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마경덕(낭송 장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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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5 фев 2025
  • 입관/마경덕
    하얀 보에 덮여 누워있는 어머니
    둥근 베개 하나가 무거운 잠을 받치고 있었다
    장례지도사인 젊은 염습사는
    보 밑으로 손을 넣어 익숙하게 몸을 닦았다
    감정은 삭제되고 절차만 기억하는 손길로
    미처 살아보지 못한 생의 끝자락을 만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주검을 갈무리하여 먼 길을 떠나보냈을까
    저 숙련된 손길은 어느 날, 떨어져나간 단추를 주워 제자리에 달듯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있는 것
    하얀 종이로 싸늘한 몸을 감싸는 동안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살아온 족적이 다 찍힐 것 같은 순백의 백지는
    어머니의 마지막 속옷이었다
    자식들이 사준 속옷은 장롱에 켜켜이 쌓아두고 구멍 난 내복만 입던 어머니
    며느리에게 퍼붓던 불같은 성깔도 다 시들어
    몇 장의 종이에 차곡차곡 담기는 순간,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다 젖었다
    어머니, 편히 가세요 그동안 미워했던 것 다 잊으세요
    진심으로 시어머니를 부르며 딸인 듯 목이 메었다
    습신을 신은 발, 앙상한 손을 감싼 악수幄手를
    꼭 쥐어보았다. 이 작은 손이
    밥상을 밀치고 내 가슴을 후볐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막내시누이는 꺽꺽 짐승처럼 울고
    나는 입을 막고 흐느껴 울었다
    당신이 손수 장만한 치자 빛 수의를 입고
    허리띠를 나비리본처럼 단정히 묶은 어머니
    어느새 떠날 채비를 다 마치었다
    지긋지긋한 암 덩어리는 곱게 포장되어 입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시요일
    #입관
    #마경덕
    #무거운잠
    #생의마지막
    #마지막이별
    #장례식
    #장현주시낭송

Комментарии •

  • @raphael-emotional-travel
    @raphael-emotional-travel 6 месяцев назад +3

    마음이 젖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습관같은 염습사의 무감한 손놀림이 더 슬픔을 배가시키네요.
    고맙습니다.

    • @Poetry-day
      @Poetry-day  6 месяцев назад +1

      @@raphael-emotional-travel
      그렇지요?
      감정은 삭제되고 절차만 기억하는 손길~
      묘사가 참 와닿더라구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dbfirst1123
    @dbfirst1123 3 месяца назад +1

    서늘하고 저릿합니다
    멋진낭송입니다!

    • @Poetry-day
      @Poetry-day  3 месяца назад

      고운 걸음에
      응원까지
      감사드립니다~^^

  • @연두
    @연두 6 месяцев назад +2

    입을 막고 흐느끼고 있을 나를 보게하는 시로군요
    짐승처럼 꺼이꺼이 울 힘도 없을것같은....
    낭송이 무르익어 갑니다
    낭송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듣는이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면
    이미 진심을 전하는 낭송가라고 생각됩니다
    감사는 놓아두고
    감동은 가져갑니다

    • @Poetry-day
      @Poetry-day  6 месяцев назад +1

      연두님 응원 덕분에
      4개월이 지나도록
      계속하고 있네요....
      4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록 하게 된다면
      정말 무르익는 게 무엇인지 보여드릴 수 있을듯....ㅎㅎ
      듣는 이의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는 표현이 참 멋지네요.
      저장해 두겠습니다^^
      늘 감사해요^^

  • @백선기-s1o
    @백선기-s1o 5 месяцев назад +2

    ㅠㅠ 이별의 슬픔, 그것도 사별은 그렇죠!
    그러나 또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이면 슬픔은 반감되겠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소망을 갖게되겠죠^^

    • @Poetry-day
      @Poetry-day  5 месяцев назад

      @@백선기-s1o
      또 다른 세상 어딘지는 알지만....
      저로선 쉽지 않은 길이랍니다~ㅎㅎ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넘넘 감사합니다^^

  • @장안사-j2x
    @장안사-j2x 6 месяцев назад +1

    슬프고 쓸쓸하지만
    깊은 감동을 주는 낭송이십니다
    낭송하는 목소리는 슬프지만
    담담하고 정갈하며...
    배경화면과 장중한 음악도
    잘 어울립니다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을 실제 대하는듯
    들을수록 빠져들게 하네요~~
    일요일 아침
    좋은시와 좋은낭송 즐감하였습니다

    • @Poetry-day
      @Poetry-day  6 месяцев назад

      매주 급하게
      시를 만나다 보니
      무르익을 시간이 없어
      늘 아쉽답니다~
      그래도
      시를 놓지 않고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
      그날이 오겠지요?
      응원 덕분에
      힘나는 시요일입니다.
      고맙습니다^^

  • @윤영미색소폰.기타
    @윤영미색소폰.기타 4 месяца назад +2

    낭송 목소리가 감성 철철입니다.
    좋아요 응원 드립니다 🎉🎉

    • @Poetry-day
      @Poetry-day  4 месяца назад +1

      우왕~~ 선생님~넘넘 반갑습니다^^
      귀한 걸음에 응원까지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가을 날 보내셔요^^

  • @user-zzindigim
    @user-zzindigim 6 месяцев назад +2

    마경덕 시인의 시집을 주문해야겠습니다. 낭송 감사합니다

    • @Poetry-day
      @Poetry-day  6 месяцев назад

      선생님~좋은 시 있으면 추천해 주셔요^^
      시요일 함께 해주셔서 감사요~~^^

  • @힐링시낭송이희숙시낭
    @힐링시낭송이희숙시낭 6 месяцев назад +1

    감상 잘하고 갑니다~~

    • @Poetry-day
      @Poetry-day  6 месяцев назад

      찾아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Haemaru66
    @Haemaru66 6 месяцев назад +1

    어머님입관을통해여러감정의굴곡들을써내려간한편의수필이군요.흑백의아름다운영상과고운목소리가쓸쓸함을더해주네요🎉🎉

    • @Poetry-day
      @Poetry-day  6 месяцев назад

      해마루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휴일 보내셔요^^

  • @시인유애선
    @시인유애선 6 месяцев назад +1

    마경덕선생님 시를 여기서 뵙네요.
    반가워요.
    낭송 참 잘하십니다.👍👍👍

    • @Poetry-day
      @Poetry-day  6 месяцев назад

      시인님~따뜻한 응원...너무 감사합니다^^
      업로드하고는 숨고 싶은데...
      시인님 덕분에 또 힘내봅니다^^

  • @시와시인솔작가
    @시와시인솔작가 3 месяца назад +1

    😢

    • @Poetry-day
      @Poetry-day  3 месяца назад

      @@시와시인솔작가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시로노래하다
    @시로노래하다 Месяц назад +1

    시어머니가 생각납니다

    • @Poetry-day
      @Poetry-day  Месяц назад

      @@시로노래하다
      고운 걸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