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선 시낭송 아카데미 꽃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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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5 фев 2025
- 꽃, 그 시적 형상의 구조와 미학3
중앙일보 입력 1979.01.12 00:00
육사 이원녹은 일제시대를 독립 투사로서 살며 빼앗긴 조국에 대한 비애와 염원을 시로 형상화한 시인으로 알려져있다. 그의 생애에서 알 수 있는 바 부단한 옥고와 빈궁으로 점철된 삶에서도시대의 거센 격랑을 남성적 의지로 극복하려 하였던 그는 시인이기에 앞서 열렬한 항동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도 이러한 삶을 기반으로 하여 독자적인 세계를 현상화하였음은 빼놓을 수 없는사실이다. 김소월과 마찬가지로 이육사도 필자가 논점으로 하고 있는 꽃의 심상을 그의 주된 시적 관심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시에 보이는 꽃의 심상들은 그의 시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꽃 교목 등을 중심으로 이육사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분석해보기로 하자.
3.이육사시와 꽃의 심상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나리잖는 그 때애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북쪽 쓴드라에드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음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보노라.
―꽃 전문―I
이 시는 꽃을 제명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독특한 꽃의 심상을 제시하고 있다. 제1연에서 하늘도 끝나버린 극한적 상황에서 풀려져 나오는 시적 발단은 비 한 방울 나리쟎는 메마른 세계에 꽃이 피지 않는가라는 역실적 반문을 제기하여 자아가 영위하는 현실적 삶의 극한적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제2연에 등장하는 꽃맹아리는 시련의 겨울을 시간적 배경으로 갖고 있으나, 마침내 개화 할 수 밖에 없는 자연의 원리를 약속이라는 시어로 집약한다. 어떤 겨울의 시련에도 꽃맹아리는 움터오고 제비 떼 날아오는 봄이 돌아온다는 것은 이 시인이 삶에 대한 강한 신념의 소유자임을 알게 한다. 우리는 제3연에서 제1연의 메마르고 고갈된 실상과 달리 왕양한 바다의 심상과 더불어 꽃 성이라는 만개 된 꽃의 세계를 이 시인이 상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꽃성의 세계는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 실현된 새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가 서 있는 세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한적 세계이다. 제3연 마지막 행에서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는 오늘과 여기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매우 시련에 가득찬 상태에 있음을 암시한다. 이와 달리 매우 낭만적인 시상을 불러 일으키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은 꽃성에 존재하는 것들인데, 학자는 그들을 부르는 것이다.
꽃성이 바다 한 복판에 있다는 것은 만개한 꽃의 세계가 왕양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며.시의 화자가 하늘도 끝나고 비도 오지 않는 극한지에 있다는 심상과 대조적인 점이 확인된다. 극한의 세계에서 피는 꽃은 자아의 극한적 옴츠러듬을 말하고, 왕양한 세계의 한복판에 있는 꽃성은 자아의 무한한 펼쳐짐을 느끼게 한다.
이 시의 화자는 꽃성의 세계를 낭만적으로 동경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 이것은 극한적 세계에서 응축된 자아가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 꽃성으로 확장되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시의 계절적 배경이 겨울에 있음은 이 시인의 특징적 의식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겨울의 원형적 심상은 사멸에 있다는것이 일반적인 인심인데, 이 시인은 그러한 사멸을 순응적으로 받아 들이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버리지 못할 약속에 의하여 생성하는 세계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시적 의미를 우리는 광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으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 4, 5연―
지금이라는 현실과 눈내리는 공간에는 매화향기만 아득할 뿐이다. 이육사에 있어서 매화향기가 의미하는 지사적 강직함은 시련의 겨울을 감내하는 적극적이며 남성적인 삶의 자세를 상징하는 것이며, 이것은 오랜 유교적 절사의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임은 이미 거론된 바 있다⑤. 여기에서 우리가 확인할수 있는 꽃의 심상은 구체적 사물로서가 아니라 향기라는 후각적 심상을 통해서 지각되는 형이상의 것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시의 화자가 처한 현실 상황은 처절한 것이며. 이육사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특유한 신념과 정신적 전통에 기반을 두었을 때인 듯하다. 이 시에 보이는 노래의 씨는 우리가 꽃에서 검토한 저버리지 못할 약속과 같은 신념의 강도를 함축하고 있는 생명의 씨앗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이육사의 독자적인 시적세계는 교목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내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꺼꾸러져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교목 전문―
이 시에 보이는 교목의 당당한 남성적 심장은 비장감을 느끼게 한다. 푸른 하늘에 닿을듯 우뚝 선 나무에게 화자는 봄에도 꽃피지 말것을 명령적 어법으로말한다.
봄이 되고 꽃이 핀다는 것은 자연의 순환적 원리이고 생의 원리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의 화자는 그것을 부정하고있다. 앞에서 검토한 꽃 과 광야가 쉴새 없는 시간의 질서 속에서 이 시인이 겨울이라는 극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의 회복을 시화하고 있음과 매우 대조적이다.
교목에서 우리는 자연의 질서가 세월에 불타버린 나무의 심상을 통하여 파괴하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외부적 압력에 대한 자아 내적 응전역의 극한적 반옹을 보이는 것으로서 의지적 명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시인의 의도는 훼손된 현실의 질서를 내면화시킴으로써 표출되는 것인 듯하다.
그 예로 제2연 3행에 등장하는 마음이라는 시어는 교목과 자아가 일치할 수있는 심정적 실마리를 보이는 것이다.
곧 이어뉘우침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제1연에서 봄도 꽃피진 말아라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내면화되고 훼손된 현실에서의 자아의 의미는 제3연에서 교목의 쓸쓸한 그림자의 심상을 필연적으로 요구하는듯하다. 봄에도 꽃피지 않는 나무, 낡은 거미집을 휘두르는 우뚝 선 나무의 심상은 쓸쓸하고 고독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인의 의식은 호수의 물 속에 내면화되고 바람도 흔들 수 없는 부동의 심상을 성취하는 것이다⑥. 제1연에 보이는 하늘에 닿을듯한 교목의 심상이 그 외형적 표현이라면, 제3연에서 바람도 흔들 수 없는 호수깊이 잠기는 교목의 심장은 그 내면화된 의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또 여기서 이 시가 꽃의 시적 전개와 매우 흡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꽃에서 동방의 하늘도 끝난 지점에서 시작하듯이, 喬木 도 하늘에 닿을듯 우뚝 서 있는 나무의 심장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연에서 바다와 호빙의 유사한 물의 심상을 도입한다.
뿐만 아니라 모두 3연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곳도 공통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꽃은 혹한의 겨울에서 봄에의 지향이 저버리지 못할 약속에 의한 확신을 말하고 있음에 대하여, 교목은 의지적으로 꽃 피는 봄을 부정하고 교목의 남성적 심상이 호수에 잠겨 부동하는 내면적 의미로 변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교목 은 남성적 의지가 비장한 최후를 장식하는 의식을 느끼게 하며, 꽃은 어떤 시련이라도 극복하고 회복되어야 하는 생의 원리를 말한다. 교목과 꽃 은 이육사의 시의식의 심층적 양면성을 말해 주는 것이며, 광야가 확보한 시적 공간에서 미래에 피어날 씨를 뿌리는 순간 이러한 의미들이 압축되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육사는 계절의 오행이라는 글에서나는 내 기백을 길러서 금강심에서 나오는 내 시를 쓸지언정 유언은 쓰지않겠소⑦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시를 쓰지 못할 때 화석이 되어 페토를 향기롭게 하겠다는 것이다. 행동의 연속만이 있고, 시를 생각한다는 것은 행동이라는 그의 명제는 그의 시적 본질이 꽃에 보이는 낭만적인 회상보다는「교목」의 장렬한 남성적 심상에 가까운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이육사의 서정시가 가지는 본질적 구조는 극한적 상황에 대결하는 자아의 남성적 신념과 이의 장렬한 함몰에 있다. 힘의 원리를 현실의 원리로 통용하고 있는 그의 시대에 이러한 남성적 의지와 기개가 실현될 수 없음은 명백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육사의 시를 통하여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정면으로 부딪친 시인의 정신사적 증언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꽃, 그 시적 형상의 구조와 미학3
네이버 검색에서 잘 검색이 안되네요 죄송합니다
혹시 배경음악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박효신의 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