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 그리고 ... ] 사평역에서 곽 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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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0 сен 2024
  • 사평역에서
    곽 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갚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곽재구
    195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는 [사평역에서](1983) [전장포 아리랑](1985)
    [한국의 연인들](1986) [서울 세노야](1990) [참 맑은 물살](1995)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1999) [와온바다](2012) 등을 출간했다.
    어린이용 동화 [아기참새 찌꾸]와
    기행산문집 [내가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등이 있다.
    #시와음악그리고#김경란시낭송#시낭송

Комментарии • 8

  • @kongchan-I-AM-THAT-I-AM
    @kongchan-I-AM-THAT-I-AM 2 года назад +1

    사평역에서... 참 오랜만에 듣습니다. 참 좋네요.

  • @수아로-g7n
    @수아로-g7n 2 года назад +1

    좋은시 감사합니다!

  • @tv-fu7mn
    @tv-fu7mn 2 года назад +1

    곽재구 선행님의 사평역에서
    아름다운 목소리의 시낭송 감상 하면서 머물다 갑니다 편한밤 되세요

  • @김혜란-b4d
    @김혜란-b4d 2 года назад +2

    엄청 눈이 지금 날리고 있네요.시의 느낌이 저절로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