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애지문학상 수상작 (악어의 수프 - 송찬호 (낭송 유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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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20 сен 2024
- 악어의 수프-
시 송찬호
낭송 유현서
인구 3만의 도시 남쪽에 있는
늪에 악어가 살고 있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늪은
도시가 팔을 쭉 뻗어
대지에 끓이는 프라이팬 같다
도시는 자주 악어사냥꾼들을 늪에 보낸다
그때마다 악어는
수프를 끓여야 한다
사냥꾼들에게 먹일 수프를 끓여야 한다
악어는 온몸으로 수프를 휘젓는다
머리로
네 다리로
치명적인 억센 꼬리로
사냥꾼들이 도착하면 수프도 완성된다
사냥꾼들은 늪을 샅샅히 뒤진다
총알 구멍 난 늪의 침대를 누군가 가리킨다
놈이 여기 누워있다 도망친 게 틀림없군
사냥꾼들은 웃는다 소리친다 퍼먹는다 맛있는 늪의 수프를!
사투 끝에 악어 한 마리가 늪 밖으로 끌어 올려진다
눈이 가려지고
주둥이가 묶이고
악어의 머리에 무거운 돌이 놓여진다
그대로 악어는 끌려간다
악어를 짓누른 그 돌이 도시의 기초가 되었으니…
사냥꾼들이 떠난 후 늪의 수면으로 천천히 악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늪은 이제 고요하다
악어는 다시 수프를 끓인다
먼 피의 강으로부터
악어의 딸들이 돌아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