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도 길다! 쥘 베른도 멀미하는 6분 간의 세계 일주 (문학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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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14 дек 2024
- 꾸준히 읽히는 고전 80일의 세계일주의 내용과 그것이 현대 사회에 가지는 의의를 함께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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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어스 포그가 떠난 80일간의 여행은 아주 사소한 논쟁에서 시작됐습니다. 논쟁의 발단은 그보다 며칠 전 은행에서 발생한 도난사건이 원인이었는데요. 오리무중인 도둑의 행방을 놓고, 교통의 발달로 인해 도둑이 이미 먼 나라로 도망쳤을 거라는 의견과 그만큼 도둑을 잡아 오기도 쉬워졌을 거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그리고 논쟁에 확실하게 불을 지핀 건 바로 그 한 마디였습니다. “아무리 세계일주를 하는데 석 달 밖에 안 걸린다고는 하지만...” 그러자 묵묵히 카드 게임에만 몰두하던 필리어스 포그가 대답했죠. “80일이면 충분합니다.”
필리어스 포그는 그 길로 세계여행을 시작합니다. 2만 파운드, 지금 우리돈으로 계산하면 약 30억 원에 해당하는 막대한 내기돈을 걸고 말이죠. 이 돈은 자신의 재산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의 여행 경비가 될 터였죠. 80일, 시간으로 따지면 1920시간 뒤, 날짜로는 1872년 12월 21일 오후 8시 45분이 그가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자, 그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내기를 걸 수 있었을까요? 사실 여기에는 그가 여행을 떠나기 2~3년 전에 벌어진 몇몇 사회적,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무렵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에선 약속이나 한 듯 거대한 공사가 잇따라 마무리 되었는데요. 바로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개통, 드넓은 인도 땅을 관통하는 인도반도철도 완공, 북아메리카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미국 대륙횡단철도 개통이 그것이죠. 수에즈 운하와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3년 전인 1869년, 인도반도철도는 2년 전인 1870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어찌 됐건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는 80일간의 대장정을 떠나게 됩니다. 그를 용의자로 의심해 뒤따른 형사 픽스도 함께 말이죠. 물론 그의 여행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인도에서 철도를 따라 여행하던 도중 선로가 끊어져 코끼리 등에 올라 이동하기도 했고, 밀림을 지나던 중 남편을 따라 화장당할 위기에 처한 아우다 부인을 구출하기도 했죠. 배를 놓치거나 간신힌 탄 배가 태풍을 만나는 것도 예사였습니다. 미국 대륙횡단철도에선 원주민들에게 잡혀간 그의 하인 파스파르투를 구하기 위해 위협을 무릅쓰기도 했죠.
자,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는 사교클럽 회원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2만 파운드의 판돈이 여지 없이 날아간 상황. 하지만 반전이 일어납니다. 실제로는 자신들이 약속시간보다 24시간 일찍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무슨 이야기냐고요? 바로 해가 뜨는 동쪽 방향으로 세계 일주에 나선 탓에 경도 1도를 지날 때마다 4분씩 하루가 짧아진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즉, 그는 태양이 자오선을 지나는 모습을 80번 봤지만, 런던에서 그를 기다린 회원들은 79번밖에 보지 못했던 거죠. 결국 판돈으로 걸린 2만 파운드는 그의 차지였습니다.
사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도 많이 각색되었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는 않은 소설입니다. 이 책의 줄거리와 관련해 경제학과 인문학에서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 가지 화두를 던지는데요. 오늘은 그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다뤄볼까 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화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입니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가능하게 했던 수에즈운하와 인도반도철도, 미국 대륙횡단철도는 모두 대규모 노동력이 들어감으로써 완성될 수 있던 사업이었습니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10년에 걸친 건설기간 동안 연인원 15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노동력이 투입되었습니다. 물론, 인부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리 만무했죠. 인도반도철도는 영국의 면제품을 인도에 보급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철도의 개통 이후 전통 면직물을 생산하던 인도의 노동자들은 자연스레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대륙횡단철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초라도 빠르게 철도를 깔려는 철도 업체들의 경쟁으로 인해 수많은 목숨이 절벽과 언덕에서 사그라져 갔죠. 굳이 세계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혹은 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니 말이죠.
두 번째 화두는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입니다. 우린 마음만 먹으면 단 며칠만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와 있습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외에도 [해저2만리], [지구 속 여행] 등을 저술한 쥘 베른이 상상한 잠수함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우주로도 우리는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죠. 앞으로 어떤 시대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가령 로봇공학의 3원칙을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한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자신의 소설 [파운데이션]을 통해 우리가 지구에서 살았던 것마저 잊어버린 은하제국의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가 올 수도, 혹은 지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아주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을 맺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어떤 시대를 맞이하더라도 그건 결국 우리가 만든 결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죠.
우리가 책을 읽고, 무언가를 배우고,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는 이유는 단지 나 하나의 변화만을 위한 것을 아닐 겁니다. 오래 전 쓰여진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단지 ‘읽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의 부조리와 불편을 생각하고 변화를 꿈꾸는 계기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고전이 여전히 우리에게 읽히고 있는 이유일 테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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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여 요약❤
4년 전 영상인데도 하트를 ❤감사해여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이렇게 소개되니 반갑네요ㅎㅎ 잘봤습니다!
3:10 2만 달러
아 내 피파 소리구나
앜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피파하시나? 피파 브금인데
하. 나같으면 가만히 있을 듯.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굳이 왜 해?
소설이니깐요?
@@Lukasdadada 흠. 그럴 수도 있겠네요. 돈 날릴 지도 모를 상황에 굳이 불안하게 세계 일주하면 안되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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