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소설] [울음소리] 작품 소개
HTML-код
- Опубликовано: 10 фев 2025
- 독자 여러분,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하루가 다른 세상이라더니, 우리 사는 마을 모습이 그랬습니다. 지난 4월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4,500명을 넘으면서 도시 전체가 숨통이 막히는 느낌이었지요. 와중에 아시안 혐오 사태까지 겹치니 황당하기 비길 데 없었습니다. 같은 북미라도 캐나다는 마음 놓고 밤길을 다닐 수 있는 곳이었는데, 참담하고 황당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우왕좌왕하는 중에 겨울이 지나고 다시 오월, 노랗던 민들레 들판은 어느새 하얀 바람꽃을 풀어내고 집마다 신록이 가득합니다. 문득, 며칠 전에 받은 복사꽃 사진 생각이 났습니다. 나이아가라의 작은 누님, 김외숙 소설가가 보내온 복숭아 언덕의 사진과 메시지.
‘복사꽃 이제 기울고 있더라. 꽃이 기울면 쓸쓸하지’
퍼뜩 정신이 들었습니다. 정신 차리자, 귀 기울여 주는 귀한 독자들께 안부 전하자! 여러모로 난감한 세상이지만, 다들 건강하시기를, 편안하시기를 바라며 서둘러 글을 엽니다.
이번 작품은 ‘울음소리’로 정했습니다. 문예지 ‘문예감성’에 발표된 단편입니다. 박진감 있는 전개 속에 드러내는 심상의 날카로움이 한편의 독립 영화를 보는 듯 순식간에 집중하게 합니다. 역시 김외숙의 소설다운 치밀하고 섬세한 흐름이 돋보입니다. 감탄하다 보니 드물게 단숨에 읽은 소설이었네 싶어 다시 천천히 읽어봅니다. 읽을 때마다 다시 보이고 들리는 김외숙 소설의 호흡이 한 편의 시 같습니다. 김외숙 소설의 매력이 이거지 하며, 미소를 짓게 합니다.
소설은 어느 장례식의 하룻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정 사진 속의 아버지, 황혼 이혼을 하신 어머니, 상주인 ‘나’라는 사내 그리고 그의 아내가 등장합니다. 첫 문장부터 긴장됩니다. 그 긴장감은 처음의 속도감을 유지한 채 단숨에, 독자의 가슴 박동을 종결점까지 이끕니다. 주저함 없는 ‘생략과 내포’의 전략을 깔고, 은근한 반복을 이루며 작품의 주제를 명징하게 드러냅니다.
‘형제가 없는 내게 어머니마저 없는 사실에 화가 나 있었다. 서로 물과 불이듯 한 번도 어우러져 웃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평생 살벌한 기운으로 싸우려고만 했으니 그 속에서 나 하나만이라도 생겨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기적인지도 몰랐다.’
‘회갑이 지난 연세에 흔히들 말하는 황혼 이혼을 한 어머니에게 보내는 주위의 시선은 따가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확실한 원인제공은 아버지가 했음에도 어머니에게 유난히 차가웠던 이유는 그 이혼을 어머니가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자식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이혼을 하고도 당당한 어머니나 가슴속에다 시퍼렇게 날이 선 감정을 지니고도 아닌 척 시침 떼며 때만 기다리고 있는 아내. 나는 두 여자가 보여주는 빈틈없는 행동에 숨이라도 막힐 것 같았다.’
‘비난의 손가락질이 쏟아질지언정 먼저 드러내어 그것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은 어머니이지만 같은 잘못을 저지른 자식의 허물만큼은 어머니도 들어주실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머니의 우는 모습 때문이었다.’
‘나쁜 사람이야 당신! 왜 참고 있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는 이기주의자!’
‘어머니 앞에서 난생처음으로 응어리진 속의 것을 드러내고 있는데 자는 줄만 알았던 아내가 난데없이 벌떡 일어나더니 대뜸 소리쳤다. 영정 속의 아버지가 살아나온 일보다 더 놀란 나와 어머니가 한꺼번에 아내에게 시선을 주었다. 날 향한 아내의 노한 눈빛이 거침이 없었다.’
애정없는 부부 사이에서 형성된 자식의 방관적 성향은, 싫어하면서 그대로 답습하는 인생의 굴레를 보여줍니다. 최선의 선택이 뭘지, 각자의 입장이란 얼마나 다른지, 산다는 건 얼마나 뻔한 합리화인지, 영정 속의 아버지는 말이 없고, 남은 사람들은 자기 애상을 참다가 울음을 터뜨립니다.
오랜 마음의 체증에 ‘내’가 울기 시작하자, 어머니와 아내가 따라 웁니다. 아버지의 죽음과 상관없이 각자의 감정에 북받쳐 엉엉 울고 있는 세 사람을 영정 속의 아버지가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각자의 감정에 북받친 울음소리’라는 표현이 우리네 인생의 참모습 같습니다. 마침내 빈소 같다는 마지막 문장이 깊고 푸른 여운을 독자의 마음에 새깁니다.
Music by Kevin MacLeod. Available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Unported license. Download link: incompetech.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