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사는 일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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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10 ноя 2024
  • 사는 일
    나태주 -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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