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억새를 보다 - 水流 손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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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20 сен 2024
- 민둥산, 억새를 보다
수류 손성태
비 내린 아침, 민둥산 오름세는 미끄럼틀 같아서
어린아이처럼 거꾸로 오르는 비탈길
쭉쭉 뻗는 잣나무 옆에
헐벗은 채 나동그라진 소나무 둥치를 쓸쓸히 지나
산허리를 허물 벗듯 휘돌아 오르니
민둥산 허허로운 빛이
떡갈나무 이파리 위에 불긋하다
빛 따라 기어오른 어린 소나무, 가지를 팔방으로 뻗쳐
목을 축이는 집광판
키 재기의 슬픈 가계를 다독이고,
한허리 펴고 뒤돌아보니
검푸른 삶의 바다여!
어느새 찾아온 운무, 공중에 난분분하고
내 정수리에도 하나씩 둘씩
억새꽃이 피었다
돌계단은 심심해서일까
용케 기어오른 생의 꼭대기, 하오下午
쿨까당, 엉덩방아 찧으며
미끄럼 타며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