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시작이여. 혹시 빠지면 거기 살아야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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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0 сен 2024
  • 귀때기청봉을 앞에 두고 거대한 너덜길이 시작된다. 길이 아니다. 마구잡이로 뿌려 놓은 듯한 바위들이 끝도 없이 흩어진다. .
    잘못 디뎠을 경우 바위틈으로 빠지기 십상이다. 스틱을 접고 기어오른다. 절벽을 뛰어다니는 산양처럼 어디를 디뎌야 할지 빠른 판단과 점프가 필요하다. 두 다리와 등산화를 믿지 못하면 안절부절 엉금엉금 스트레스 가득한 너덜길이다. 끝 없는 하산길에서 아직도 보여줄 게 남은 설악이 발목을 붙잡는다.
    이번에도 등산보다 하산이 훨씬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알량한 마음은 너덜 바위에서 너덜너덜해지고 귀때기청봉을 점령한 날벌레들에게 귀싸대기를 맞고 쫓겨난다. 보잘 것 없는 놈을 이끌어 주시고 그 의미를 되새겨주신 산신령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계령에서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매일지
    삼만 육천 오백 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매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Комментарии • 5

  • @김선-b9j
    @김선-b9j 15 дней назад +2

    좋아하는 노래 한계령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즐감~^^

    • @MARIUS-k3b
      @MARIUS-k3b  15 дней назад +1

      20대 시절 하덕규가 자살을 꿈꾼 이야기와 정덕주 시인의 척박한 삶이 한계령에 있습니다. 정덕주의 을 읽다가 눈물이~~

  • @manggree
    @manggree 9 дней назад

    안녕하세요 맹그리인생입니다 ❤
    친구님이 오디로가는지 모르시면 우린 어째요~ㅋㅋㅋㅋㅋ
    근데 운무가 참 멋지네요
    너무 아름다워요.
    날파리~~~ㅜㅜㅜ
    함께 소통하며 오래갈수있는 좋은친구되길 바랍니다 🙏
    ❤316~~🎉🎉🎉🎉🎉🎉
    손잡고갑니다 ~^^

  • @MARIUS-k3b
    @MARIUS-k3b  15 дней назад

    은 '시인과 촌장’의 멤버 하덕규가 작곡했다. 일찍이 성공했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던 20대의 하덕규는 세상을 등지려 설악산에 올랐고. 산은 청년을 받아주지 않았다. 우지 마라, 내려가라, 지친 어깨를 떠미는 한계령은 산쟁이들의 가슴을 아리는 명곡이 되었다. 훗날 원작자로 알려진 정덕수의 시집 도 설악산에서 태어난 시인의 척박한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한계령에서 귀때기청봉으로 가는 바위들 틈에 빠지지 않았건만 지친 다리를 주무르며 듣는 한계령 시와 노래에 푹 빠져든다.

  • @MARIUS-k3b
    @MARIUS-k3b  15 дней назад +1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매일지
    삼만 육천 오백 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매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정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