻이 있는가 하면, ‘밝히다(明)’라는 뜻도 있다. 결국, 우리는 시공의 일부분만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시공은 불가사의하다. 그것은 텅 빈 것처럼 보이지만,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불가사의한 그 무엇으로 언어를 초월한다. 따라서 이러한 불가사의를 괴테(Johan von Goethe)는 「물의 정령에 관한 노래(Gesang der Geister über den Wassern)」에서 “인간의 영혼, 너는 물 위에 있는 것만 같고, 인간의 행운, 너는 바람에 있는 것 같다(Spirit of man, Thou art like unto water! Fortune of man, Thou art like unto wind!)”라고 노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