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33 음악과 함께 듣기 1:00:00 음악 없이 듣기 웅장한 규모의 고풍스러운 성채. 그 안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저마다 나이도, 성별도, 종족도 다양한 이들이다.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는 청년, 향나무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인, 풍성한 갈색 털로 온 얼굴이 뒤덮인 채로 커다란 코만 불룩 솟아난 어린 프님마... 그리고 그 많은 이들의 이목을 한 눈에 끄는 나까지. 나, 그러니까 갓 스무살의 청년 프셈마는 본래 가장 험준한 산맥의 절벽 부근에서 살아간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두세 살쯤으로 보일만한 키와 몸집을 가졌지만⎯하물며 그 흔한 프님마들조차 인간의 절반은 되는데, 왜 우리만, 왜!⎯두 발과 양손만큼은 인간 장정처럼 커다란 이유다. 우리는 그 어떤 미끄러운 벽이라도 자유자재로 타고 넘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며칠이고 매달려 있을 수도 있다. 갓 태어난 새끼 프셈마는 말하는 법보다 빠르게 벽 타는 법을 배운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비탈의 지킴이라 부른다. 깎아지른 절벽과 산비탈은 프셈마에게 있어 삶의 터전 그 자체이므로. 자, 이제 이곳의 수많은 사람들이 눈이 빠지도록 나를 쳐다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나는... 그들에게 있어 유령, 또는 크리스마스같은 존재란 거다.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왜 없나. 유령이나 크리스마스, 둘 다 나에겐 아무 관련 없는 개념인 것을! 그럼에도 저들은 나를 보며 웅성거리고 속닥거린다. 저 자그마한 생물을 봐. 대체 저렇게 어린 생명체가 감정 학원엘 왜 찾아온 거야? 저기요, 다 들리거든요! 난 올해로 스물을 맞았어요. 결코 어리지 않다고요!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는데 누군가 뒷등을 쿡 누른다. 최대한 짜증내지 않으려고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뒤를 돌아보니, 나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큰 인간 여자애다. 불꽃처럼 새빨간 머리에 뺨과 콧잔등 위로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은. "저기...혹...짝...하기....시나요?" "뭐라고요?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들려요." 나보다 더 붉어진 얼굴을 한 애가 우물거리는데,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소 날카롭게 되물으니 여자애는 울 법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근데 잠깐, 왜 이 여자앨 어디서 본 것 같지? "후...후우...죄송합니다. 그러니까...혹시..." "혹시 뭐요?" "짜, 짜, 짜...'짝사랑하기, 애인에게 이용당하기, 잠수이별 당하기' 클래스 강의동이 어디인지 아시나 해서요!!!" 당황한 여자애가 기어코 정신줄을 놓았다. 덕분에 장내는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이고 말았다. 티나지 않게 주변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있는 모양이다. "나랑 같은 클래스네요. 따라와요." "저, 정말요? 하지만 이, 이렇게 귀엽고 멋진 분께서 대체 왜..." "뭐요. 이렇게 귀엽고 멋지면 절벽에서 구한 인간 여자를 짝사랑하고, 꼬박 일 년을 기다리고, 겨우 만나선 '나 결혼해' 같은 말 같지 않은 소리나 들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예에에?" 사람들은 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자마자 기어이 큭큭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이 우릉거리고, 강의동 입장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만만한 사람 취급 당하기/취업 실패하기/친구에게 배신당하기/반려동물 떠나보내기' 등 다양한 강의동의 아가리 속으로 수많은 인파가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내 가엾은 감정들을 위로하기 위해 강의동으로 향했다.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내 실패한 첫사랑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애먼 화풀이를 당해야 했던 여자애의 걸음이 조용히 뒤따르는 것이 느껴졌다. 슬슬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티는 내지 않기로 했다. 호주머니를 뒤적여 강의료를 적당히 챙겼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두려움 2세튼, 수치심과 비참함 각각 5세튼씩... 좋았어. - 연약한 감정 스파르타 학원의 강의동, 헛기침과 함께 등장한 강사, 무시무시한 마법 채찍을 휘둘러 수강생들의 가장 연약한 감정들을 단련시키는 소리, 고통만큼 회복탄력성이 생겨나는 소리... * * * :D * * *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위 글은 별도의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글이며 무단 배포/복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낮잠 채널 멤버십되기! ruclips.net/channel/UCbWzWaGembaIceXDiLWl9ewjoin 🌙 영상 소재 추천하러 가기 ruclips.net/video/gZWu0cfCO6k/видео.html 🌙 피드백/비즈니스: natzamzzzz.manager@gmail.com 🌙 인스타그램 @natzamzzzz 🌙 채널 내 영상의 재사용은 불가하며, 악플 또는 배려 없는 댓글은 무통보 삭제됩니다. 🌙 낮잠 채널에서는 원저작물에 새로운 창작성을 가한 2차 창작물의 경우, 라이센스를 해소한 음원과 영상을 통해 변형·각색하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 이용'의 범위에 속하며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현실 또한 한낱 찰나의 세월임을🌙바람부는 숲속, 불경과 풍경 소리가 들리는 [산사의 아침] ASMR](http://i.ytimg.com/vi/IONC0qF4NCw/mqdefaul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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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규모의 고풍스러운 성채. 그 안으로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저마다 나이도, 성별도, 종족도 다양한 이들이다.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는 청년, 향나무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인, 풍성한 갈색 털로 온 얼굴이 뒤덮인 채로 커다란 코만 불룩 솟아난 어린 프님마... 그리고 그 많은 이들의 이목을 한 눈에 끄는 나까지.
나, 그러니까 갓 스무살의 청년 프셈마는 본래 가장 험준한 산맥의 절벽 부근에서 살아간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두세 살쯤으로 보일만한 키와 몸집을 가졌지만⎯하물며 그 흔한 프님마들조차 인간의 절반은 되는데, 왜 우리만, 왜!⎯두 발과 양손만큼은 인간 장정처럼 커다란 이유다.
우리는 그 어떤 미끄러운 벽이라도 자유자재로 타고 넘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며칠이고 매달려 있을 수도 있다. 갓 태어난 새끼 프셈마는 말하는 법보다 빠르게 벽 타는 법을 배운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를 비탈의 지킴이라 부른다. 깎아지른 절벽과 산비탈은 프셈마에게 있어 삶의 터전 그 자체이므로.
자, 이제 이곳의 수많은 사람들이 눈이 빠지도록 나를 쳐다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나는... 그들에게 있어 유령, 또는 크리스마스같은 존재란 거다.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왜 없나. 유령이나 크리스마스, 둘 다 나에겐 아무 관련 없는 개념인 것을! 그럼에도 저들은 나를 보며 웅성거리고 속닥거린다. 저 자그마한 생물을 봐. 대체 저렇게 어린 생명체가 감정 학원엘 왜 찾아온 거야? 저기요, 다 들리거든요! 난 올해로 스물을 맞았어요. 결코 어리지 않다고요!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있는데 누군가 뒷등을 쿡 누른다. 최대한 짜증내지 않으려고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뒤를 돌아보니, 나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는 더 큰 인간 여자애다. 불꽃처럼 새빨간 머리에 뺨과 콧잔등 위로 주근깨가 덕지덕지 붙은.
"저기...혹...짝...하기....시나요?"
"뭐라고요?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안들려요."
나보다 더 붉어진 얼굴을 한 애가 우물거리는데, 단 한 문장도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소 날카롭게 되물으니 여자애는 울 법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근데 잠깐, 왜 이 여자앨 어디서 본 것 같지?
"후...후우...죄송합니다. 그러니까...혹시..."
"혹시 뭐요?"
"짜, 짜, 짜...'짝사랑하기, 애인에게 이용당하기, 잠수이별 당하기' 클래스 강의동이 어디인지 아시나 해서요!!!"
당황한 여자애가 기어코 정신줄을 놓았다. 덕분에 장내는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이고 말았다. 티나지 않게 주변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있는 모양이다.
"나랑 같은 클래스네요. 따라와요."
"저, 정말요? 하지만 이, 이렇게 귀엽고 멋진 분께서 대체 왜..."
"뭐요. 이렇게 귀엽고 멋지면 절벽에서 구한 인간 여자를 짝사랑하고, 꼬박 일 년을 기다리고, 겨우 만나선 '나 결혼해' 같은 말 같지 않은 소리나 들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예에에?"
사람들은 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자마자 기어이 큭큭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천둥이 우릉거리고, 강의동 입장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만만한 사람 취급 당하기/취업 실패하기/친구에게 배신당하기/반려동물 떠나보내기' 등 다양한 강의동의 아가리 속으로 수많은 인파가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내 가엾은 감정들을 위로하기 위해 강의동으로 향했다. 목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내 실패한 첫사랑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애먼 화풀이를 당해야 했던 여자애의 걸음이 조용히 뒤따르는 것이 느껴졌다. 슬슬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직 티는 내지 않기로 했다. 호주머니를 뒤적여 강의료를 적당히 챙겼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두려움 2세튼, 수치심과 비참함 각각 5세튼씩... 좋았어.
- 연약한 감정 스파르타 학원의 강의동, 헛기침과 함께 등장한 강사, 무시무시한 마법 채찍을 휘둘러 수강생들의 가장 연약한 감정들을 단련시키는 소리, 고통만큼 회복탄력성이 생겨나는 소리...
* *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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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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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감정학원이라니.....게다가 만만한 사람 취급당하기, 취업 실패하기, 친구에게 배신당하기, 반려동물 떠나보내기 등등 글귀가 너무 와닿아서.....ㅋㅋㅋㅋㅋ 어째 다 내가 겪은 일들이라 그런가 씁쓸한 웃음이 입가에 맴도네요.
낮잠님 짝사랑하기 헤헤🥰
안녕하세요. .실례가 안된다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컨셉 가능할까요?
아무도 없는 북극에서 빅터와 괴물의 마지막이나, 빅터의 실험실 컨셉이 너무너무 듣고 싶어요😢😢😢
죄송합니다.. 제목 읽고 PTSD 왔어요.. 병원에 먼저 가야할 듯… 😭😭😭 다녀오면 이 영상도 멀쩡하게 볼 날이 오겠죠? 언젠가 정신건강을 되칮고 다시 찾아올게요 ㅎㅎ
와웅 이런거 너무 조아요 독기가득충전시켜야징
저도 저 강의를 꼭 듣고 싶네요
와 낮잠님.. 이거 집중 진짜잘돼요...대박.. 너무 감사합니다!!!!!!!! 🥹👍
오늘도 멋진 생각 가득한 이곳에서 힐링 하고 갑니다 ❤
만만한 취급 당하기...며칠 전에 당해서 손절했는데 타이밍이 묘하네요 오늘 이거 듣고 공부하겠습니다...뽜이팅!!!!!
낮잠님 asmr 들으면서 공부중이었는데 새로운 영상 떠서 넘 햄뽁 >.
스파르타 시리즈.....마감까지 n분 시리즈 너무 좋습니다....더주세여😊😊
약 일주일 전에 짝사랑 상대와의 인연을 끊었는데 타이밍 좋게 영상이 올라왔네요😮
@@woomi6_6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더 좋은 인연이 나타날 거예요. 괜찮습니다 뽜이팅
@@먹는게젤좋아 위로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절망적이지 않아요. 오히려 훨씬 홀가분하고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행복하세요 :)
@@woomi6_6예, 분명히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저두 3주 정도 됐는데
..아직 좀 생각나고 그러네요. 인연은 분명 있을거라 믿어요 고생하셨어요😊
@@user-sf1iv1vl8p 저는 사랑은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라 바로 연락 접고 할 일 하는 중입니다. 인연은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방송국 제작국 연출 기획 팀장님으로 언제 데뷔하시나여
10빠ㅏ 네용 오늘도 잘 듣겠습니다!
피라미드 게임 백하린 버전 기원10트 째에요ㅠㅠ
우아하고 독기있는 그런거 해쥬세요 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