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벽화 嚴 基 宗 광야엔 깃발이 넘쳐 귓가엔 세찬 바람 칼날 위로 봄이 반짝이면 풀머리 겨우내 일렁이던 마른 풀들의 끈질긴 본향은 달라붙은 채 작은 새들의 부리에 흩어져 말발굽 달리는 해 뜨던 벌판으로 말들의 휘파람 뽀얀 먼지 속으로 사라져간 석양에 물든다. 숨져간 빛 진분홍 선혈이 흩어지는 허공으로의 자유가 불꽃인양 타올라 고향으로 가는 마지막 그리움이 창날에 박힌 가슴의 응고로 굳어가는 수직의 향방이 하늘을 가리켜 그 끝 아득히 보이지 않는 길 미동도 없이 뜬 눈 채로의 정지 전장의 꽃은 지려니 영원한 병사의 잠에서 먼지길 붉은 태양이 또다시 기상나팔을 들어 전사의 대열을 세워 깃발을 치키렴 언제 또 돌고 도는 순회의 부침이 무너져버린 저 성마루를 세우고 바람과 태양의 밥이 되어 검게 타들어간 돌들의 흔적이 그 날의 함성으로 흙피리의 심중을 휘돌아 부활의 노래가 되었구나 높고 빛났던 암석에 벽화로 남아 허물어진 성채에 머리를 박고 무덤 속으로 사라져도 잡초 내리는 뿌리를 타고 풀씨마냥 치솟아 잊을 수 없는 삼족오의 맥박이 창과 날의 비명과 말발굽에 섞여 여기 쟁쟁이 돋는구나.
선생님잘하시네욤ㅎㅎ♡♡
고구려벽화
嚴 基 宗
광야엔 깃발이 넘쳐
귓가엔 세찬 바람
칼날 위로 봄이 반짝이면
풀머리 겨우내 일렁이던
마른 풀들의 끈질긴
본향은 달라붙은 채
작은 새들의 부리에 흩어져
말발굽 달리는
해 뜨던 벌판으로
말들의 휘파람
뽀얀 먼지 속으로
사라져간 석양에 물든다.
숨져간 빛
진분홍 선혈이
흩어지는 허공으로의 자유가
불꽃인양 타올라
고향으로 가는 마지막 그리움이
창날에 박힌 가슴의 응고로
굳어가는 수직의 향방이
하늘을 가리켜 그 끝 아득히
보이지 않는 길
미동도 없이
뜬 눈 채로의 정지
전장의 꽃은 지려니
영원한 병사의 잠에서
먼지길 붉은 태양이
또다시 기상나팔을 들어
전사의 대열을 세워
깃발을 치키렴
언제 또
돌고 도는 순회의 부침이
무너져버린 저 성마루를 세우고
바람과 태양의 밥이 되어
검게 타들어간 돌들의 흔적이
그 날의 함성으로
흙피리의 심중을 휘돌아
부활의 노래가 되었구나
높고 빛났던 암석에
벽화로 남아
허물어진 성채에
머리를 박고
무덤 속으로 사라져도
잡초 내리는 뿌리를 타고
풀씨마냥 치솟아
잊을 수 없는 삼족오의 맥박이
창과 날의 비명과
말발굽에 섞여
여기 쟁쟁이 돋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