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ZOO] 앞발을 손처럼 자유자재로…영리한 동물 '라쿤' / YTN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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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4 сен 2024
  •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귀여운 얼굴로 사랑받는 동물입니다. 라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라쿤은 흔히 '미국 너구리'라고 불리는데요, 실제로 캐나다 남부에서부터 중미 지역에 이르는 아메리카 대륙에 주로 살고 있습니다. 너구리라고 부르지만 사실 족제비나 곰에 더 가깝다고 보고 있는데, 발가락이 족제비와 같은 다섯 개이고 곰처럼 일어서서 두 발로 걷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라쿤은 얼굴도 귀엽긴 한데, 무언가를 씻어 먹는 행동이 있잖아요. 솜사탕 같은 거를 주면 물에 씻어 먹다가 없어지는 걸 본 적 있거든요.
    [기자]
    네, 라쿤의 학명이 '씻는 곰'이라는 뜻인데요, 보통 자기 먹이를 물에 담그는 습관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먹이를 물에 씻는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씻어 먹는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물에 넣었다가 빼는 거라고 합니다. 라쿤은 시력이 나쁘고 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앞발로 만지면서 먹이나 물건을 구분하는데요, 이때 발을 물에 넣어 부드럽게 만들면 촉각이 예민해져서 이런 습성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라쿤(raccoon)'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디언 말로 '냄새를 찾는 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앵커]
    굉장히 귀여운 행동으로만 봤는데 여기도 과학이 숨어있었네요. 이렇게 물을 이용하면 라쿤이 물이랑 가까운 곳에 주로 서식하나요?
    [기자]
    라쿤은 사는 곳은 야생에서 주로 숲이 우거진 곳에 살지만, 물속에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 지렁이 등을 사냥해서 먹기도 합니다. 실제로 라쿤은 수영 실력도 아주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먹이를 담그거나 물을 먹을 때는 주로 얕은 물가에서 머물기 때문에 굳이 깊은 곳에서 수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앵커]
    라쿤이 워낙 손을 잘 쓰다 보니까, 이걸 보면서 손이라고 자꾸 이야기하게 되는데, 사실은 이제 앞발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죠?
    [기자]
    네. 맞습니다. 보통 손이라는 표현을 저도 많이 쓰기도 하는데, 앞발을 쓰는 모습은 많이들 보셨겠지만 최근에 화제를 모은 영상이 있습니다. 먼저 화면으로 만나 보시죠. 라쿤이 미국의 한 도넛 가게에 나타난 모습입니다.
    [앵커]
    아주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네요.
    [기자]
    직원이 라쿤에게 도넛을 건네게 되는데요. 보통 이렇게 동물이 오면 직원들이 먹이를 던져서 주기도 하죠. 그런데 라쿤은 받아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는 라쿤이 자주 와서 이렇게 도넛을 받아먹는다고 하는데요, 직원이 던져주려고 했더니 보신 것처럼 앞발로 덥석 받아서 입에 물고는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라쿤이 손을 잘 쓸 수 있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사람과 똑같이 발가락이 모두 5개고 발가락마다 마디도 있습니다. 또 발가락 사이가 넓고 주름이 잘 잡혀 있어서 움직임이 아주 정교한데요, 발가락의 감각도 아주 예민해서 사람보다 10배 이상 감각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앵커]
    앞발을 쓰고 있는 게 귀여운데요. 앞서서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라쿤이 미국 너구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라쿤과 너구리가 많이 닮아서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데 어떤 점이 다른가요?
    [기자]
    라쿤과 우리나라 토종 너구리와는 다른 점이 많은데요. 먼저 가장 큰 차이는 꼬리인데요, 라쿤의 꼬리에는 5~10개 정도의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아 있는 걸 볼 수 있고, 너구리의 꼬리에는 무늬가 없고 끝이 뭉툭한 편입니다. 또 앞서 라쿤의 발가락은 사람처럼 다섯 개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너구리는 발가락이 4개입니다. 라쿤은 발가락이 모두 길고 잘 발달해서 마치 사람이 손을 펴고 있는 것처럼 생겼지만, 너구리의 발 모양은 둥근 편이죠. 그래서 너구리는 라쿤처럼 두 발로 일어설 수가 없다고 합니다.
    [앵커]
    아마 라쿤이 너구리의 일종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았을 거 같은데, 놀라운 사실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그런데 라쿤을 최근에 키우는 사람도 늘면서 주변에서 볼 수 있게 된 거 같은데, 원래는 야생동물이잖아요. 사람과 쉽게 어울리는 편인가요?
    [기자]
    라쿤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길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개체 수가 많은 편인데, 뉴욕이나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1㎢당 100마리의 라쿤이 산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라쿤은 크기가 아담해서 주택가에 숨기도 하고 넉살이 좋아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간다고 하는데요, 가끔 먹이를 달라고 새끼를 데리고 와서 문을 두드리거나 앞발을 써서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옥상이나 지붕 같은 곳에서 무단으로 거주하는 라쿤도 흔히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앵커]
    실제로 사람과 정말 잘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인 거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라쿤을 기르는 분들도 많다고요?
    [기자]
    네, 국내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라쿤과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라쿤 카페들이 많이 생겼고요, 개인적으로 라쿤을 분양받아서 키우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라쿤은 비교적 건강하고 튼튼한 동물이기 때문에 보통 반려동물로 10~15년 정도는 함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라쿤은 어디까지나 야생동물이거든요. 손을 잘 쓰고 이빨이나 발톱이 날카로워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또 라쿤은 호기심이 많고 아주 영리한 동물인데요, 그만큼 겁이 많아서 갑자기 다가가거나 쓰다듬으려고 하면 사람을 물 수도 있습니다. 라쿤이 흔히 강아지 중에서도 '비글'과 비교할 만큼 활동성이 풍부한 편인데, 이런 습성을 잘 이해하지 않으면 라쿤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귀엽다고 덜컥 입양을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겠다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국내에 라쿤 개체 수가 많아지면 어떤 생태계 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나요?
    [기자]
    라쿤은 야생에서 광견병을 옮기는 대표적인 동물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라쿤을 유해동물로 지정하기도 했는데, 국내에서도 지난 2020년, 라쿤이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됐습니다.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은 국내 생태계에 유입될 경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환경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생물 종을 말하는데요, 라쿤이 최초로 지정됐습니다. 라쿤은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2급 판정을 받았는데요, 아직은 생태계를 해칠 위험이 보통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추후 위해성이 높아질 수 있어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동물이라고 평가받은 것입니다. 실제로 환경부는 라쿤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 크지 않다고 봤는데요, 최근 라쿤의 개체 수가 많아지면서 사람과 더 밀접해지고 유기되는 경우도 늘고 있기 때문에 인수공통감염병을 옮기거나 광견병 바이러스의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됐습니다.
    [앵커]
    그럼 이렇게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지정되면 어떻게 관리 되나요?
    [기자]
    우선 라쿤을 상업적으로 판매할 때는 반드시 지방 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 이런 동물을 생태계로 방출하고 유기해서는 안 되는데요,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만일 생태계로 이 동물들이 유입될 경우에는 원칙상 폐사시켜야 한다는 건데, 동물 입장에서는 무분별하게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결국 죽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거죠.
    [앵커]
    사실 라쿤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기자]
    그래서 오는 12월부터는 아무나 라쿤과 같은 야생동물을 들여와서 동물카페를 운영할 수 없게 됩니다. 기존에는 라쿤 카페와 같은 야생동물 전시 시설의 경우 사업자등록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했는데요, 법이 바뀌면서 앞으로는 동물원으로 허가받은 곳에서만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동물카페는 미리 신고를 하면 한시적으로 전시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동물을 전시할 수는 있지만 만지거나 먹이를 주는 것과 같이 일종의 체험 행위는 금지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지금 운영 중이던 동물카페들이 상당수 문을 닫을 텐데, 남은 라쿤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기자]
    이렇게 외래 야생동물이 갈 곳을 잃을 경우를 대비해서 현재 국립생태원이 보호 시설을 짓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300개체 정도가 머물 수 있는 야생동물 보호시설인데요,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 등을 모두 보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내년부터는 아마 운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생태에 맞는 환경 조성은 물론이고 검역과 사육지침 등 세부적인 운영 상황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앵커]
    아마 라쿤을 너구리의 일종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 많았을 거 같은데요. 사실은 족제비에 가까운 동물인 점 등을 포함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동물, 라쿤,
    [YTN 사이언스 기사원문] science.ytn.co...
    [프로그램 제작 문의] legbiz@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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