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반 각별 경사 독백 - 비가 내렸다, 과거가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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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2 сен 2024
  • 비가 내렸다. 차가운 소나기가 손바닥에 떨어졌다. 공기는 의외로 맑았다. 이 빌어먹을 세상이, 오늘따라 아름답게 보인건 왜일까. 이 빌어먹을 뇌가, 오늘따라 아름다운 생각들을 떠올린건 왜일까.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돌아갈 수 없어서? 후회되서? 그딴 사사로운 이유가 아니다. 과거가 후회되고, 돌아갈 수 없다면 애초에 이딴 후회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원하는 것은. 과거보다 지금 이 빌어먹을 현재가 괴로웠다. 그래서 돌아가고 싶다는 욕구와 욕망이 화르륵, 마음 속에서 불을 지폈다. 젠장, 빌어먹을. 이딴 욕은 마음 속에서만 뱉을 수 있는 말일뿐이다. 마음 속에서만 할 수 이유는 결국에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미안해, 아직도 난 과거를 그리워하며 현재에 괴로워 할 뿐이야. 올가미처럼 점점 목을 옥죄어 오는 현재의 고통이, 식도가 타버릴 듯한 도수의 알코올보다 더 괴롭다면, 넌 어떨 것 같아? 사실 별거 아니야. 미칠듯한 괴로움을 식도가 녹아내릴 정도의 알코올로 잊어버리면 돼. 얼마나 과음을 하든, 식도가 녹아내리든, 돈을 다 써버리든. 내일의 숙취를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식도에 알코올을 쏟아부어. 자연스레 현재의 괴로움 대신, 식도가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잠시 잊을 수 있어. 지쳐 잠들 때까지 마시는 거야. 지쳐 잠들기 전에는 세상이 맑게 보여, 진짜야. 사실 보고 싶은 것을 보는 환각에 사로 잡힌 것이였을지도 모르지만.
    늘 즐겨먹던 위스키는 ' 메이커스 마크 캐스크 스트렝스(Maker's Mark Cask Strength) ' 일까나. 흑설탕의 까끌까끌함과 스파이시 맛이 식도를 울리는 느낌. 식도가 따끔따끔해질 때 쯤, 치고 들어오는 약한 바닐라 향. 계속 들어가는 위스키라서 술이 떡이 되서는 기절할 때까지 마셔댔었지. 덕분에 아무 생각 없이 위스키를 즐기고 싶을 때 많이 먹던 술이였고 말이야. 식도가 타 들어갈 때까지 즐겨야 과거를 잊을 수 있었으니까. 뭐, 도수가 50도가 훌쩍 넘으니, 식도를 긁어대는 느낌은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유일하게 기억을 잊게 해주는 물품.. 그것에 가까웠으니까. 술이란게 참 신기해. 삶의 대한 의지를 잃어버렸는데, 그 의지를 죽음에 가깝게 하여 다시 살려내는게 말이야. 도수 높은 술 한잔은 식도를 녹이는 듯한 고통을 주니까. 그걸 몇잔 마시다보면 어느샌가 죽음이 눈 앞에 아른거리는 느낌이지. 죽음이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면, 잊어버렸던 삶의 대한 의지가 떠올라. 의지를 느낀 후엔, 몇십병이 가득 쌓여 있는 ' 메이커스 마크 캐스크 스트렝스(Maker's Mark Cask Strength) ' 를 바라보며, 이것을 모두 계산해야 한다는 경제적인 생각이 떠오르곤 하지. 그런 다음엔 헛웃음 한번을 내뱉고는 욕망을 떠올려. 언젠가 돈 한번 벌어서 이 위스키를 원없이 쌓아놓고 마시겠다고. 그게 다야. 돈 많이 벌면 하고 싶은게 그것밖에 없어.
    인생이란게 정말 뭘까? 수도 없이 혼잣말로 내뱉은 질문에는 점졈 아득해져가는 정신에 취해있어. 곧 정말 기절하듯이 쓰러지겠다는 생각을 받을 때 쯤엔, 이미 글렀어. 눈을 다시 뜨면, 어느새 사무실 한켠에 놓여있는 소파 위. 미칠듯한 숙취에 헛구역질을 몇번 하다 말아. 머리가 진짜 깨질 것 같은데, 일어나려는 욕구가 생기지를 않아. 이러다 진짜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이 사무실 바닥에 개워내게 생겼는데, 그래도 일어나려는 욕구, 생각조차 들지를 않아.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리는 말초 신경계가 아스라진 느낌이야. 시야는 빈혈을 간접 체험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지러워. 아니, 사실 그것보다 더 심할지도. 평소 멀미 같은게 없는데 죽기살기로 술을 마시다보면 어느새 멀미가 생겨나더라. 저 편에 있는 것들이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소파에 기대어 누워. 우욱 - 아니. 이건 섣부른 판단이였어. 앉아있는게 더 낫더라. 아무튼 그래. 그리고 어제의 나에게.. 정확히 말하면 새벽의 나에게 미친듯이 속으로 욕을 퍼붓기 시작하지. 빌어먹을 김각별 이 개자식아 - 가 처음이야. 그 뒤로는 형용할 수 없는 문자들이 나열된달까. 솔직히 미쳐버리겠는 숙취에게 뭘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게 최선이지 뭐.
    쌕쌕거리는 숨, 여전히 비틀거리는 시야, 깨질듯한 머리, 울렁이는 속사정. 빌어먹을 숙취, 진짜 김각별 이 개자식을.. - 또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이러면 좀 나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야. 오해 마. 나아지는 ' 것 ' 같은 거니까. 주머니는 왜 가벼울까? 트흣, 정말로 어이가 없음에, 헛웃음이 나왔다. 월급날이 얼마나 지났더라? 달력을 바라보니 다음 월급날까진 아직 멀었다. 당분간 커피 한 잔으로 버텨야 하나. 빌어먹을 인생. 아 - 개같다. 진짜 개같네. 진짜로.
    몸상태가 조금 나아졌을 때에는, 술 냄새가 가득 베어있는 와이셔츠에 향수를 뿌린다. 옷에 향수를 뿌리는게 아닌, 향수에 옷을 적신다는 느낌으로 가득. 애매하게 한다면 술 냄새와 향수 냄새가 섞여, 이도저도 아닌 냄새를 만들어내니까 이렇게 해야한다. 입은 대충 가글로 한두번 헹궈준 후, 커피 향이 날 수 있도록, 커피 한모금을 홀짝인다. 밖은 여전히 비인지, 소나기인지 모를 것이 내린다. 비가 오면 나는 특유의 비의 꿉꿉한 냄새가 퍼진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좀비 꼴이였다. 충혈 된 눈동자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집에 들어간게 언제더라 - 화장실에서 모습을 정돈하며, 생각에 잠겼다. 거울에 비친 황금빛 금안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과거가 그립네. 진짜로.
    팀원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하나 같이 모르는 척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건지. 붉게 충혈 된 두 눈을 모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 이런 꼴이여도 술 냄새만 안 나면 다들 못 알아차리는건가? 식스센스, 감각을 남들보다 몇배는 크게 알아차리는 덕개 경장도? 눈썰미가 좋아, 어느 한 부분이 바뀌어도 단박에 알아차리는 수현 경사도? 다들 정말 모르는 척인가? 밖에는 비가 내려서인지, 모두의 옷과 머리카락은 약간씩 젖어있었다. 그냥 갑자기 궁금해졌다. 여기 모두도 현재보단 과거가 더 아름다웠을까? 라고. 묻긴 싫었다. 묻는다면 난 과거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소문내고 다니는 것과 같으니까. 그래서 혼자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과거가 행복해서가 아닌, 현재가 괴로워서 - 라고. 혼자 다독인다. 아까 홀짝였던 커피 한모금의 내음이 입안을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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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상 님 호칭 제거

Комментарии • 5

  • @Kim_Soseol
    @Kim_Soseol  Год назад +1

    "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은, 과거가 행복해서가 아닌 현재가 괴로워서가 아닐까? "
    수현 경사는 중얼거렸다.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도 모른 척한 자신이 조금 미워졌다. 위로하자 결심해도, 어느새 주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다.
    - 보면서 같이 들으면 좋은 노래 : ruclips.net/video/bjFMG8BT144/видео.html (가사에는 의미 없습니다)

  • @Enbyoul26
    @Enbyoul26 Год назад +1

    와... 자기 전 최고의 선물이네요! 잘보고 갑니당(๑ơ ₃ ơ)♥

    • @Kim_Soseol
      @Kim_Soseol  Год назад

      감사합니다~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 @김지민-s4p3z
    @김지민-s4p3z Год назад +1

    각경사님 독백 소설이라니..💖 술 이름까지 디테일 완전 짤어요👍 잠들기 전에 최고의 선물을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소설님도 좋은밤 되세요❤🔥

    • @Kim_Soseol
      @Kim_Soseol  Год назад +1

      감사합니다! 좋은 금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