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교동미술관 기획초대 박종수 특별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환상fantastic의 미학 박종수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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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11 фев 2025
- 2023 교동미술관 기획초대 박종수 특별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환상fantastic의 미학
2023.8.8 TUE - 8.20 SUN
교동미술관 본관 1·2전시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환상fantastic의 미학》
교동미술관은 기존의 회화적 표현에만 머무르기보다 창조적 형상의지를 쏟아내며 굵직한 미학적 견해와 신념을 통해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이루고 있는 지역의 작가들을 조명하여 지역 예술계가 나아갈 가치와 방향성을 공유해가고 있습니다. 동양적인 색채와 역동적인 화면 분할로 전통적 미의 정형을 탐구해온 박종수 화백은 한국적인 풍경으로부터 시작하여 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포스트모던 이미지를 표출해내며 새로운 차원의 미학적 경계를 만들어냅니다. 현실과 관념의 틀을 넘어 작가가 만들어낸 초현실적 환영은 과거와 현재로 상징되는 존재론적 사유와 삶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환상fantastic의 미학’으로 결부되는 그의 작업을 향한 갈망과 집념을 보여줍니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추구했던 한국적 정서와 색감을 바탕으로 한 초현실주의적 화풍 ‘어제와 오늘 사이’ 연작의 최근 저작들을 새롭게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삶의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한 열정의 결과물들을 마주하며 변화하고 생동하는 미술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교동미술관장 김 완 순
박종수 예술과 초현실적 환상
윤 범 모 미술평론가 / 前 국립현대미술관장
광활한 사막의 모래 언덕 같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사막은 아니고 젊은 여체들이 계속 이어져 대지를 이루고 있다.
곡선의 율동 사이로 정장의 신사들이 여기저기 수직으로 서 있다. 저 멀리 허공에는 보름달이 떠 있다. 대지로서 누워 있는 여체와 그 사이에 서 있는 남자들. 묘한 풍경이다. 화가는 이를 ‘삶의 여정(旅程)’이라고 했다. 이질적 소재의 공존, 그것은 현실 너머의 새로운 풍경이다. 그래서 초현실이라고 부를 수 있다. 때문에 푸른 하늘에 새겨진 붉은 입술이라든가, 커다란 바이올린 아래에서 날고 있는 하얀 새, 강변의 유리잔 안에서 수상스키 타는 사람, 비너스 얼굴 위의 커다란 시계와 그 아래의 푸른 사과, 새벽 기차가 달리는 하늘 위를 가득 채운 여체 등등, 상상의 나래는 계속 이어진다.
박종수의 그림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성격이 다른 소재들을 한 자리로 불러모아 새로운 언어를 부여한다. 몽타주 기법의 활용이기도 하지만, 이는 현실을 초극하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긴 조형언어이기도 하다. 박종수는 소년 시절에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단편》이나 《불타는 기린》 같은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미대 시절에는 마그리트의 작품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의 화두는 ’초현실적 환상‘이었다. 1980-90년대의 박종수는 오방색 기조의 전통성 위주의 작업을 했다. 민화적 풍경은 우리 역사에 대한 눈을 뜨게 했다. 십장생의 새로운 주목도 이와 같은 환경에서 나온 것이다. 바로 ’한국적 정체성‘의 탐구라 할 수 있다. 과거의 기억과 오늘의 현실, 이들에 대한 접목은 중요 과제였다. 전통성 위주의 작업은 이제 제2의 현실을 추구하는 초현실적 환상의 세계로 진입하게 했다. 박종수의 덕목은 전통과 현실 그리고 그 초현실이라는 담론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흔히 초현실주의는 형식의 역설적 성격과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에 세계관의 기초로 삼는다고 했다. 여기에 자동 기술법을 도입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예술을 만들었다. 아놀드 하우저는 말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기본 체험은 ‘제2의 현실’의 발견이다. 이 제2의 현실은 비록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나 일상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까닭에, 우리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우리 경험에 드러나는 심연과 공백을 통해서 그 존재를 암시할 수 있을 뿐이다.” 또 하나의 현실, 거기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면서, 또 예술의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그렇다고 박종수의 그림을 초현실주의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다른 서정성이 내재해 있다.
박종수 예술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각박한 현실 사회에서 새롭게 추구한 환상의 세계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시정(詩情)이 넘치고 동화 같은 환상을 자아낸다. 이는 화가의 후덕한 성품에 바탕을 두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환상적 제2의 현실 세계는 우리들로 하여금 예술의 기쁨을 실감하게 한다. 대상을 파고드는 사실적 묘사력과 다채로운 색채 감각 그리고 소재의 자유스런 선택과 상상력. 박종수 작품은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면서 잔잔한 울림을 준다. 박종수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떠올린다.
"나는 예술에서 무엇보다도 리얼리즘을 사랑한다. 환상적인 것에 접근하는 리얼리즘을... 현실보다 더 환상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현실보다 더 있기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