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구두 (나의 기도)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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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1 сен 2024
  • (소녀의 기도)음율을 우리딸의 연주로 담아 보았습니다
    검은 구두 (나의 기도)
    전성희(수필)
    식당에서 일행의 구두에 시선이 멈춘다. 어디서 본 듯한 낯설지 않은
    아담한 검은 구두 한 켤레다. 다른 구두와는 달리 다소곳하게 놓여 진
    정갈한 검은 구두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읽는다. 흐트러진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던 엄격하고 강인한 성품과 때로는 온유하면서도 자상하신
    면모를 구두에서 모두 엿볼 수가 있다.
    한 사람의 검은 구두를 살며시 신어 보았다.
    옛 기억을 회상하며 구두를 신는 순간, 아버지의 따스한 마음이
    묻어오는 듯 했다. 이미 떠난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서
    스며오는 것일까 참으로 묘했다. 안으로 스며오는 쓸쓸한
    마음과 발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온다.
    아픈 마음과 포근함이 교차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벌써 50여 년도 훨씬 지난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저녁까지도
    건강했던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 한 저녁식사로 인해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겼다. 의사의 왕진마저 도움이 되지 못 한 채
    야경이 지난 깊은 밤에 점점 증상이 심해져서 대학병원으로
    실려 갔다.전 날 밤 갑자기 아팠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며 난생 처음 가슴이 떨려왔다. 동생들과 기도를
    하다못해 무작정 쏜살같이 골목길을 앞만 보고 달렸다.
    숨이 차서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 세상
    끝까지 달려야만 했다. 나의 유일한 팔 베게였던 아버지를
    잃어선 안 된다는 일념이 북받쳐 왔던 것이다. 아버지의 생존
    그 자체가 내 행복의 길이라는 것을 그땐 진정 몰랐었다.
    집에서 떠난 지 불과 몇 시간 후였을까. 때로는
    삶은 예기치 못한 운명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 주인이 신고오지 않은 구두에서 불길한 예감과 이유 모를
    슬픈 기운이 뒤를 따랐다. 구두에서 까닭도 없이 이별의
    아픔이 묻어나왔다.
    구두는 온몸으로 희생을 감수하면서 신체를 지켜준다. 어릴 땐 자동차도
    흔하지 않았지만 집과 근무하신 학교가 가까운 탓에 아버지는 두서너
    켤레의 검은 구두만 번갈아 신고 다니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구두를 신고 초저녁 골목길을 접어 들 때면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나는 아버지의 구두를 닦는 것을 좋아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구
    두를 신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겐 큰 기쁨의 하나였다.
    아버지는 내 눈빛만 봐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고 계신듯하여
    거짓말은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 습관이 아직까지도
    베여있어 때로는 솔직성이 삶에 적잖게 부작용을 낳게 할 때도
    더러는 있었다. 어릴 때의 기억이 새삼 가슴 안에서 흘러내린다
    아버지의 빈자리가 나이가 들수록 저미어 온다.
    과거는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 것이다
    . 한 번씩 일기장처럼 기억을 꺼내어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긴 공백 기간을 넘어서도 낯설지 않은 기억
    , 그것은 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었다
    현실의 진통을 이겨 낼 수 있는 것도 아버지의 존재이기 때문인가 보다.
    구두에서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지듯이 훗날 나의 자식들은
    무엇을 보면 나의 마음이 전해질까. 내 삶에 화두가 되어 있다.
    (영상에 맞게 변환해서 올려 보았습니다)

Комментарии • 10

  • @Parkhkyoon
    @Parkhkyoon 9 часов назад +1

    수필내용정말감동입니다.현실인지.상상인지몰라도.문장내용은가슴을찡하게합니다잘읽어습니다

    • @전성희시인
      @전성희시인  9 часов назад +1

      수필은 논픽션입니다. 사실이어야만 합니다😂

  • @전성희시인
    @전성희시인  13 часов назад +1

    간절한 기도는 이루어진다고 하였는데.

  • @김순옥-l2i
    @김순옥-l2i 6 часов назад +1

    우리들 마음을 여미어지듯 그리웁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 @전성희시인
      @전성희시인  4 часа назад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건축쟁이김소장
    @건축쟁이김소장 8 часов назад +1

    전성희 시인님 안녕하세요.
    30년이 지난 세월 이지만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이 가동적입니다.자녀들도 전성희 시인님 처럼 효심이 있어 훗 날 전성희 시인님을 그리워 하고 사모할 것 같습니다.
    하루를 살아가며 이 순간이 있어 행복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휴일 편안하게 보내세요.^^

    • @전성희시인
      @전성희시인  8 часов назад +1

      김선생님 배려말씀 있으셔서 저도 힘이 납니다. 같이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이심전심이잖아요

    • @전성희시인
      @전성희시인  8 часов назад +2

      이십년 전에 쓴글인데 30년에서 50여년도 넘은 으로 정정해야겠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 @건축쟁이김소장
      @건축쟁이김소장 5 часов назад +1

      @@전성희시인 네,저는 어머니께서 아버지보다 일찍 돌아 가셔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효도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해드려서 언제나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ㅜㅜ

    • @전성희시인
      @전성희시인  2 часа назад

      못잊어하는 마음이 벌써 효도를 하고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리워하며 사는것도 이젠 행복하다는 생각이듭니다 저는 매일 부모님 기도를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지켜주시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