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 뒷이야기 XVIII] 박현상의 음악이 던지는 12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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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12 янв 2025

Комментарии • 2

  • @bominkim5864
    @bominkim5864 14 дней назад

    이번에도 좋은 영상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12가지의 질문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큰 문제의식을 12가지로 잘 나누어 놓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두 심오하고도 의미가 깊은 질문들이어서,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제 어설픈 생각일 뿐이지만, 간단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자신 내지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실천적 행동, 그리고 나아가 정신적/영적인 의미로 상승해가는 과정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분명 심오한 문제의식과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유의 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구도자들과 인류의 스승들을 괴롭혔던 문제죠. 즉, 인간에게 분명히 존재하는 악하고 추한 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무조건 배척하고 버려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전면적으로 포용해야 하는가, 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정답을 아는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 존재를 이해하려 할 때 긍정적이고 선한 면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객관적인 이해라기 보다는 인간이해의 과정에 이미 선재하는 절대적 가치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악하거나 추한 면이 좋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인간에 대한 전체적 이해 과정에 '가치/당위(Sollen)'의 판단을 선결적으로 전제함으로써, 인간 '존재(Sein)'의 온전한 전체성의 포착이 어려워지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개인적 가치나 세계관의 차이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어떤 이를 반만 친구로 인정하고, 반은 원수로 여길 수는 없는 것처럼,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의 과정에서는 모든 면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그의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지 자신의 마음에 드는 면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죠. 저는 이런 사랑의 정신에서 이러한 난제에 대한 돌파구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곡되거나 병든 형태가 아닌 진정한 사랑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넘어서는 정신의 힘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하루 정도 남은 연말 잘 보내세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내일은 선생님의 좋은 음악들을 다시 들어보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composerpark
      @composerpark  14 дней назад +2

      이렇게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글을 남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던져주신 질문과 성찰은 제 음악을 통해 제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와 깊이 맞닿아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읽으면서 제가 음악을 통해 다루고자 한 많은 질문과 여정이 선생님께 닿았다는 느낌을 받아 기쁩니다.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인간의 악하고 추한 면’에 대한 고민은 저 역시 음악과 삶을 통해 꾸준히 탐구해 온 주제입니다. 제 음악은 인간의 선한 면만을 이상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모순을 모두 담아내고, 이를 초월하거나 통합하려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제 작품인 “마른 뼈들의 환영”은 ‘죽음’이라는 인간 존재의 가장 어두운 면과 마주하며, 그것을 통해 부활과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음악으로 그렸습니다. 또한 “‘진노의 날’에 의한 환상곡”에서는 실낙원의 고통과 혼란[이원성(Dvaita)으로의 추락]을 거쳐 비이원적 의식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이런 작품들에서 저는 고통, 악, 추함 같은 부정적인 요소를 배척하지 않고, 그것을 직시하며 초월의 가능성을 찾고자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천사의 시”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갈등을 다룬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천사’는 단순히 고결하고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선을 상징합니다. 작품 속에서는 이 선이 자아와 끊임없이 충돌하고 갈등을 일으키며, 때로는 천사가 악마로 착각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저는 선과 악 모두가 인간 존재의 일부임을 인정하며, 이를 통해 인간이 성장하고 변화할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해소되고, 선과 자아가 합일하며 의식의 확장과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음악적으로 그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진정한 사랑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라는 통찰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사랑은 인간의 좋은 점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과 상처, 모순까지도 함께 받아들이고 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음악에서도 이러한 사랑의 힘을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달밤”에서는 인간 내면의 부정적 감정(분노, 슬픔 등)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초월해 완덕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랑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모든 면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초월할 수 있는 열쇠라고 믿습니다.
      제 곡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과정들은 아시다시피 성경, 후안 데 예페스의 “어둔 밤”, 대승불교의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공자의 “논어(論語)”, 에밀 쿠에의 격언, 토마스 복음서, 티베트 금강승(金剛乘)의 수행 체계 등 동서양의 다양한 경전을 근거로 합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선생님께서 던져주신 화두에 대한 제 생각을 더 자세히 담은 답변은 제 채널에 올라온 제 작품 해설 영상들에 있으니 살펴봐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 음악을 직접 들어보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 존재를 이해하려면 모든 면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고귀함과 비천함을 모두 포함해 인간의 전체성을 탐구하는 것은 제가 음악을 통해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질문입니다. 그래서 제 음악은 존재와 당위를 넘나들며,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직시하면서도, 그 너머로 나아갈 가능성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선생님의 깊은 성찰과 질문은 제 음악과 메시지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열어 주었습니다. 함께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대화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제 음악을 통해 이런 질문들을 계속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