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삐걱, 후두둑⋯⋯🌙깊은 밤, 천천히 허물어져 없어지는 것 [무너지는 폐허] ASMR 앰비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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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16 июл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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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간을 싫어한다.
    그들은 시끄러운 소음과 수많은 물건들로 나를 포화시켰다. 단단히 얽힌 세월을 허물고, 자꾸만 색을 덧입혔다. 나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인간은 나의 겉과 속을 남김없이 포장했다. 뜨겁고 습한 날이면 모든 문을 걸어잠궜다. 더운 바람이 길을 내는 일은 퍽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인간은 그조차 허용치 않았다. 그런 계절이면 벌겋게 익은 겉면과는 달리 속이 자꾸만 차가워져 갔다. 바깥이 추운 때가 그나마 나았다. 지옥불을 삼킨 것처럼 속이 뜨거울지언정 차가운 서리와 눈이불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으므로.
    어느날 마침내, 그들이 나를 두고 떠났다. 기꺼운 일이라 여겼다. 모두 썩 꺼져 버렸으면 싶었으니 잘 되었다 여겼다. 그렇게 나는 적막을 삼켰다. 끝모를 고요의 밤과 한산한 낮이 이어졌다. 이따금 작은 동물들이 드나들었다. 제멋대로 자라기 시작한 몇 포기의 풀과 낮은 나무가 그들에게 은신처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동물은 조용했고, 물건을 가져다 놓지도 않았다.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빛바랜 유리와 새순, 갓 돋아난 꽃들과 스러진 동물의 주검이 주로 나를 이루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에게 찾아온 것은 비극이었다.
    인간이 없는 나는 점차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들이 나를 가꾸어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욱 빠르게 허물어져 갔다. 이름모를 식물의 덩쿨이 기둥 사이로 파고들어 부수었다. 흙과 모래와 자갈이 바닥의 높이를 뒤바꾸었다. 한때 문이라고 불렸던 것은 몽땅 삭아 흰개미의 소굴이 된지 오래였다.
    어느 화창한 날에 내린 우박으로 유리창과 지붕 몇 군데가 뚫렸다. 그것들이 다시 메워지는 일은 없었다. 다만 비와 눈이 흘러들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존재와 존속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내게 인간이 돌아와 주기를 지독히 바랐다. 그러나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를 잊은 인간을 싫어한다. 별이 뜬 시각이면 그 끔찍한 이들이 더욱 짙게 그립기 때문이다.
    - 어김없이 깊어진 밤, 인적이 없는 폐허, 바스락, 삐걱, 후두둑⋯ 잊혀진 건물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소리.
    * * *
    :)
    * * *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위 글은 별도의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글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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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ASMR #아포칼립소ASMR #공부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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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омментарии • 30

  • @NZAmbience
    @NZAmbience  Месяц назад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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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간을 싫어한다.
    그들은 시끄러운 소음과 수많은 물건들로 나를 포화시켰다. 단단히 얽힌 세월을 허물고, 자꾸만 색을 덧입혔다. 나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인간은 나의 겉과 속을 남김없이 포장했다. 뜨겁고 습한 날이면 모든 문을 걸어잠궜다. 더운 바람이 길을 내는 일은 퍽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나, 인간은 그조차 허용치 않았다. 그런 계절이면 벌겋게 익은 겉면과는 달리 속이 자꾸만 차가워져 갔다. 바깥이 추운 때가 그나마 나았다. 지옥불을 삼킨 것처럼 속이 뜨거울지언정 차가운 서리와 눈이불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으므로.
    어느날 마침내, 그들이 나를 두고 떠났다. 기꺼운 일이라 여겼다. 모두 썩 꺼져 버렸으면 싶었으니 잘 되었다 여겼다. 그렇게 나는 적막을 삼켰다. 끝모를 고요의 밤과 한산한 낮이 이어졌다. 이따금 작은 동물들이 드나들었다. 제멋대로 자라기 시작한 몇 포기의 풀과 낮은 나무가 그들에게 은신처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동물은 조용했고, 물건을 가져다 놓지도 않았다. 평화로운 날들이었다. 빛바랜 유리와 새순, 갓 돋아난 꽃들과 스러진 동물의 주검이 주로 나를 이루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에게 찾아온 것은 비극이었다.
    인간이 없는 나는 점차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들이 나를 가꾸어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욱 빠르게 허물어져 갔다. 이름모를 식물의 덩쿨이 기둥 사이로 파고들어 부수었다. 흙과 모래와 자갈이 바닥의 높이를 뒤바꾸었다. 한때 문이라고 불렸던 것은 몽땅 삭아 흰개미의 소굴이 된지 오래였다.
    어느 화창한 날에 내린 우박으로 유리창과 지붕 몇 군데가 뚫렸다. 그것들이 다시 메워지는 일은 없었다. 다만 비와 눈이 흘러들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존재와 존속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내게 인간이 돌아와 주기를 지독히 바랐다. 그러나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덕분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를 잊은 인간을 싫어한다. 별이 뜬 시각이면 그 끔찍한 이들이 더욱 짙게 그립기 때문이다.
    - 어김없이 깊어진 밤, 인적이 없는 폐허, 바스락, 삐걱, 후두둑⋯ 잊혀진 건물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소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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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7iylsim
    @007iylsim Месяц назад +15

    글을 읽는데 순식간에 몰입되어 쓰지도 않은 저의 일기장 본 느낌이었어요. 물론 감히 제가 저런 글을.. 필력은 천지차이지만 😅 과거 그토록 환멸했던 인연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 지금 저의 모습 같아요. 음악은 외롭다기보단 새생명들이 피어나는 새벽의 소리같아 안정감이 들어요. 요즈음 허물을 벗고 새 삶을 기약하고 있어요. 폐허 같았던 저의 마음에도 다시 새롭게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도 장식하고 예쁜 정원도 가꾸고 부지런히 살아가려구요. 항상 좋은 글과 영상 감사합니다!🌱

  • @희깨비
    @희깨비 Месяц назад +34

    글이 너무 슬픈데용,,, F는 웁니다,,

    • @007iylsim
      @007iylsim Месяц назад +3

      T인데 글 읽고 F됨 🥹 이것은 천상계 재능이다

    • @tigerkingdu
      @tigerkingdu Месяц назад

      엉엉 ㅠ

  • @hangttu
    @hangttu Месяц назад +7

    글이 참 좋아요

  • @vaned6004
    @vaned6004 Месяц назад +4

    오늘도 잘 들을게요! 항상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ㅎㅎ

  • @user-ei2qm2cd5s
    @user-ei2qm2cd5s Месяц назад +36

    인간을 끝없이 증오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난 인간이란 존재들을 애정한다

  • @user-sf1ix2sm8j
    @user-sf1ix2sm8j 17 дней назад

    글을 처음 읽을 때는 에어컨을 얘기하는건가..? 이런 추측이 들었는데 끝까지 읽다보니 폐허 얘기였네요 다시 1문단을 읽어보니 소름이..!!! 저는 폐허를 생각하면 ‘낡고 허름하고 구석진…’이 정도로만 묘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낮잠님의 필력은 정말 글을 읽을 때마다 감동 받는 것 같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user-is8bs6wr1d
    @user-is8bs6wr1d Месяц назад +1

    글이...필력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는지 정말 감탄스러움

  • @user-ew5ns8yd5i
    @user-ew5ns8yd5i Месяц назад +1

    감사합니다 ❤

  • @Haxun.
    @Haxun. Месяц назад +1

    감사해요

  • @user-ox7zw6tj8j
    @user-ox7zw6tj8j Месяц назад

    오늘도 잘 듣겠습니다!!

  • @w_mumm
    @w_mumm Месяц назад +2

    약간 더롱다크 게임 느낌이네요
    멸망한 빙하기 세계에서 하염없이 살아남는게 다인데
    저녁에 바람소리 불피우는 소리가 정말 좋아요

    • @user-mk9kh3rt1m
      @user-mk9kh3rt1m Месяц назад

      흔치않은 더롱다크 유저 반가워요 ㅋㅋ

    • @user-yk6vv5ur4q
      @user-yk6vv5ur4q Месяц назад +1

      저는 플레임님 통해 더롱다크 알았어요!! 그 생각 하면서 들으니까 좋은데요!!

  • @user-ti1tv6ki1z
    @user-ti1tv6ki1z Месяц назад

    시험기간 내내 잘 듣고 있어용! 다양한 컨셉이 너무 좋습니다❤

  • @da_on_
    @da_on_ Месяц назад +2

    멋진 글

  • @user-nq3br5qg7d
    @user-nq3br5qg7d Месяц назад +4

    너무 슬픈 걸요 ㅠㅜㅠ 근데 인간에도 적용되는 말 같네요. 적어도 저한테는요. 스쳐지나가서 편함에도 또, 잊은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 @SoundMusicSentences-ii5wc
    @SoundMusicSentences-ii5wc Месяц назад

    멋진 음악 잘 듣고 갑니다. 😊😊

  • @LoFiDoDa
    @LoFiDoDa Месяц назад

    It's very beautiful sound

  • @user-mv4st2pv4f
    @user-mv4st2pv4f Месяц назад +12

    홀로 버려진 폐가로구나. 버려지면 쓸쓸하게 사라져가는거지.....

  • @SaeWon.L
    @SaeWon.L Месяц назад +1

    나를 옭아매고 있는 줄 알았지만, 날 채워주고 있던 것들. 여전히 미우면서도 그립다.

  • @user-yz7vb2do9u
    @user-yz7vb2do9u Месяц назад

    우왕 이번 글도 잘 읽었어요! 영화 월e도 생각나고 폐허가 그려지네요..

  • @sound.salon.
    @sound.salon. Месяц назад

    ❤❤❤

  • @Cherry.J.Hamrang-xd7kf
    @Cherry.J.Hamrang-xd7kf Месяц назад +1

    '폐허'라는 것도 결국 인간이 만든 말이겠죠.
    언젠가 따스함으로 가득 채워졌던, 그러나 이제는 그 머물던 구멍만 남겨진 것들에게 붙이는 이름. 이름을 잃은 것들에게 붙이는 이름.

  • @gamja_dora
    @gamja_dora 4 дня назад

    인간이란 혐오스럽고 추악하고 더러운 존재이다. 하지만 혐오와 추악함과 더러움은 다 사랑이 아닌가? 인간을 싫어하지만 나 또한 인간이기에 그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참으로 지독한 운명이지.

  • @ukmani_
    @ukmani_ Месяц назад

    낮잠님! 네이버 웹툰 ‘보물과 괴물의 도시’라는 작품을 아시나요? 오늘 영상 제목을 보니까 이 웹툰이 생각나서요! 한줄 정리해보자면 잊혀진 유물들과 함께하는 초능력 성장 유사가족 쌍방 구원 서사랄까요
    몇년간 평소에 낮잠님 영상 들으면서 잠도 자고 공부도 하고 있는데 작품이나 게임에서 영감 받으셔서 영상도 만듷어주시더라고요!
    괜찮으시면 이 웹툰도 한번 트라이 해주셔서 기반으로한 asmr 영상 만들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이 웹툰이 부디 낮잠님께도 재밌게 느껴지면 좋겠네요♥️

  • @user-by4ju9xg2b
    @user-by4ju9xg2b Месяц назад +3

    29초전 1빠

  • @Mr-Laka-OG
    @Mr-Laka-OG Месяц назад

    항상 낮잠님의 asmr을 잘 들어왔습니다. 낮잠님은 asmr 소리 자체도 일품이지만 컨셉도 독특하고 뛰어나며 무엇보다 글이 너무 재밌습니다. 책 읽을 시간도 없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책을 읽는 기분이 들어 참 설렙니다. 항상 좋은 컨텐츠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