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약속, 아직 남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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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4 авг 2024
  • 나는 우리가 그 동네에서 결혼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용기 내 당신이 사는 서울로 이사를 했었지요. 전에 불안에 떨며 물었습니다. 모든 걸 여기에 두고 거기에 혼자 갔는데 우리 헤어지면 어떡하냐고 말이죠. 당신은 답을 합니다. 도망이라도 가면, 원래 살던 곳에 가서 무작정 찾아내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다시, 여기로 데리러 오겠다고. 나는 당신이 버릴까 무서워했는데, 오히려 너는 내가 도망갈까 두려워했었죠. 그 말이 나만 따라오라는 확신으로 들렸기에, 무작정 따라가리라 다짐했습니다.
    조금의 계절을 넘어 나에게는 하나의 걱정이 생겼습니다. 나는 여기에 너 하나만 보고 왔지만 당신은 여기에서의 많은 책임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당신의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습니다. 지나감이 있고 앞으로가 있습니다. 생업이 있고, 잦은 만남이 있습니다. 이해는 했지만, 보챘지요. 장 보러 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당신이 나간 문을 하루종일 바라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예민해지는 서로의 목소리에 주변 민원이 가득했습니다. 그때마다 숙인 내 고개는 주변의 눈치를 보는 네 표정을 힐끔, 힐끔 바라봅니다. 당신의 시간도 마음도 밤도 미래도 그 모두를 가지고 싶었던 게 나의 욕심 아닌 욕심일까요, 우리는 머지않아 지쳤습니다. 더 슬픈 것은,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멀어지는 것 보다도, 멀어지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헤어짐의 이유였습니다.

    당신은 모르겠지요. 후로 몇 개월은 그곳에 더 살았습니다.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틈틈이 많은 것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가져가면 마음에 짐이 될 것들이 수북했기 때문입니다. 아, 지금은 이사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곳을 벗어날 때엔 귀신 들린 집을 도망치듯 모든 걸 두고 맨몸으로 떠났었습니다.

    그러고도 1년이 더 지났을까요. 옆집의 활짝 연 창문과 내 방 창문을 통해 음악 소리가 흥얼흥얼 들릴만한 계절입니다. 옆집에선 당신이 제일 좋아했던 노래가 새어 나와 당신 생각, 살짝 들었습니다. 나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게 말이죠. 그 노랫소리처럼 선명하진 않지만 흐릿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아주 살짝. 그 약속, 아직 남아있을까요. 그래서 당신이 여기로 왔을까요. 날 찾기 위해 옆집으로 이사를 왔을까요. 이 노래를 틀며 나를 찾는 걸까요. 다시 서울로 가자며 나를 애타게 부르는 걸까요. 없던 기대를 가지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계절이고 그런 저녁이고 그런 선선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약속, 아직 남아있을까요.
    제목과 본문은 작가의 도서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Image : 엽기적인 그녀(movie)
    00:00 포지션 - I love you
    05:30 윤종신 - 1월부터 6월까지
    09:42 이적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14:16 윤도현 - 사랑 two (Acoustic)
    19:47 민훈기 -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23:56 김연우 - 이미 넌 고마운 사람
    28:01 신지훈 - 가득 빈 마음에
    30:58 이적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35:28 도원경 밴드 - 다시 사랑한다면
    39:34 이승철 - 서쪽 하늘
    43:36 성시경 - 두 사람
    47:53 이소라 - 바람이 분다
    51:47 이적 - 같이 걸을까
    54:58 이문세 - 소녀(live)
    58:59 정승환 - 응급실
    01:03:26 신지훈 - 그대 내 품에
    01:06:52 이문세 - 옛 사랑
    01:11:36 성시경 - 희재
    01:16:17 이승철 - 인연
    01:20:58 김범수 - 처음 느낌 그대로
    01:25:29 김동률 - 사랑한다 말해도 feat.이소라(2021 리마스터)
    01:30:19 #안녕 - 해요 (2022)
    01:34:17 김연우 - 청소하던 날
    #플레이리스트 #발라드 #플리

Комментарии • 19

  • @owook
    @owook  5 месяцев назад +34

    나는 우리가 그 동네에서 결혼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용기 내 당신이 사는 서울로 이사를 했었지요. 전에 불안에 떨며 물었습니다. 모든 걸 여기에 두고 거기에 혼자 갔는데 우리 헤어지면 어떡하냐고 말이죠. 당신은 답을 합니다. 도망이라도 가면, 원래 살던 곳에 가서 무작정 찾아내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다시, 여기로 데리러 오겠다고. 나는 당신이 버릴까 무서워했는데, 오히려 너는 내가 도망갈까 두려워했었죠. 그 말이 나만 따라오라는 확신으로 들렸기에, 무작정 따라가리라 다짐했습니다.
    조금의 계절을 넘어 나에게는 하나의 걱정이 생겼습니다. 나는 여기에 너 하나만 보고 왔지만 당신은 여기에서의 많은 책임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당신의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습니다. 지나감이 있고 앞으로가 있습니다. 생업이 있고, 잦은 만남이 있습니다. 이해는 했지만, 보챘지요. 장 보러 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당신이 나간 문을 하루종일 바라보는 일이 잦았습니다. 예민해지는 서로의 목소리에 주변 민원이 가득했습니다. 그때마다 숙인 내 고개는 주변의 눈치를 보는 네 표정을 힐끔, 힐끔 바라봅니다. 당신의 시간도 마음도 밤도 미래도 그 모두를 가지고 싶었던 게 나의 욕심 아닌 욕심일까요, 우리는 머지않아 지쳤습니다. 더 슬픈 것은,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멀어지는 것 보다도, 멀어지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헤어짐의 이유였습니다.

    당신은 모르겠지요. 후로 몇 개월은 그곳에 더 살았습니다.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틈틈이 많은 것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가져가면 마음에 짐이 될 것들이 수북했기 때문입니다. 아, 지금은 이사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곳을 벗어날 때엔 귀신 들린 집을 도망치듯 모든 걸 두고 맨몸으로 떠났었습니다.

    그러고도 1년이 더 지났을까요. 옆집의 활짝 연 창문과 내 방 창문을 통해 음악 소리가 흥얼흥얼 들릴만한 계절입니다. 옆집에선 당신이 제일 좋아했던 노래가 새어 나와 당신 생각, 살짝 들었습니다. 나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하게 말이죠. 그 노랫소리처럼 선명하진 않지만 흐릿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아주 살짝. 그 약속, 아직 남아있을까요. 그래서 당신이 여기로 왔을까요. 날 찾기 위해 옆집으로 이사를 왔을까요. 이 노래를 틀며 나를 찾는 걸까요. 다시 서울로 가자며 나를 애타게 부르는 걸까요. 없던 기대를 가지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계절이고 그런 저녁이고 그런 선선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약속, 아직 남아있을까요.
    제목과 본문은 작가의 도서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00:00 포지션 - I love you
    05:30 윤종신 - 1월부터 6월까지
    09:42 이적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14:16 윤도현 - 사랑 two (Acoustic)
    19:47 민훈기 -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23:56 김연우 - 이미 넌 고마운 사람
    28:01 신지훈 - 가득 빈 마음에
    30:58 이적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35:28 도원경 밴드 - 다시 사랑한다면
    39:34 이승철 - 서쪽 하늘
    43:36 성시경 - 두 사람
    47:53 이소라 - 바람이 분다
    51:47 이적 - 같이 걸을까
    54:58 이문세 - 소녀(live)
    58:59 정승환 - 응급실
    01:03:26 신지훈 - 그대 내 품에
    01:06:52 이문세 - 옛 사랑
    01:11:36 성시경 - 희재
    01:16:17 이승철 - 인연
    01:20:58 김범수 - 처음 느낌 그대로
    01:25:29 김동률 - 사랑한다 말해도 feat.이소라(2021 리마스터)
    01:30:19 #안녕 - 해요 (2022)
    01:34:17 김연우 - 청소하던 날

    • @hey_9228
      @hey_9228 5 месяцев назад

      파사도에서 플리들을때가 저는 제일 행복함 😊❤ 감사합니다❤

    • @user-ep9kb1cq6l
      @user-ep9kb1cq6l 5 месяцев назад

      😅😅😅

    • @ran-xx3ef
      @ran-xx3ef 5 месяцев назад +1

      좋은글 감사합니다.
      겨울지나 봄이 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봄은 설레임의 계절이라 하지만 어찌하여 퍽, 슬픔도 같이 오는것 같습니다. 지금 아픈것은 마음인데
      애써 감추고 싶어서 마른 기침하며 감기인척 합니다.

  • @hey_9228
    @hey_9228 5 месяцев назад +2

    업뎃 계속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단연 최고❤🎉

  • @Mary-im2lg
    @Mary-im2lg Месяц назад

    여행와서 음악 틀어 놓고 😊

  • @user-fq9oz4rv5w
    @user-fq9oz4rv5w 5 месяцев назад

    글이 넘 좋네여..

  • @hey_9228
    @hey_9228 5 месяцев назад +2

    그 약속 , 영원히 없어지지 않아..
    걱정마요

  • @user-mm5qz6qb3q
    @user-mm5qz6qb3q 5 месяцев назад +6

    자격도 없이,
    나는 또
    네가 보고 싶어 ..

  • @user-sq6fy8qs1n
    @user-sq6fy8qs1n 5 месяцев назад +2

    정작가님. 아주 오래된 아련한 옛 기억속에 있던 지금은 처절하고 슬픈 추억들이~~

  • @user-kx2ju3jd8f
    @user-kx2ju3jd8f 5 месяцев назад +2

    플리 제목이 끌려서 들어왔는데 또 정영욱 작가님 플리였네요.ㅎㅎ
    글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당...
    음악도 좋아요..잘 듣고 가요... 감사합니다!! ^^
    24.2.15 21:31

    • @owook
      @owook  5 месяцев назад +1

      늘 읽어주시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user-kx2ju3jd8f
      @user-kx2ju3jd8f 5 месяцев назад

      @@owook 어머나 답글 감사해요☺️👍

  • @user-zq9ls8pv4s
    @user-zq9ls8pv4s 5 месяцев назад +1

    1:39:04

  • @user-wq7pu1io4z
    @user-wq7pu1io4z 5 месяцев назад

    지나가다가 눈물나게하시네 혼나실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 @user-tk8in3xe8z
    @user-tk8in3xe8z 5 месяцев назад

    당신에겐 이미 바래진 약속인가 봅니다

  • @TV-bb1gl
    @TV-bb1gl 5 месяцев назад +1

    2024.2.27 코인전량매도 후
    치솟고있는 코인을 바라보며. 명곡발견

  • @sjjdjsiiw
    @sjjdjsiiw 5 месяцев назад

    1:3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