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포이 소설] 첫만남은 고양이로부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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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14 ноя 2024

Комментарии • 75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81

    𝒫𝓇𝑜𝓁𝑜𝑔𝓊𝑒 🐈‍⬛
    "샤론, 오늘도 거기 가는거야?"
    "응. 배고플지도 모르니까."
    "알았어. 난 먼저 가있을게. 어두워지기 전에 와?"
    "다녀올게!"
    한 손에는 간식을, 다른 한 손에는 포근한 담요와 털뭉치를 챙겨갔다. 나만의 약속처럼 언제나 저녁을 먹고 뒤뜰에 숨겨진 작은 풀숲으로 간다. 아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풀만 무성하게 우거진 이 뒤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말이다.
    "잘 있었어 너희? 배고프겠다."
    새까만 털을 자랑하는 레오와 따스한 노란 털을 가진 미스티, 그리고 새하얀 눈처럼 하얀 털을 나풀 거리는 벨라가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요 녀석들 지금은 아주 통통하고 귀엽게 살이 올랐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꼴이 말도 아니였다. 갈비뼈가 살을 찢고 나올 정도로 비쩍 말라있었고 상처가 가득했었다.
    처음엔 이런 애들이 왜 호그와트에 있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들의 애처로운 눈망울을 보자 난 홀린듯 손을 내밀었다.
    지난 몇 년간 자기네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내 마음을 아는지 항상 날 경계하던 이 세마리가 이젠 서슴없이 얼굴을 부벼대기 시작한다.
    특히 레오가 내 팔에 처음 머리를 기댔을 때는 정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벨라와 미스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을 열어 주었지만 레오는 정말 까칠하고 도도했다.
    마치 귀족 집안에 외동아들같달까, 하지만 그래서 더 끌리기도 했다. 아차, 그렇다고 레오만 챙긴다는 건 아니다. 다들 사랑스러운 건 마찬가지지.
    "아, 예뻐라. 배불러? 그나저나 너희 이젠 살 좀 빼야겠는데.. 내가 너무 먹였나?"
    한창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해가 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하늘이 불그스름하게 물들어갔다. 지친 몸과 마음을 모두 여기서 치유하는 것 같다.
    갑자기 생각하니까 또 억울하네. 슬리데린 녀석들은 뭐가 그리도 불만인지 모르겠다. 툭하면 루나에게 시비를 걸어대고 놀리기 바쁘다.
    이렇게 말하지만 솔직히 슬리데린 애들이 놀리는 건 상관없었다. 원래 그런 애들이니까.
    그런데 같은 래번클로끼리 험담하고 놀려대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특히 언제나 신발이나 숨겨대는 그 못된 장난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5학년이나 되었으면 O.W.L 시험이나 준비할 것이지. 정작 루나는 그런 괴롭힘같은 거 관심도 안가지는데.
    "미안해, 이젠 가야겠다.. 이거 두고 갈게. 너희가 좋아하는 털실이랑.. 담요.. 여기에 두면 되겠지? 안녕!"
    혹여 순찰하러오는 사람이 올까 두리번거리며 달려갔다. 뭐, 여긴 아무도 안오는 곳이니까 상관없겠지. 걸릴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조금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다. 날도 어둑하니까.
    "이시간에 겁도 없네, 쟤는.”
    .
    .
    .
    "루나, 우리 무슨 수업이더라?"
    "변신술 수업."
    "얼른 가자. 늦겠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루나는 손재주가 좋다. 전에 봤던 사자탈도 그렇고 귀걸이같은 것도 그렇고 자기가 만든다고 한다.
    내게도 가끔 선물해주곤 하는데 어찌나 내 취향을 잘 알아차리는지. 받는 선물마다 예쁘지 않은 게 없었다. 지난 번에는 세 고양이들의 머리핀도 손수 만들어주었다(기껏 만들었지만 레오에게는 끼워주지 못했다).
    난 아이들이 왜 루나를 싫어하는 지 모르겠다. 배울 것도 많고 알면 알수록 신비로운 애인데 참 보는 눈들이 없어. 역시 적게 알면 적게 보인다더니..
    "어, 괴짜 루나 러브굿이네?"
    "야, 들리겠다. 큭.."
    또 시작이다. 저 지긋지긋한 슬리데린놈들. 이젠 내성이 생겼는지 짜증도 나지 않는다. 그저 시끄러운 소리에 성가실 뿐이다. 하지만 루나의 악의없는 미소가 곧 그들을 뻘쭘하게 만들기도 했다.
    루나는 그저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하고 짜증도 내지 않는다. 자신이 그저 한 말에 그 애들이 얼마나 타격을 받는지 모르는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울그락불그락해지는 그 표정도 볼 만하고.
    "야, 샤론 노트. 넌 왜 쟤랑 다니냐? 아무리 래번클로라지만 순혈이면서. 격 떨어지게~."
    "그래. 충고 너무 고맙네."
    "좀 비키시지."
    "네, 네. 비켜드려야죠. 뭐 카펫도 깔아드려요?"
    "이씨 진짜 저 싸가지.."
    "맞다, 루나! 있다가 방가서 사탕 먹자. 이번에 아빠가 레몬 셔벗 엄청나게 사오셨지롱."
    "정말? 맛있겠네. 이러쿵 저러쿵 보면서 먹으면 좋겠다."
    "그치. 많으니까 걱정말고 먹어도 돼."
    아, 진짜 기분 더럽다. 하필 슬리데린이랑 같은 수업이라니. 것도 제일 시끄러운 저 무리들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창가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반대편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책을 두고보니
    깃펜까지 놔두고 왔나보다.
    "..하, 루나. 나 깃펜 좀 가지고 올게."
    "응 다녀와!"
    한참을 투덜대며 그 먼 기숙사까지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웬 슬리데린 놈이 내 뒤에 오고 있었다. 녹색 로브만 살짝 보이는 지라 얼굴은 자세히 보질 못했다.
    우리 기숙사는 꼭대기라 슬리데린이 갈 일은 딱히 없을텐데. 왠지 조금 수상했다. 마음을 먹고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다를까 드레이코 말포이였다.
    "..엥?"
    "에엥?”
    "아니.. 그게 아니라.. 너 뭐야? 이 계단 위엔 우리 기숙사 말고 아무것도 없잖아."
    "너 따라온건데."
    "뭐, 나?"
    예상치못한 대답에 순간 어버버거렸다. 얘가 날 왜 쫓아오는거지? 내가 쟤 친구들한테 비꼬듯 말해서 짜증이라도 난건가? 온갖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다. 암만 생각해도 난 잘못 없단 말이야.
    "나를 왜 따라오는데?"
    "너 어제 밤ㅇ,"
    "거기 너희, 왜 안들어가고 있는거야. 수업 시작한 지가 언젠데!!!"
    필치씨가 우리를 보곤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댔다. 말포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까칠하게 이제 갈거거든요라며 까칠하게 소리쳤다.
    "아씨, 진짜 재수없게.. 야, 있다가 기다려."
    "내가 널 왜,"
    "빨리 내려가!!"
    "아, 깜짝이야. 네, 죄송합니다.."
    그는 눈 깜짝할 새 내려갔고 난 결국 깃펜을 챙기지 못한 채로 교실로 들어갔다. 근데 들어가니 수업이 시작하기 아직 1분정도 남아있었다.
    이럴꺼면 그냥 뛰어가서 깃펜 하나 가져올 걸하며 후회가 밀려왔다. 하필 필치씨한테 걸려서 이게 뭐냐고. 말포이한테 부탁으로 포장한 협박이나 받고 말이야. 그냥 무시하고 나가야겠다.
    다른 슬리데린 애들은 어찌어찌 상대하겠지만 말포이만큼은 묘하게 무서웠다. 예전엔 장난기 가득한 슬리데린 1로 기억했는데 6학년이 된 지금은 딴판이다.
    말 수가 적어지면서 분위기도 좀 차분해진 탓인지 인기도 많아 보이고. 솔직히 얼굴이 반반한 탓이 크겠지만.
    아무튼 이런 애가 아무런 접점도 없이 갑자기 저러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지금보니 약간 레오랑 닮은 면이 있는 것 같기도..
    잡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눈 깜짝할 새 수업이 끝나있었다. 뭐 덕분에 지루한 수업시간을 날렸으니 좋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조건 말포이보다 먼저 나가야 그 애가 날 기다리지 않을 거고 난 무사히 갈 수 있겠지?
    "루나, 있지. 나 먼저 갈게! 혹시 누가 나 찾으면 모르겠다고 해줘..!"
    "응? 음, 알았어."
    다행히 말포이는 교수님께 붙잡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난 그 틈을 타 얼른 빠져나왔다. 숨을 몰아쉬며 심장을 부여잡았다. 얘도 며칠만 지나면 다 까먹을테니 이제 괜찮은 거겠지.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60

      𝒞𝒽𝒶𝓅𝓉𝑒𝓇 1 🐈‍⬛
      저녁에 하루종일 에세이만 쓰다가 허리가 나갈 것 같다. 점술 수업에 대해 뭘 쓰겠냐고.정말 따분한 그 수업에 대해 쓰고 싶지 않았지만 꾸역꾸역 에세이를 써댔다.
      "으앗, 허리 아파!"
      "앗 깜짝이야."
      "미안 루나.. 아, 혹시 지금 몇시야..?"
      "지금? 8시 40분이네."
      "아 씨 망했다!! 어떡해 에세이하느라..”
      "그럼 내일 다녀와. 통금시간 다되가는데."
      "아냐, 그건 우리 애들에게 예의가 아냐. 미리 말 못했단말야. 잠시만 다녀올게!"
      "네 고집을 누가 이겨. 다녀와."
      "응, 나 늦으면.. 혼나는 걸로 알고 자!"
      하도 자주 나가다보니 필치씨가 순찰하는 순서까지 외운 지경에 왔다. 여기서 오른쪽을 대충 둘러보다 아래로 내려가겠지. 그럼 난 그틈에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오면 완벽하다.
      조심스레 풀숲으로 들어가니 벨라와 미스티가 서로의 품에 의지한 채로 자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레오는 어디로 갔지? 뭐 평소에도 자주 돌아다니고 밤산책을 좋아하는 녀석이니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되긴 하겠다.
      "으악 귀여워라.. 잘 자네. 오늘은 가도 되겠다."
      "..."
      "음.. 그래도 좀만 있다가 갈게, 얘들아."
      "야"
      "꺄아악! 합..."
      인기척도 없이 바로 귓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에 그만 소리를 세게 질러버렸다. 그러자 누군가 내 입을 막곤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 씨 조용히 해, 나도 들키겠네."
      "..어, 마포이 니가 왜 어기 이써..?"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니 말포이가 서있었다. 뭉게진 발음으로 열심히 말했지만 그는 조용히 하라며 입을 가르켰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나서야 그는 막고있던 내 입을 풀어주었다.
      "근데 너 뭐야? 왜 이 시간에 왜.."
      "그러는 너도 여기 있잖아. 얘네 보러?"
      "아... 응."
      "이런 걸 함부로 키우고 있냐. 털날리고 기분나쁜 놈들을?"
      "뭐어? 기분 나쁘..다니..! 근데 교수님들한테 말할거야? 아니지.."
      욱하고 소리를 지르려다가 곧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곧 나와 저 고양이들을 번갈아가며 흘겨보더니 곧 피식하는 웃음이 들렸다.
      "..역시 똑같네."
      "...어?"
      "저 하얀 애, 너랑 똑닮았다고."
      "벨라..? 글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아, 어쨌든 이거 말할거냐..고."
      "글쎄, 생각해보고?"
      "나도 이러면 안되는 거 아는데 그래도 너무 안쓰럽잖아. 얘네 지금은 좀 살쪄보여도 엄청 말랐었다고. 병들어있었고.."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겐 낯을 무척이나 가리는 녀석 둘이 말포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루나에게도 가지 않고 털을 바짝 세우던 그런 애들이 말포이의 다리에 얼굴을 부벼대기 시작했다.
      "뭐야, 너 얘네랑 친해? 너희들 언제부터.."
      그는 좀 당황한 듯 보였지만 곧 고양이들을 툭 쳐내며 옷을 털어댔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젠 병들지도 않고 아주 건강하단말이야. 굳이 그렇게까지 놀라면서 떼어놔야겠냐고..
      "야, 너무한거 아냐? 얘네 이젠 병균도 없다고! 그렇게까지 털어낼 일이야 이게..?"
      "...조용히 해."
      "얘네 되게 낯가리는 애들이야. 이런 경우는 몇 없다고. 너 정말,"
      "조용하라고."
      그의 차가운 음성에 입을 싹 닫고 멀뚱하게 말포이를 쳐다보았다. 그는 내 뒤를 째려보듯이 응시하더니 곧 호그와트 뒷벽에 가려져 그림자가 어둡게 진 곳으로 내 손목을 잡고 끌었다.
      "뭐하는짓,"
      "쉿"
      곧 달그닥거리는 랜턴소리가 들려오더니 칼칼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보진 않았지만 무조건 필치씨일 것이다. 여기까지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설마 내가 소리지른 것 때문인가. 잔뜩 날이 선 채로 헛기침을 큼큼하며 우리를 찾는 듯 보였다.
      난 드레이코를 쳐다보며 이제 어떡하냐고 뻐끔거렸다. 그는 그저 조용히하라는 손짓만 할 뿐이다. 난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로 작은 숨소리라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웠다.
      결국 우릴 발견하지 못한 필치씨는 궁시렁대며 자신이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그제야 난 조심스레 입을 풀며 놀란 심장을 달랬다.
      "진짜 놀랐네... 왜 여기까지 온거야."
      "니가 소리를 좀 크게 질렀어야 말이지."
      "...미안."
      "생각해봤는데 말하진 않을게."
      "앗, 정말..? 진짜 고마워."
      내가 드레이코 말포이에 대한 편견이 심했나보다. 깐깐하게 굴며 당장이라도 필치씨에게 달려가 벌점을 먹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착한 애인 것 같았다. 나중에 뭐라도 사다줘야겠는데...
      "그 대신,"
      그럼 그렇지. 절대 그냥 넘어갈리가 없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게 아니였어.
      "...뭔데?"
      "동물 다루는 법 좀 알려줘. 그럴리 없겠지만 이번시험에 신비한 동물 다루기 같은 과목애서 낙제하면 쪽팔리잖아."
      정말 뜬금없는 말이었다. 평생 숙제를 대신 한다던가 책 들기 같은 악독한 짓을 바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설마 내가 고양이 좀 다룬다고 그러는건가?
      물론 다른 동물들도 서슴없이 다루긴 한다. 그러나 가르칠 정도는 아닌데.. 그렇지만 여기서 못하겠다고 한다면 고양이들을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
      "근데 너 동물 잘 다루..지 못하구나. 지난번에 벅빅한테 죽을 뻔 했지.”
      "그건 니 기억에서 지워."
      "으응.. 알았어. 근데 나 진짜 재능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때 잘 다룬 해리...한테는 못물어보겠구나. 그래. 물을 사이도 아니긴 하지."
      "..."
      "그래도 너무 도박이지 않을까... 내가 가르쳐준대도 늘지 않을 수 있고 또.."
      "진짜 말 많네. 싫으면 치워."
      "...하, 해줄게. 해준다고."
      그는 만족한 듯 입꼬리를 올렸다. 참 별나다니까. 굳이 나지? 설마 나 좋아하는 거 아냐?
      아냐. 그러기엔 이렇게 차가울 수 있나. 절대 아니지.
      "...휴."
      "왜 한숨을 쉬어."
      "아냐, 그냥.."
      "누가보면 억지로 시킨 줄 알겠다? 하기싫으면 말라고 난 말했어."
      이게 억지로가 아니면 뭐야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냥 꾹 눌러담았다. 내 말 하나하나에 말대꾸하는 입이 얄미워 노려봤더니 그는 나보다 더 무섭고 얼어버릴 것 같은 눈으로 되갚아주었다. 난 무시무시한 독사를 앞에 마주한 쥐처럼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들어가는게 좋을텐데. 필치가 또 올지 모르는데."
      "아 그래야지. 너도 잘가.."
      아 맞다. 언제 어디서 가르쳐줄지에 대한 건 아무것도 못말했네. 긴장한 채로 서있느라 정말 중요한 건 물어보지도 못했어.
      "말포이, 너 언제... 뭐야."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말포이는 온데간데없었다. 순간이동도 쓰지 못할텐데 갑자기 무서워졌네. 내일 말을 걸었는데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화내고 그러면 어쩌지. 말도 안되지만 만일 그렇다면 나랑 같이 대화나눈 건 누구야...
      "으, 소름돋아. 아니겠지. 그냥 발이 빠른거야. 쟤네들만 한 번 더 보고 가야지."
      다시 돌아가보니 언제 왔는지 레오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다른 애들도 시끄러웠을텐데 곤히 잠들어있었다. 혼자만 떨어져있는 레오를 안아 옮겨두곤 보드란 털을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로 발걸음을 떼었다.
      겨우 필치씨에게 들키지 않고 기숙사로 아슬아슬하게 올라왔다. 계단에서 마주칠 뻔 했지만 몸을 숨겨 간신히 피했지. 루나는 이미 꿈나라로 가있었다. 뭐라고 잠꼬대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하다 벌써부터 막막해져왔다. 내가 말포이에게 공부를 가르쳐준다고? 정말 어색한 조합 한 쌍이다. 샤론 노트와 드레이코 말포이라니. 으, 오늘 밤은 악몽을 꾸어도 이상할 것이 없겠다.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56

      𝒞𝒽𝒶𝓅𝓉𝑒𝓇 2 🐈‍⬛
      수업듣는 내내 말포이에게 뭐라 말을 걸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갑자기 말 걸면 좀 시선이 끌릴 것 같고, 걔 혼자 있는 시간을 노려야했다. 근데 언제나처럼 옆에 붙어있는 고일과 크래브가 문제다.
      오른팔과 왼팔 마냥 달싹 붙어다니니 뭐라 말을 걸기도 애매하고, 워낙 질 나쁜 애들이라 좀 귀찮아질 것 같았다. 쉴 때도 없이 시비 걸어오는 그 놈들이랑은 죽어도 엮이기 싫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 큰 비밀 하나를 꽉 쥐고 있으니 기다리는 수 밖에 없지.
      수업을 마치고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갈 때마다 말포이가 없나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꽤 쉽게 보였지만 그 옆에 고일과 크래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쟤들은 밥을 먹을 때도 저렇게 말도 많은지.
      언제쯤 혼자 있으려나 나도 모르게 빤히 쳐다본 시선을 느낀걸까. 정확히 눈이 마주쳐버려 급하게 눈을 돌렸다. 내가 뭐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눈치를 볼 일이냐고 이게...
      그러다 뒤에서 시끌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눈알만 살짝 굴려 쳐다보았다. 드디어 말포이 혼자 어디론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고일과 크래브는 정확히 반대편으로 돌아간 지금, 내겐 가장 좋은 기회다.
      먹던 스프를 내팽겨치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의 뒤를 밟았다. 아주 조심히, 천천히 뒤따라가다 갑자기 말포이가 방향을 확 틀었다. 어디로 그리 뛰어가는지 나도 덩달아 뛸 수 밖에 없었다.
      "허억... 뭐야... 어디로 사라졌어 정말..."
      "왜."
      "아, 뭐야... 왜 거기있대..."
      "...넌 왜 자꾸 쳐다보는데."
      "아니... 하... 잠시만... 나 숨 차... 기다려봐..."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걸 겨우 진정시키곤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머릿속으로 정리한 말을 최대한 끄집어보았지만 머리가 하얘진 기분이다.
      "그... 어제..."
      "어제?"
      "어젯밤에 나랑 대화나눈 거 말이야. 너 맞는거지..."
      "뭐 그럼 호그와트에 나같이 생긴 애가 또 있냐?"
      "후... 그치! 다행이다..."
      어제 봤던 게 정말 말포이였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 그가 아니라는 대답을 했다면 소름이 쫙 돋아서 다신 그 장소에 혼자 못갈테니 말이야.
      "...어, 그러면 내가 너 가르쳐주기로 했잖아. 언제 어디서 할래?"
      "그건 니가 정해."
      "음... 그러면 오늘 저녁 괜찮아? 수업 다 끝나고."
      "어."
      "알았어. 근데 살아있는 동물은 없으니까 내가 필기한 거랑 책 몇 권으로 가르쳐줄게. 도서관에서 하자."
      "그러던지."
      "..."
      "..."
      "아, 아 맞다. 루나 잊고 있었네... 나 가볼게. 안녕!"
      저 단답형 말투를 계속 듣고 있자니 어색해 죽을 것 같았다. 쟨 아마 내가 뭘 설명해도 묵묵부답으로 듣고만 있겠지. 아, 그것도 진짜 끔찍하게 어색하겠다.
      .
      .
      .
      시간은 의식하면 의식할 수록 느리게 흐른다는데 지금의 나에겐 아닌 것 같다. 하루종일 시계만 쳐다보고있는 나에게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러갔다.
      쓸때없이 깃펜에 잉크를 묻히기를 반복하다 결국 잉크를 쏟아버려 양피지 한 장을 버리고 말았다.
      "..샤론, 너 괜찮니?"
      "응? 그럼... 안괜찮을 건 또 뭐야! 당연히 괜찮지... 아악!"
      "..."
      "사실 하나도 안괜찮아. 나 너무 무서워. 어떡하지? 오블리비아테라도 연습해야할까?"
      "그러게 조심하라니까. 뭐 그래도 나쁜 짓을 부탁한 건 아니니까 별일 없을거야."
      "그렇겠지? 정말 평화롭게 끝나는 거겠지?"
      한숨을 푹 쉬어대며 마지막 수업을 끝냈다. 심호흡을 하며 '괜찮을거야'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하, 그래...! 말포이가 뭐라고. 괜찮아."
      도서관을 들어가보니 역시 사람은 얼마 없었다. 래번클로와 성실한 후플푸프 몇 몇이 띄엄띄엄 앉아있었다. 말포이는 아직 오지 않았나보다.
      난 미리 가져온 책을 쓱 훑어보며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려 무심코 바라본 옆에는 언제왔는지 말포이가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언제 왔어? 왔으면 부르지 왜 그리 쳐다봐...?"
      "너무 집중했길래 말걸기 뭐해서."
      "아... 괜찮은데. 일단 이거 세 권 가져왔거든? 이것부터 보자. 일단 첫 장 보면..."
      그는 내 생각보다 더 집중해서 들었다. 날 괴롭히는 수작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배우는 듯한 모습이라 다행이다. 내가 밑줄을 긋는 부분을 눈으로 쓱 따라오며 양피지에 적어가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글씨는 저렇게 휘갈겨쓰는데 또 정갈하면서 예쁘다니. 나보다 더 예쁜 것 같네.
      그의 집중력덕에 생각보다 편하게 가르칠 수 있었다. 나도 조곤조곤 읽으며 다져보니 정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아, 이거 바꿔 적었어. 프우퍼가 아니라 니플러가 반짝이는 금은보화를 엄청 좋아해. 되게 귀엽게 생겼는데 예쁜 건 다 훔쳐가니까 조심해야하고."
      "아, 그렇네. 왜 이렇게 적었지."
      그는 약간의 짜증을 부리며 새로운 양피지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까워보이는 거리가 묘하게 신경쓰였다. 아까 니플러를 설명해줄 때도 이 정도 거리였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너무 가깝구나. 전혀 몰랐어.
      아깐 불편한 것보단 오히려 편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의식하다보니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말을 꺼낼 때 마다 목소리가 떨리는 걸 느꼈다.
      헛기침을 하면 할 수록 목이 더 떨리는 느낌이다. 지금 내 목소리 완전 웃기게 들리겠지...
      "...이제 그만하자."
      "어? 아직 두 권밖에 못했는데..."
      "내가 힘들어서 그래. 머리 아파."
      "그렇담 어쩔 수 없고. 이 책은 줄게. 다 알겠다싶으면 다시 줘."
      "그래. 그리고 다음엔 내 방이든 니 방이든 가서 해."
      "...왜? 도서관 나름 좋은데."
      "작게 말하니까 잘 안들려서."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귓가로 훅 들어오며 아까 내가 말하듯 조용히 말했다.
      "아까는 이렇게 있어서 그렇지."
      "아... 어..."
      "그냥 내 방에서 해. 소리 집중하는 것도 피곤하니까."
      "알았어..."
      "매일 시간에 하고."
      "...매일? 그건 나도 그렇지만 너도 힘들텐데. 매주 두 번은 어때...?"
      "그럼 그렇게 해."
      챙길 거 다 챙기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모처럼 집중도 잘 되니 그냥 남아서 공부할 생각이다. 근데 아까는 왜그렇게 갑자기 들어온거야. 진짜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안나왔네.
      근데 그건 무슨 향이었지? 그가 내게로 다가올 때 상쾌하면서도 달달한 냄새가 났었다. 향수라도 뿌리는 건가. 뭔진 모르겠지만 기분 좋은 향이었다. 나중에 친해지면 물어봐야겠다. 아마 평생 못 물어볼 것 같지만...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45

      𝒞𝒽𝒶𝓅𝓉𝑒𝓇 3 🐈‍⬛
      말포이와 공부 한 번 같이 한 것인데 나름 친밀감이 생긴 기분이다. 홀로 느끼는 거겠지만 내심 복도를 거닐다 그가 보이면 괜시리 반갑고 그런다니까. 할짓없이 점심 시간 멍 때리고 기숙사에 쳐박혀 있으니 심심해죽겠다. 때마침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책이라도 하지 않을래? 너 심심해보이고 나도 갑갑해서."
      "좋아! 그럼... 검은 호수 어때?"
      "응, 좋다. 운 좋으면 인어도 보고."
      인어를 보는 건 극악의 확률이겠지만 차마 말할 수 없다. 약간의 기대감으로 부푼 루나의 눈을 보고 어떻게 말하겠어.
      밖을 나서니 날씨도 알맞게 선선해져 걷기 딱 좋은 날이다. 로브를 걸칠 수 있을 정도로 추워진 이 날씨. 왜인지 시원하면서도 마음이 화해지는 기분이랄까. 심장에 민트를 들이부은 오묘한 기분이 너무도 좋다.
      "후아... 계속 안에 있는 거 지루했는데 고마워!"
      "뭘, 큰 일도 아닌데."
      "어이, 거기!!"
      분위기를 아작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상을 팍 쓰곤 그 쪽을 바라봤다. 역시나 고일이다. 옆엔 크래브와 말포이도 함께 있었다. 대꾸할 가치도 못느낀 난 기분 더럽다는 눈으로 쏘아보곤 반대로 돌아갔다.
      그런데 언제 왔는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내 귓가를 마구 때렸다. 무식하게 소리만 질러대는데 목은 언제 쉬려나. 목감기라도 걸려서 골골거리면 좋겠는데
      "이젠 그냥 씹고 가네. 귀머거리들인가?"
      "고일. 너무하잖아! 귀머거리가 불쌍하지!!"
      "그러게. 나도 참 너무하네~! ㅋㅋㅋ"
      "질리지도 않나봐. 매일같이 똑같은 말.. 루나 우린 돌아서 가자."
      가려는 날 붙잡아가며 떠들어대는 저 혀를 쫙 늘리고 싶었다. 근데 그랬다간 보통 난리를 치는게 아니라 난 감수할 수 없다. 이미 내게 악감정을 갖고 있는 스네이프 교수님에게 걸려봤자 무슨 일이던지 내 잘못으로 끝날테니까.
      아오, 슬리데린 편애하는 그 교수님만 아니였으면 이렇게 참을리도 없는데. 저번에도 쟤들이 나한테 뒤집어씌운 걸 그대로 믿고 말이야. 어쩌면 사실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고. 진짜 거지같네.
      "꺼져."
      "너야말로 도서관에 처박혀있지. 아니면... '래번클로들의 괴짜 모임'같은 거나 만들던지."
      "푸학, 쟤들은 그 래번클로들 사이에 끼지도 못하잖아."
      "쯧, 하여간 격 떨어지게. 이 딴 촌스러운 귀걸이나 하고 다니고. 웃기지 않냐? ㅋㅋㅋㅋ"
      고일이 루나의 체리 귀걸이를 거칠게 만지작거렸다. 그러곤 무슨 쓰레기라도 건들인 마냥 로브에 박박 닦아내기 시작했다. 난 얼른 그 손을 탁 쳐냈다. 귀를 살짝 만지작거리는 루나를 보니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너희는 언제쯤 정신차릴래?"
      "맞다, 넌 왜 이딴 애랑 노냐? 노트가문이라니... '그 자'의 충실한 추종자가 너네 아빠였다며. 대단하더라~. 이렇게 다른 거 보면 혹시 주워온 거 아냐?"
      "뭐?"
      "설마 진짜야? 아, 그러면 미안해~. 근데 그럴꺼면 티를 내지 말던ㄱ,"
      "니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상관없어. 그런데 우리 아빠를 들먹이면서 욕해? 하, 그러는 너희 부모님도 똑같잖아."
      "적어도 도망간 니네 아빠보단 낫지. 우린 계속 그자릴 지켰다고."
      "…자랑이냐? 진짜 같잖아서… 너희 가문 수준 알만하네."
      "이 미친년이..."
      그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듯 보였다. 근데 막말한 건 저쪽이니 내가 참을 필요는 없었다. 참을 수도 없었다. 불쌍하게 노트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볼드모트에게 잡혀살던 우리 부모님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부모님은 그 자를 진정으로 섬긴 적은 추호도 없었다. 아직 엄마 뱃속에 있던 나를 가지고 협박하던 그 사람 때문에 어떻게 살았는데…
      문득 예전에 아빠와 아저씨가 거실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
      .
      .
      "...너 이제라도 나와. '그 자'의 시대도 끝난지 오래고, 네 딸도 무사하잖아. 곧 입학이라며."
      "나도 알아. '그 자'의 시체를 본 사람 있어? 없잖아."
      "그건..."
      "…다시 돌아온다고 했어. 근데 도망친게 걸리면 롱바텀을 고문한 것들이 알려지기도 전에 죽겠지. 내 딸이 평생 추종자의 딸로 사는 건 못보겠다..."
      "그래서 대체 언제까지 거짓말 할 거냐고.."
      "나도 미치겠다. 밤마다 생각나고 죽은 사람들이 떠올라서 미치겠다고."
      "하아..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듣지고 않을거."
      "...미안하다. 그런데 난 정말 못해. 내 딸 힘든 거 못본다.."
      "그럼 나온 척이라도 해. 안그럼 바로 아즈카반이야. 레질리먼시라고 둘러대라고. 뭐, 넌 진짜 그랬던 적도 있으니까 되겠지."
      "흐윽... 나 진짜 어떡하냐. 진짜.."
      "살고 얘기해. 추종자 따위는 조종당한거고, 넌 오늘부로 죽음을 먹는 자가 아니야."
      "..."
      "그니까 정신 좀 차려라. 니 사람 생각도 좀 하고."
      .
      .
      .
      아무것도 모르면서 뚫린 입이라고 막 쏟아내는 입을 진심으로 도려내고 싶었다. 사람이 이렇게 누군가를 싫어할 수도 있구나.
      아빠생각이 떠오르니 눈물이 차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그는 손을 올리고 있었다. 내 뺨이라도 칠 모양인데 까짓거 맞지 뭐. 이딴 게 무서워서 그동안 가만있던 게 아니였으니까.
      "이게 진짜 봐주니까!!"
      그는 손을 끝까지 올리곤 부르르 떨고 있었다. 꼴에 칠 용기는 없나보지. 진짜 웃긴다니까. 칠 자신도 없으면 나대질 말던가.
      "쳐 봐. 근데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대단한 우리 아빠가 과연 널 놔둘까?"
      "아아악!! 진짜 재수없게… 야, 니가 대신 쳐맞아라. 얼굴 안대?"
      짝하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 내 올라간 손 옆엔 고일의 시뻘건 얼굴이 더 시뻘개진 채로 날 노려봤다. 진짜 죽이기라도 할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야, 나도 때리고서 아차 했다고. 근데 니가 만만해보이는 루나 건들이니 그렇지. 다 자업자득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이렇게 된거 그냥 지르지 뭐. 쟨 날 죽일 깡도 안되는데 뭘.
      "니가 뭔데 날 쳐, 니가 뭔데!!"
      "난 왜 안되는데? 진짜 웃긴 놈이네."
      고일은 곧 내 어깨가 으스러질 듯 부여잡곤 압박을 가했다. 난 고통을 삼키며 소리를 꾹 참아냈다.
      "...뭐하는 짓이야...!"
      "재수없게 진짜... 아, 니네 아빠랑 똑같은 거 하나있네. 하나같이 재수없다는 거."
      "이거, 놓으라고... 으윽..."
      "야, 고일. 너 그만해."
      말포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건 고일에게 통할리 없었다. 이미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말포이의 말이라고 들어줄까.
      여전히 날 무섭게 몰아붙힐 뿐이었다. 이쯤되니 몸이 떨려왔다. 도저히 내가 빠져나갈 수 없는 힘에 그는 날 검은 호수 바로 앞까지 밀어붙였다. 루나는 놀란 기색으로 고일을 막다가 괜히 넘어지고 말았다.
      "진짜 뭣도 아닌게,"
      "야, 너..."
      몸이 기울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차가운 호수의 물이 나를 덮쳤고 쭉 가라앉기만 했다. 숨이 턱 막혀왔다. 정신을 차리려 손을 휘적일 수록 더욱 깊게 빠지는 기분이다.
      밑에선 항상 책에서만 보던 인어들이 보였다. 와, 진짜 극악의 확률이라 말했는데 이렇게 보는거였나. 게다가 그녀들은 그리 상냥하지 않았다.
      내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려하자 곧 기다란 삼지창을 들고 날 경계하고 있었다. 그 후로 난 초점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곤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가 내 한계라는 걸.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53

      𝒞𝒽𝒶𝓅𝓉𝑒𝓇 4 🐈‍⬛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에 눈이 팍 떠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마 병동인 듯 했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있지? 아, 고일 그 자식이 날 호수로 밀쳤었지. 진짜 가만안둬.
      그런데 물에 빠진 것 치곤 어디하나 젖어있는 곳이 없었다. 깔끔한 머리하며 뽀송뽀송한 교복으로 보면 말이다. 그런데 이불은 왜 축축하지?
      "으음..."
      순간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내 옆에선 다 젖어있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색색거리며 자고 있었다. 아니 왜 얘는 홀딱 젖어있대? 감기걸리기 딱 좋겠네.
      "...야?"
      "..."
      도무지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 그를 자세히 보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벌써 감기라도 걸린건가. 원래부터 창백한 얼굴탓인지 빨개진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기분이다. 마음을 먹고 그를 흔들어깨웠다. 뭐 화내더라도 지금 깨우는 게 훨씬 낫겠지.
      "말포이, 일어나..!"
      "으..."
      "뭐야, 진짜 아픈 거 아냐? 야, 야!!"
      "...아, 뭐야. 언제 깼어?"
      "방금. 근데 넌 왜 여기있어? 꼴은 왜이러고..."
      "..."
      "설마 나 여기 데려다놓은 거 너야? 물속에서 건진 것도 너고...?"
      "...아니?"
      참 빨리도 말한다. 그~렇게나 빨리 말하니 누가봐도 너인걸. 하지만 옆에서 계속 잔기침을 해대니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생각보다 미련한 구석도 있네. 외동 아들이라 엄살도 잘 피우고 어리광도 심할 것 같았는데 아니구나.
      "뭐 아님 말고. 그나저나 너 너무 뜨거워. 열나는 것 같은데 일단 머리 말리고 교복부터 갈아입어."
      "아, 이건 그냥..."
      그는 두리번거리더니 옆에 놔둔 그의 지팡이를 살짝 휘둘렀다. 그러니 다 젖어있던 로브며 머리카락이며 뽀송하게 말라져있었다.
      아, 내 교복이 말라있는 것도 얘 덕분이구나. 근데 왜 자기 옷은 안말려놨대. 나보다 자길 더 소중하게 여겨야지. 바보 아니야?
      "...하, 일단 너 여기 누워있어. 난 이제 괜찮으니까."
      "야, 그 정도로 감기 안걸려. 그냥 한 번 들어갔다온건데."
      "뭐? 아깐 너 아니라며."
      그는 잠시 당황한 듯 하더니 머리를 쓸어넘기며 얼렁뚱땅 넘겼다.
      "...아 몰라. 기숙사에나 돌아가. 해 다 졌으니까. 필치한테 걸려도 병동에 있었다하면 넘어갈거야."
      그는 계속 잔기침을 해대며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갔다. 난 그가 완전히 내려갔다는 걸 확인한 후 호그와트 밖으로 얼른 나갔다. 투명망토를 가지고 오진 않아서 좀 위험하겠지만 꾀를 좀 부리면 되겠지.
      내가 없는 동안(아마) 날 보고 싶었을 고양이들에게 찾아갔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로 미스티와 벨라는 사라지고 레오만 남아있었다. 평소엔 밤산책을 좋아해서 잘 보이지 않던 애인데 의외였다.
      근데 왜이리 몸을 떠는 것 같지? 그냥 봐도 그의 몸은 덜덜 떨렸다. 난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저번처럼 또 아파할까 손부터 떨려오기 시작했다.
      "레오야 너 왜이래!"
      "..."
      다급한 나와 달리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내게 등을 졌다. 그 모습이 날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레오야, 어디 아파?"
      "..."
      "너까지 왜이러는거야. 좀 보자."
      레오는 작은 솜방망이를 내게 마구 휘둘렀다. 그러다 날카로운 레오의 발톱이 내 손등에 상처를 남겼다. 아픈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레오의 행동이 걱정될 뿐이다. 이렇게 거리를 두다 갑자기 픽 쓰러지면 어떡하지? 아니면 자기가 아픈 걸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걸까.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갑작스레 눈물이 고였다. 그 때처럼 네가 아파하는 건 보고싶지 않단 말이야. 한동안 낑낑거려서 얼마나 맘고생했는데 그걸 한 번 더 겪으라고? 그럴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미련한 바보. 자기가 이렇게 하면 내가 서운해서 떠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이 멍청이. 니가 그러면 내가 서운해서 갈 것 같지? 절대 아니거든."
      "..."
      "흑... 너 아프면 그러지 좀 마. 내가 얼마나 무서운 지 알아?"
      "..."
      "아, 진짜...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진짜로..."
      "야옹."
      눈물이 흘러내리자 그는 차츰차츰 다가오며 피가 고여있는 손등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제야 자기도 미안한 걸까 내 품으로 들어와 흐르는 눈물에 자기 얼굴을 조심스레 부볐다.
      "...진짜 이 못난 고양이. 넌 아픈 티 내도 괜찮다고."
      "미야옹."
      그렇게 레오를 안고 한참을 울었을까 그제야 쪽팔림을 조금씩 느꼈다. 아픈 레오를 안고 지금 뭐하는 짓인지 나도 참 웃기네. 난 레오를 내려두고 담요로 새까만 털이 보이지 않도록 꼭꼭 감쌌다.
      그렇게 눈만 빼꼼 내민 레오는 누군가를 겹쳐 보이게 했다. 말포이와 레오, 둘 다 회색빛 눈을 갖고 있구나. 그리고 어딘가 분위기도 비슷하고. 하는 짓도 비슷하고 말이야.
      "레오야, 너랑 똑닮은 애가 하나 있거든? 드레이코 말포이라고 슬리데린 애야. 자세히보니 네 눈이랑 비슷하고 특유의 차가운 분위기도 무척 비슷하구나..."
      "..."
      "휴, 니가 봐야하는데. 아니면 혹시... 네가 말포이야? 밤만 되면 막 고양이로 변하고?"
      "..."
      "푸합, 이건 말도 안되는 얘기지. 나도 알아. 그렇게 쳐다보지 말라고."
      레오의 몸에 바람 하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사방을 담요로 막아두고 잠들 때까지 천천히 이마를 긁어주었다. 애써 잠들지않으려는 모습이 보였지만 곧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아, 진짜 예쁘다. 잘 때는 누구나 천사라더니 다 맞는 말이잖아. 난 레오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손가락을 떼었다. 곤히 자는 레오를 보며 웃어주곤 최대한 발소리를 죽여 기숙사로 돌아갔다.
      .
      .
      .
      "...아, 진짜 잠들었네."
      샤론이 떠난 후 시간이 꽤 흘렀나보다. 저 고양이들도 돌아온 걸 보니 말이다. 난 담요를 살짝 걷어치우곤 다시 기숙사로 올라갔다. 물론 사람인 채로. 솔직히 축축한 지하 기숙사보단 저기 놓여있는 담요 안이 더 따뜻하지만 들키면 큰일 나니까.
      근심걱정 없는 얼굴로 자고 있는 고일의 얼굴을 확 뭉게버릴까 고민했지만 놔두기로 했다. 그저 조용히 자리로 가 편지 한 통을 썼다. 이 편이 더 재밌을테니 말이야.
      아깐 걔한테 너무 바보같은 모습만 보였던 것 같다. 병동에서 어버버거리고. 옷이라도 말리고 거짓말 쳤어야했나. 갑자기 창피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진짜 쪽팔리게."
      그리고 분명 기숙사로 올라가라고 했는데 거기 올 줄 알았지. 나라도 없었으면 서운한 티 팍팍 내면서 다시 돌아갔겠네. 내가 그렇게도 좋나. 물론 고양이 '레오'를 좋아하는 거겠지. 말포이 집안인 '드레이코'가 아니라.
      우리 가문은 노트가문과 좋은 감정이 아닌 걸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 네게 다가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아버지가 널 싫어하고. 또 우리 아버지를 끔찍하게 여기는 그 사람이 날 싫어하니까. 이미 안좋은 감정이 든 상태에 덧붙여서 내가 자기 딸 주위를 맴돌면 그 후는 안봐도 뻔하다. 불난 곳에 기름 퍼붓는 꼴이 될 거니까.
      또 넌 '그 자'를 끔찍하게 혐오하니까. 항상 내게 울며 말했잖아. '그 자'가 돌아온다면 꼭 네 손으로 죽여버리겠다고. 죽음을 먹는 자들도 다 없애버릴거라고. 그 때 내가 죽음을 먹는 자라는 걸 후회할지 누가 알았겠어. 난 언제나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고 그 일이 떳떳하다고 배워왔으니까.
      네 말 듣고 지긋지긋한 해골 문신은 없애보려고 별 짓을 다 했었는데 안되는 건 안되나봐. 팔목을 피가 날 때까지 벅벅 긁어보기도 하고 주문으로 가려보기도 했는데.
      혹여 네가 내 문신을 보기라도 할까 더운 여름에도 긴 셔츠만 고집하기도 했지. 물론 넌 눈길조차 주지 않았었지만.
      넌 몰랐겠지. 내 시선의 주인은 언제나 너라는 것도 네가 다치려 할 때마다 막아준 것도 아무것도 모를거야. 가끔은 알아줬으면 하지만 그건 내 과한 욕심이다. 정말 지나치게 과한 욕심.
      "...진짜 다 엿같네."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45

      𝒞𝒽𝒶𝓅𝓉𝑒𝓇 5 🐈‍⬛
      "아니, 말포이. 그게 아니라... 휴, 다시 받아적어."
      "..."
      "...야, 정신차려."
      "아, 어."
      말포이답지않게 멍이나 때리는 모습이 어색했다. 평소엔 잘만 보더니 오늘따라 왜이런담. 저 상태론 뭐도 안남겠다 생각한 나는 책을 챙기며 조용히 그를 데리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혹시 고양이 좋아.. 아니다. 안좋아했지 넌."
      "아냐."
      "뭐? 그럼 저번엔 왜..."
      “그냥 그 때랑은 달라."
      "뭐 싫어하지 않으면 됐어."
      "설마 거기가려고?"
      "응, 너도 그렇고 나도 집중 못했었거든. 저번에 보니까 걔네들이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어떻게 한거야 대체?"
      "..."
      "음… 그리고 이대로 가도 아무것도 안할거면서."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그냥. 가서 바람도 좀 쐐자고."
      가보니 레오는 없었다. 뭐 예상은 했지만 어딜가는지 너무 궁금하단말이야. 혹시 나 몰래 만나는 다른 고양이가 있을까. 항상 어둑한 저녁에 오면 가끔 있지만 그게 오늘은 아닌가 보다.
      "없네."
      "뭐가?"
      "아냐. 그냥 레오가 있었으면 했는데. 워낙 싸돌아다니는 애라..."
      "아."
      미스티는 말포이를 반기는 듯이 그의 다리에 슥슥 부벼댔다. 이건 좀 서운한 걸. 그래도 벨라는 날 반겨주니 눈녹듯 녹아내렸다. 벨라를 무릎에 올려두고 담요를 꽁꽁 싸매주니 따뜻한 듯 고로롱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따뜻한가봐. 진짜 귀여워..."
      "..."
      "너도 미스티 잘 안고 있네."
      "너 따라하는거야."
      "보기 좋다. 따뜻하지!"
      "...좀."
      옅게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보니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하고 좀 놀랐다. 항상 무표정에 딱딱한 말투가 컨셉인 줄 알았는데 웃을 줄도 아네. 이젠 같이 있어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편안함과 친밀함 그 경계에 놓인 기분.
      "이제 너랑 있어도 별로 안어색해."
      "..."
      “난 그렇다구. 루나 다음으로 편한 애라고 할 수 있어."
      "나도야."
      "정말?"
      "난 너랑 있는게 젤 편하더라."
      "크래브랑 고일은...?"
      "걔네가 친구냐. 아버지가 붙여놓은 애들이지. 걔들은 분명 우리 집안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날 내려보거나 피하려들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안그래! 적어도 난 안그럴게. 정말이야."
      "그런 말 함부로 뱉지마. 못지킬 지도 모르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건데?"
      "아냐. 너한테 이런 얘기도 하고 나도 참..."
      아까와는 다른 웃음을 살짝 내뱉었다. 쓰디 쓴 커피 원두를 씹은 듯한 그런 웃음이었다. 못지킬 지도 모른다니. 내가 아직 못미덥나. 절대 그럴 리 없는데. 그 후로 어색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은 침묵이 이어졌다.
      "이제 갈까."
      "응. 너도 피곤하겠다."
      "니가 더 피곤하겠지. 그 꼭대기까지 올라가야하는데."
      "딱히..."
      "가자."
      그렇게 아무런 대화도 없이 조용히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복도를 걸었다. 애석하게도 오늘따라 길어보이는 복도가 날 미치게 만들었다. 이것저것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금세 계단으로 도착하긴 했지만.
      "잘가, 안걸리게 조심히 들어가고."
      "어. 너도."
      "..."
      "...야."
      "어, 왜?"
      "넌 나 안피한다고 했지."
      "응. 그랬지. 나 못믿어?"
      "...진짜 만약에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절대 안그런다고,"
      "그냥 날 원망해줘. 피하려하고 곁에 있으려 하지도 말고."
      "무슨 뜻이야 아까부터. 제대로 말해."
      "늦었다. 들어가."
      뭐야. 그런 식으로 말하면 어떡하냐고. 그런 슬픈 목소리로 흐느끼듯이 말하면 난 어떡하냐고. 불안하게시리. 그의 말 하나하나가 너무도 아프게 들려왔다. 내 심장을 겨누는 자그만 바늘처럼 수차례 찔러댔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하는거야. 애초에 내가 신경쓰지도 않았을 너를, 아파하든 슬퍼하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너를 위해 아파하는 내가 이상하다. 이상하고도 여전히 슬퍼왔다.
      난 말포이를 좋아하는걸까 아님 그저 그 모습을 동정하는 걸까.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이미 내겐 충분히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되었고 이게 무슨 감정이든 그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했다.
      자기자신을 미워해달라는 말을 그렇게 담담한 척 하는 걸 보니 여러번 연습도 해봤나보네. 꼭 나중에 일어날 일을 하는 것 마냥.
      근데 그 약속은 못지켜주겠네. 내가 어떻게 널 미워하겠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안 그 순간부터 그럴 수 없었다. 우연으로 생긴 일들이라해도 내겐 마치 필연적으로 이끌리는 듯 했다.
      하필 그 자리에 너와 내가 있던 것도 아마 신이 이어준 게 아닐까하는 기대의 끝자락이라도 품어보려고 한다. 그래야 내가 널 미워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해서라도 믿고 싶다. 네가 한 말들이 틀렸다는 걸.
      .
      .
      .
      "...하."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며 편지를 뜯었다. 아마 아버지가 보낸 것이겠지. 항상 똑같은 말씀을 하시지만 그 속에 내포되있는 뜻은 언제나 달랐다.
      마치 날 내가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지켜보고 있는 것 마냥 일종의 경고를 보내기 때문이다. 요새 샤론과 어울리는 걸 보신걸까. 그런데 그렇다면 왜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는 거지. 오히려 더 잘지내라는 것처럼 보였다.
      노트 가문이 다시 죽음을 먹는 자에 들어온 것은 익히 들었으나 샤론은 모르는 것 같았는데 알려줘야할까. 아니, 그럼 내가 죽음을 먹는 자에 소속되어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게되겠고 자연스레 날 피하려 들겠지.
      이런 애일줄 몰랐다며, 그랬다면 애초에 가까이하지도 않았을거라며 소리칠 그 애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미움받아 마땅한 주제에 그것또한 두렵다고 생각하구나. 난 아직 너무 약해. 너무도 나약하고 비겁하기만 하지.
      가끔은 이런 생각도 했었다. 차라리 우리 가문이 말포이가 아니라 포터였다면, 그래서 그 자리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나였다면 하는 그런 바람. 해리포터는 내가 원하는 모든 걸 누리고 살았겠지.
      모두가 자신을 찬양하고 우러러보며 존경하는 그 자리. 볼드모트를 물리칠 유일한 영웅. 그게 해리포터를 칭하는 말이다. 내 삶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망가진걸까.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게 가장 어렵다는 걸 난 너무도 일찍 알아버렸고 그 후엔 죽을 정도로 끔찍했다.
      아버지는 날 사랑하지만 한편으론 죽음을 먹는 자에 대한 내 가치가 떨어질까 불안하시겠지. 내 가족을 위한 일이 뭔지 알지만 날 위한 일이 아닌 걸 굳이 따라야할까. 철 없는 생각이래도 좋다.
      그저 어디론가로 함께 떠나서 조금은 가난하게 지내더라도 상관없는데. 아주 작은 집에서 살더라도 지금처럼 따스한 음식이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런 모진 일들을 겪을 널 생각하니 자연스레 생각을 접었다.
      넌 아마 날 엄청나게 원망할거야. 그러니까 더 정들기 전에 끊어내야겠다. 이미 신비한 동물 길들이기를 어려워한다는 것부터 내 거짓이었으니까.
      거짓에 거짓을 더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고 썩어버리겠지. 네가 상처받기 전에 나하나로 끝내는게 맞아. 나 하나로 족하지. 이게 맞는거야. 정말 맞는거지.
      .
      .
      .
      "말포이, 있잖아..."
      "...좀 나와줄래."
      "아... 미안. 지나가!"
      어제 있었던 일 이후로 또 너무도 냉랭해진 분위기에 말을 걸기 망설여졌다. 어제 한 말이 이런 뜻인가. 조금 친해져서 그의 선 안으로 들어가려하면 오히려 선을 더 박박 그으며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어제 막 우겨서 화났나. 근데 그런걸로 이렇게 삐지는 거야? 참 나, 어이없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이럴 때 가끔 레질리먼시를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진짜 갑자기 왜저런대. 물어보기도 뭐하고 아 정말, 아얏..."
      "아, 괜찮아? 안 다쳤니?"
      "아으..."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든 얼굴은 금세 풀리고 말았다. 부딪힌 사람이 디고리라니,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인데 진짜 잘생기긴 잘생겼다.
      "아..."
      "저기 진짜 괜찮은거 맞지...?"
      아, 내가 너무 넋을 놓고 봤구나. 갑자기 몰려오는 창피함에 개미가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에... 괜찮아요..."
      "헉 피...!"
      "아, 아 진짜 괜찮아요!!"
      "그래도 어떻게 그냥 보내. 잠시만."
      디고리는 지팡이를 한 번 휘두르더니 내 상처를 금세 아물게 만들었다. 약간의 통증은 남아있었지만 무릎은 상처 난 자국 하나도 없이 깔끔했다.
      난 벙찐 채로 그저 감사하다며 고개를 까닥거리곤 얼른 기숙사로 달려갔다.

  • @wizardhyezuhama
    @wizardhyezuhama 3 года назад +1

    와 너무 조아요..! 와드 박아놔요!

  • @yuinonama
    @yuinonama 3 года назад

    작가님 이번 소설도 기대할께유 와드박아요!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1

      기대에 부응하도록 필력 다 끌어와보겠습니당 🥰❤️❤️

  • @mynameispig_oinkoink
    @mynameispig_oinkoink 3 года назад +1

    아니 작가님... 진짜 초면이지만....사랑...해요...❣️알압유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1

      😘😘❤️

    • @Lilylylyly
      @Lilylylyly  2 года назад

      @@mynameispig_oinkoink 알겠습니당 감사해용🙈

  • @user-anycoloyy
    @user-anycoloyy 3 года назад

    말포이 소설 쓰시는 분들중에 제일 잘쓰시는 것 같아요 잘봤어요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으악 과찬이셔요 ! 감사해요 💖

  • @jjnnttkk8000
    @jjnnttkk8000 3 года назад

    헐 대박대박 진짜 감사하고 사랑해요

  • @dracomalfoy1080
    @dracomalfoy1080 3 года назад

    헐 작가님 오늘도 띵작이…

  • @yji.n-o2o8
    @yji.n-o2o8 3 года назад

    릴리님을 왜 이제 찾았을까 후회가 됩니다 ㅇ엉엉ㅠㅠㅠㅠㅠㅠ 진짜 하룻밤만에 정주행 했어요 고양이 드레이코 진짜 너무 좋아하는 소재인데 진짜 잘 볼게요 사랑합니다 ㅠㅠㅠ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많이들 좋아해주시는 소재라 다행이네요 !! 감사합니다 🥰❤️❤️

  • @dancing_puppy
    @dancing_puppy 3 года назад

    아니 나쁜 알람!왜 3일이나 지나서 알려줬을까요ㅠㅠ믿고 보는 릴리님 얼른 보고싶었는데♡와드박고 가요!ㅎㅎ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1

      으앗 알람 너무하네요 😢

  • @김유진-f3r7c
    @김유진-f3r7c 3 года назад

    너무 재미있어요
    와드요❤♡❤

  • @경로당홍삼캔디도-b1u
    @경로당홍삼캔디도-b1u 3 года назад

    아잉 와드박고 갑니당 총총총

  • @jjangmango
    @jjangmango 2 года назад

    작가님 외전 업로드 와드 박고 갑니다:) 외전 너무 기다려져요ㅠ

  • @xaran0l
    @xaran0l 3 года назад +2

    잔잔한 분위기가 넘 좋아요 진짜..ㅠㅠㅠㅠ 잘 읽고 있어용 사랑해요❤❤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감사해요 🥰💖💖

  • @_19372
    @_19372 3 года назад

    헐 와드요~!

  • @오묘-i3o
    @오묘-i3o 3 года назад

    아악 작가님 일단 와드부터 박고 읽겠습니다ㅠ
    매번 재밌는소설 써주셔서 감사해요ㅠㅠ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봐주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

  • @kd7033
    @kd7033 3 года назад

    이야,,, 어떡해,,, 너무 궁금해져요 ㅠㅠ 16일까지 잘 기다리겠습니다!! 시험 잘 보고오세용 4화까지 봤어용~

    • @Lilylylyly
      @Lilylylyly  3 года назад

      얼른 다녀오겠습니다 ㅠㅠㅠㅠㅠ

    • @kd7033
      @kd7033 3 года назад

      @@Lilylylyly 넹!!! 화이팅하세요!!!!

    • @kd7033
      @kd7033 3 года назад

      5화~~~~ 디키 ㅠㅠ 혼자 고민하고 아파는거 넘 맘아파,, 근데 당장은 그게 최선인거지,,? ㅠㅠㅠ

    • @kd7033
      @kd7033 3 года назад

      너무 바빠져서,, 늦어버렸어용 ㅎ,, 8화! 분위기가 점점 심오해져 가는게 빠져서 읽게되네용 ~~~~~~

    • @kd7033
      @kd7033 3 года назад

      9화,,, 아우 미쳤다 난 몰라 이거 정말,,, 딱해 둘 다 ㅠㅠ

  • @syun2020
    @syun2020 2 года назад

    와 어제 발견햇는데 존잼이레요

    • @Lilylylyly
      @Lilylylyly  2 года назад

      감사합니다 🙈❤️❤️

  • @눈팅잘하는사람이었던
    @눈팅잘하는사람이었던 3 года назад

    아니 작가님? 사랑해요?

  • @안녕-g4w
    @안녕-g4w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요 .ㅜㅜ

  • @dkdkdkdk56
    @dkdkdkdk56 2 года назад

    고양이

  • @햄스터는귀여워-j4w
    @햄스터는귀여워-j4w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K_yang.
    @K_yang. 3 года назад

    완결을 기다리겠습니다…🤍

    • @Lilylylyly
      @Lilylylyly  2 года назад

      완결 났습니다 😉

  • @딤섬-f5g
    @딤섬-f5g 3 года назад

    야옹이 드레이코,,,응 너무 귀엽다....
    납치해서...기르거싶다.......
    레오만 기숙사로 데려가서....몰래 키우다가....드레이코인거 들키고.....응....그렇게 사귀는거지...껄껄껄.......
    + 와드욥

  • @슈크림붕어빵-f1l
    @슈크림붕어빵-f1l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요!

  • @user-ir1ut2km7e
    @user-ir1ut2km7e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용

  • @Sae-ii
    @Sae-ii 2 года назад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 🤗❤️ 궁금한 게 있는데 와드가 뭐죠 ?? 😮

    • @Lilylylyly
      @Lilylylyly  2 года назад +1

      감사해요 🥰 와드는 게시물 다시 방문을 하기 위해서 달아놓는 댓글인데 와드라고 남겨주시면 글이 올라올 때마다 제가 하트로 알려드려요! 알림같은 거죠

  • @jjangmango
    @jjangmango 2 года назад

    너무 잘 봤어요!! 수고하셨고 다음 소설도 기다리겠습니다:) 혹시 외전은 새로운 영상에 따로 올려주시나요, 아니면 이 영상에서 계속 이어가시는 건가요?

    • @Lilylylyly
      @Lilylylyly  2 года назад

      외전은 이 영상에 추가로 올릴 예정입니다!

  • @user-mukci
    @user-mukci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요!

  • @Studywithdi-j1r
    @Studywithdi-j1r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