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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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9 ноя 2024
- 급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시인은 ‘의미 없는 시간의 한 구석’에 버려졌다고 느낀다. 아내의 부재는 모든 곳에서 왔다. 겨울이 깊어져도 바뀔 줄 모르는 여름 이불로, 단추가 떨어진 와이셔츠 소매로, 김치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도마로, 커피 머신으로 양치 컵으로 쑥갓으로, 아내는 ‘없음’의 모습으로 시인의 곁에 내내 머문다.
슬픔을 꾸역꾸역 삼키며 보낸 시인의 지난 시간들이 이 시집에는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담겨 있다. 혼자 간 마트에서 몇 번씩이나 두리번거리며 떠난 아내를 찾는 시인의 황망한 뒷모습을 눈으로 본 것 같다. 홀로 백내장 수술을 하러 간 병원에서 꼿꼿이 선 채 아내와 동행한 남자들을 빈 마음으로 바라보았을 시인의 뒷모습도 본 것만 같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시인이 안간힘을 다해 걸어온 그리움의 시간에 젖어있다 보면 ‘살다 보니 살아지더라’란 그의 고백에 마음이 뻐근해진다. 아내의 부재를 통과해 걸어온 시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어둠 속에 버려진 것 같은 시간을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는 아마도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