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일기 아홉번째, 늙은 곰처럼 - 200116 Journal in the wood cabin EP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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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5 фев 2025
  • 낙엽으로 발 밑이 버석이고 동네숲으로 향하는 길이 훤해지면 이제 반가운 계절이 다시 오는 것이다. 그러니 조석으로 분답을 떨던 직박구리며 곤줄박이도 보이지않고 흔하던 도토리들도 갈잎 이불을 덮고 약속받은 계절을 기다릴테고 그래서 온 숲이 긴 잠에 들기 시작한 이 즈음이, 보름달 훤한 밤이면 사위가 낮처럼 훤할 그 계절이, 어디서든 주워온 땔감이 툇마루 그득이는 날이면 모처럼의 부지런함이 밤새 보상받을 날들이 온 것이 어찌 반갑지않으랴.
    낙엽들 위로 또 눈 이불이 덮히고 창 너머 내다뵈는 오솔길은 한참 쓸쓸함으로 돌아갈테고 그래서 한잔 차를 내리고 불 보다 눈 보다 멍하게 한나절을 보내고, 술에 취했나 건너뵈는 눈빝에 취했나 헛갈리는 시간을 혼자 갖는 것은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이고.
    언젠가부터 오두막은 늘 겨울로 기억에 남았다. 분답스런 일이 생기거나 무어 이런 개떡같은 경우를 보았나 분해 할때도 눈밭 가운데 폴폴 연기를 올리는 오두막을 생각하면 참을 인자 여럿을 새길 필요없이 다시 사람 꼴을 갖추게 했으니 겨울날을 담은 오두막은 춥고 덥고를 떠나 제대로된 안식처가 된 셈이고, 그러니 바삐 오가던 상념들을 내려두고 모처럼의 고요함에 잠길 이 곳이 좋니 싫니를 넘어 이제 진짜 집이 된 것이려나?
    몇토막 나무를 집어들고 바람 숭숭 나드는 그 문을 열면 약간은 매캐한, 그래서 막내녀석이 오두막 냄세라고 부르는 익숙한 탄내가 반가운 척 술잔을 건낸다. 그래, 무엇이든 안주거리를 만들 동안 그을음 투성이 주전자가 쉭쉭 내는 소리를 따라 작은 공간 점점이 온기가 내려앉을테고, 빈 숲이 건너 보이는 창으로는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푸근한 오솔길이 긴 숨을 고르며 꿋꿋함을 뽐내겠지. 이렇게 가을이 가고 그렇게 겨울이 오고, 외로운 척 고상한 척 똥폼을 잡아도 부끄러울 일 없이 괜찮아 이 즈음이면 다들 그래 하며 모두 덮어줄 날들이 다시 오고 만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러니 갈잎 위로 내려앉은 눈밭은 아무도 지난 흔적 없이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몇해 동안 봐온 그 맘때의 숲길의 고요함이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는 기억처럼 깊이 자리잡을 때까지.
    매일을 보내고 남은 날을 헤아릴 나이다 됐다만 계절이 새로 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지. 침낭을 둘둘 두르고 오두막에 웅크리다 보면 조용히 긴 잠에 들지 싶다. 내내 발바닥을 햟을 늙은 곰이 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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