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인류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 "말레이시아 교복의 이슬람화"_최서연(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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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 окт 2024
  • 한국문화인류학회 창립 60주년 기념학술대회(2018.6.8~9; 서울대 글로벌 컨벤션 플라자)에서 있었던 (세션 31)'이슬람식 복장의 다층적 의미'(사회: 홍석준 교수; 목포대학교)에서 있었던 최서연 박사의 발표를 녹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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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인류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
    "말레이시아 교복의 이슬람화: 통합과 구분의 효과"
    최서연(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다중사회(plural society), 즉 “여러 종족의 사람들이 가까이 그러나 섞이지 않고 하나의 정치단위를 이루고 사는 사회”의 전형으로 여겨졌다. 특히 1969년에 말레이계와 중국계 간의 유혈충돌을 통해 사회의 심각한 분열양상이 표출되면서, 기존 사회질서의 유지에 머물렀던 정부의 역할은 적극적인 사회통합의 추구로 전환되었다. 이 발표에서는 사회통합을 명분으로 1970년도에 도입된 전국 공통의 공립학교 교복이 획일성에 기반을 둔 “통합”과 제한된 자율성을 통한 “구분”의 모순된 효과를 드러내는 현상에 대해 논의한다. 특히 모순된 효과가 여학생의 교복에서 훨씬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들의 교복을 집중 분석한다. “여학생들이 학교에 어떤 옷을 입고 갈 것인가”라는 일상적인 질문은 정책결정자에서 개인에 이르는 다양한 차원의 논쟁을 촉발함으로써 여성의 신체와 복장을 종교, 종족, 계급, 그리고 탈식민지 근대화의 다양성을 조정하는 매개로 만든다.
    말레이시아 남학생의 교복은 무슬림 기도일인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구식” 셔츠에 바지로 통일된다. 반면 여학생에게 허용된 “서구식,” “말레이식,” 그리고 “무슬림식” 교복은 이들 사이에 일상적으로 관찰되는 뚜렷한 외모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흔히 이러한 구분은 종족과 종교의 다양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복장의 구분을 실제로 존재하는 종족과 종교의 차이를 드러내거나 사회통합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로 보는 시각은 구체적인 실천의 사회적 맥락과 의미 그리고 정책의 수립과 변경 과정에 작용하는 복잡한 권력관계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1970년 이후 교복과 관련하여 교육부가 각급 학교에 발송한 공문들은 규정의 세부화 과정과 더불어 정부가 이슬람 부흥운동의 영향력 확장에 대응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말레이 주도의 정부에 의해 강력한 말레이화와 이슬람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교육부가 정한 공통교복의 기본형은 식민지 엘리트 남·여학교의 서구식 교복이었다. 교육당국은 기존 교복을 무슬림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의 통념에 부합하도록 세부적으로 변형시키는 한편 무슬림을 위한 예외규정을 두었다. 이는 식민잔재의 청산과 대안적 근대화를 추구한 이슬람 부흥운동 세력이 노출을 최소화한 무슬림 여성의 복장을 도덕성의 상징이자 종교적 의무로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이슬람 부흥운동의 요구에 대응해 교육부가 제시한 규정들은 거의 여학생의 교복에 관한 것이었다. 공식입장을 명문화하려는 과정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규정의 이원화, 즉 무슬림 여학생과 무슬림이 아닌 여학생의 복장을 나누어 규정하는 성향이 강화되며 이는 종족에 따른 이원화로 그 의미의 영역을 확대한다.
    그러나 이원화된 여학생의 복장규범은 현실의 맥락에서 훨씬 다층적인 구분과 의미로 발전된다. 어떤 맥락에서 교복은 여학생들 사이의 종교와 종족 구분을 개념적인 것에서 가시적인 것으로 전환시키기도 하지만, 다른 맥락에서는 포용적 다문화주의를 통한 사회통합을 드러내는 시각적 매개물이 될 수도 있다. 이 연구는 교복을 통해 고위층의 문화적 성향, 이슬람 부흥운동의 계급적 기반, 지역과 교육배경에 따른 포용적 다문화주의에 대한 태도, 개별학교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이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권력관계가 체계적으로 얽히면서 새로운 구분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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