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ZOO] 힘의 상징, 하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뿔…코뿔소 / YTN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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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4 окт 2023
  •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동물의 다양한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볼까요?
    [기자]
    오늘은 아프리카의 거대한 초식동물, 코뿔소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코뿔소는 코끼리 다음으로 지구 상에서 덩치가 가장 큰 포유류인데요, 기본적으로 1톤 이상, 많게는 2톤에서 3톤까지도 몸무게가 나갑니다. 성인 남자 몸무게의 20~30배 정도 되는 덩치인데요, 초식동물인 만큼 이 몸무게를 풀만 먹고 유지하는 거죠. 보통 하루에 건초 같은 풀을 15~20kg 정도 먹는다고 하는데요, 동물원에 있는 코뿔소의 경우는 사과나 바나나 같은 과일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앵커]
    덩치가 큰데도 초식동물이라니 코끼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코끼리도 화가 나면 빨리 움직이잖아요, 코뿔소도 달릴 수 있나요?
    [기자]
    네, 코뿔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끼리의 경우 평소에는 시속 4~6km 정도로 이동하다가 위협을 느끼거나 적을 공격할 때는 시속 40km까지 달릴 수 있는데요, 코뿔소도 이와 비슷하게 시속 40km 이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코뿔소는 덩치는 크지만, 발바닥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데요, 마치 우리가 런닝화를 신은 것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달리는 데 유리한 것입니다.
    또 코뿔소는 이름에 '소'라는 말이 들어가서 소의 일종, 그러니까 우제류로 생각할 수 있는데요, 우제류는 보통 뒷발의 발굽이 짝수입니다. 그런데 코뿔소는 발굽이 3개거든요, 그래서 말이나 당나귀와 같이 '기제류'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역시 아무리 덩치가 큰 동물이라고 위협을 느끼면 생존을 위해 여러 무기를 쓰게 되는데요, 코뿔소는 보기에도 상당히 위협적인 동물이잖아요? 야생에서도 공격성이 강한 편인가요?
    [기자]
    코뿔소는 같은 초식 동물인 하마와 다르게 상당히 온순 한 편이라고 합니다. 생김새는 마치 갑옷을 입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물론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영역을 침범하거나 먹이를 건드리면 당연히 자신의 무기인 뿔을 이용해서 공격하게 됩니다.
    특히 코뿔소는 시력이 좋지 않은 대신 후각과 청각이 매우 발달해 있는데요, 이런 감각을 이용해서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앵커]
    청각이 발달해 있으면 시각적인 자극보다 큰 소리에 놀랄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동물원 사육사의 말을 들어보면 코뿔소의 경우 관람객들이 큰 소리를 내면 매우 놀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코뿔소와 같은 야생동물은 특히 사람의 소리를 무서워한다고 합니다. 캐나다 연구팀이 야생에 있는 코끼리와 코뿔소, 기린, 얼룩말 등을 대상으로 연구해 봤는데요, 야생동물들이 몰려드는 물웅덩이 근처에 카메라와 스피커를 설치하고 10m 안으로 접근하면 자동으로 소리가 나도록 해 봤습니다.
    여기에는 사람이 말하는 소리, 사자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 총소리와 같은 사냥 소리, 또 새 울음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포함됐는데요, 이렇게 해서 얻은 동영상 1만5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야생동물들은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무서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동물들은 사자 울음소리나 사냥 소리가 들릴 때보다 사람 목소리가 나올 때 40% 더 빠르게 움직이고 도망치는 비율도 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코뿔소의 경우 사자 소리가 날 때보다 사람 목소리가 들릴 때 더 빨리 물웅덩이를 포기하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야생동물들이 사람을 '슈퍼 포식자'로 여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요,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서 '슈퍼 포식자'에 대한 동물들의 공포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코뿔소는 이름에서 처럼 단단한 뿔이 있잖아요, 뿔을 이용하면 어떤 위협이든 이겨낼 수 있을 텐데요?
    [기자]
    네, 아무래도 코뿔소의 상징이 이 뿔인데요, 겉으로 보면 단단한 뼈로 되어있는 것 같지만, 사실 코뿔소의 뿔은 사람의 머리카락이나 손톱과 같은 케라틴 성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CT로 촬영해 보면 코뿔소의 뿔은 중심부로 갈수록 칼슘과 멜라닌이 더 많이 쌓여 있는데요, 그래서 단단해지는 거죠. 이렇게 피부세포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만큼 코뿔소가 살아있는 동안 뿔은 계속 자라게 되는데요, 보통 1년에 3~8cm 정도 자라고요, 최대 150cm까지 뿔이 자란 코뿔소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그런데 뿔이 계속 자라도록 내버려둘 순 없겠죠. 코뿔소는 뿔을 나무나 바위에 가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일정 길이의 뿔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뿔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이 때문에 밀렵도 많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사실 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겠죠?
    [기자]
    물론 사실이 아닙니다. 코뿔소의 뿔이 자양강장에 좋다, 진통 해열 효과가 있다, 심지어 항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코뿔소의 뿔에는 아무런 영양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루머로 인해서 코뿔소의 뿔은 무기이자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 때문에 일부 남아프리카의 보호구역에서는 코뿔소의 뿔을 미리 잘라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앵커]
    뿔이 있는 건 있어야 될 이유가 있어서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뿔을 잘라도 코뿔소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나요?
    [기자]
    네, 수의사가 진정제를 놓고 눈과 귀를 가린 뒤에 코뿔소의 뿔을 쇠톱으로 잘라내는데요, 신경이 없기 때문에 코뿔소가 고통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코뿔소의 뿔은 사람의 손톱처럼 다시 자라기 때문에 이렇게 반복적으로 잘라주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코뿔소의 뿔을 자르면 신체적인 문제는 없지만, 다른 부작용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학자들이 남아프리카 보호구역 10곳에 사는 코뿔소 360여 마리의 움직임을 추적해 봤는데요, 뿔이 잘려나간 코뿔소의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활동범위가 평균 45.5%,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코뿔소 개체 간의 편차는 있었는데요, 한 수컷 코뿔소는 자신의 영역 가운데 20%를 잃은 반면, 또 다른 수컷은 원래 활동하던 영역의 무려 82%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또 이 코뿔소는 다른 코뿔소와 어울리는 등 사회적 관계도 37% 정도 줄어들었는데요, 뿔이 잘려나감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이 본능적으로 위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과학자들은 밀렵을 막기 위해 뿔을 절단하기는 했지만, 코뿔소의 행동을 제한하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딜레마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잘라낸 자리에 보형물이라도 붙여줘야 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아직도 코뿔소 뿔에 효능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아서 밀렵이 이뤄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안타깝게도 코뿔소의 뿔은 아직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밀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에 좋다는 속설과 함께 코뿔소 뿔을 장신구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암시장에서는 코뿔소 뿔이 금보다 6배 정도 높은 가격에 팔린다고 하는데요,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겠죠.
    이 때문에 코뿔소는 점점 더 멸종에 가까워지고 있는데요, 특히 우리가 기사로 많이 접하는 코뿔소 종이 북부흰코뿔소입니다. 북부흰코뿔소는 지난 2018년, 유일하게 살아있던 수컷 한 마리가 죽으면서 이제 지구 상에 암컷 단 두 마리만 남은 상태인데요, 자연 번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능적인 멸종 상태입니다.
    현재 남은 두 마리는 엄마 나진과 딸 파투인데요, 현재 케냐 정부에서는 이 모녀 코뿔소를 이용해서 북부흰코뿔소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암컷만 남아있다면 사실상 번식이 힘들 것 같은데요, 어떤 방법으로 종 복원이 가능한 건가요?
    [기자]
    우선 지난 2020년에 국제 공동 연구팀이 나진과 파투의 난자 10개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이 난자는 극저온의 냉동과정을 거쳐서 이탈리아 연구소로 옮겨졌고요, 과학자들은 기존에 보관해뒀던 죽은 수컷의 정자와 이 난자들을 인공수정해서 배아를 생성한 뒤에 북부흰코뿔소가 아닌 남부흰코뿔소의 자궁에 이식해 새끼를 낳게 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또 다른 희망이 생겼는데요, 또 다른 국제 연구팀이 지난 2015년 체코 동물원에서 죽은 북부흰코뿔소의 피부조직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배양한 뒤, 난자와 정자로 발전할 수 있는 '원시생식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난자와 정자를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배아를 만든 뒤에 대리모를 통해 개체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훨씬 더 많은 개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습니다.
    [앵커]
    코뿔소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는데요. 사자 울음소리보다 사람 목소리를 더 두려워한다는 게 혹시 밀렵 때문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서 씁쓸하네요. 잘 들었습니다. 이동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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