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두 분을 한꺼번에 보고 듣고 느끼고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자신을 시로 대화로 진솔하게 허영없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자기삶에 충실하고 깊게 사랑하는 그 무엇이 하나쯤은 분명하고 그 사랑을 바라보며 느리지만 한 눈 팔지 않고 가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고경옥시인은 그냥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로 살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삶처럼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아름다움이 있는 표현이 고시인의 시 곁으로 우리를 끌어 묶어놓는 것 같아요 재미있게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상처의 속도 고경옥 햇빛 가까운 양지에서 세상을 일찍 알아 버린 영산홍의 바랜 입술을 본다 아직은 더 은밀하고 예뻐야 할 때인데 어찌 저리 되었누 또 다른 그늘진 한쪽에선 이제 막 진분홍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세상의 빛을 궁금해 하는 밝은 소란騷亂이 있다 좀 늦었지만 이제 얼마 동안 입술을 오물거리며 한껏 자태를 뽐내겠지 햇빛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랑에 빠져 남보다 일찍 몸을 연 꽃잎 빛바랜 입술이 늘어진 채 낡고 있다 세상을 먼저 안 만큼 상처의 속도도 빠르다
리폼 고경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골라 봉지에 넣고 묶어 버리거나 혓바닥을 최대한 동원해 지우려고 안간힘을 쓴 적이 있다 멈칫 낡은 가구를 앞에 놓고 두툼한 붓을 든다 기도 같은 건 필요치 않지만 손가락에 힘을 빼고 신중한 터치에 몰두한다 몰두하면 할수록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잠시 엷어지거나 사라진다 얼룩도 흠집도 분노도 페인트 앞에선 방항하지 못한다 혓바닥 앞에선 목을빳빳하게 치켜들던 뻔뻔함도 빠른 붓질 아래선 그저 밑바닥에 불과할 뿐 한 겹 그리고 한 겹 때론 또 한 겹으로 너덜한 곳을 덮는다 세상에 용서 못 할 건 없다 거짓도 배신도 다 사람이 하는 일 페인트로 칠하고 덮는 사이 날이 밝는다
제가 좋아하는 두 분을 한꺼번에 보고 듣고 느끼고 조금 더 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자신을 시로 대화로 진솔하게 허영없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자기삶에 충실하고 깊게 사랑하는 그 무엇이 하나쯤은 분명하고 그 사랑을 바라보며 느리지만 한 눈 팔지 않고 가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고경옥시인은 그냥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로 살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삶처럼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아름다움이 있는 표현이 고시인의 시 곁으로 우리를 끌어 묶어놓는 것 같아요
재미있게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ㅎㅎ 바쁜중에 큰일하셨네요
두분 아름답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진솔한 두 분의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상처의 속도
고경옥
햇빛 가까운 양지에서
세상을 일찍 알아 버린 영산홍의
바랜 입술을 본다
아직은 더 은밀하고 예뻐야 할 때인데
어찌 저리 되었누
또 다른 그늘진 한쪽에선
이제 막 진분홍 입술을 뾰족하게 내밀고
세상의 빛을 궁금해 하는 밝은 소란騷亂이 있다
좀 늦었지만 이제 얼마 동안 입술을 오물거리며
한껏 자태를 뽐내겠지
햇빛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랑에 빠져
남보다 일찍 몸을 연 꽃잎
빛바랜 입술이 늘어진 채 낡고 있다
세상을 먼저 안 만큼 상처의 속도도 빠르다
리폼
고경옥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골라
봉지에 넣고 묶어 버리거나
혓바닥을 최대한 동원해 지우려고
안간힘을 쓴 적이 있다
멈칫 낡은 가구를 앞에 놓고
두툼한 붓을 든다
기도 같은 건 필요치 않지만
손가락에 힘을 빼고
신중한 터치에 몰두한다
몰두하면 할수록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잠시 엷어지거나 사라진다
얼룩도 흠집도 분노도
페인트 앞에선 방항하지 못한다
혓바닥 앞에선
목을빳빳하게 치켜들던 뻔뻔함도
빠른 붓질 아래선 그저
밑바닥에 불과할 뿐
한 겹 그리고 한 겹 때론
또 한 겹으로 너덜한 곳을 덮는다
세상에 용서 못 할 건 없다
거짓도 배신도 다 사람이 하는 일
페인트로 칠하고 덮는 사이
날이 밝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