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추억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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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8 фев 2025
- 지난시절 우리들 고향에서의 겨울날 추억들을 되새겨 봅니다.
사진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진도고향집 입니다.
겨울밤의 추억
글/박정우
대창문 틈사이 차거운 바람들고
찢겨진 창호지 울어대는 밤.
희미한 호롱불 바람에 흔들리고
뒷까끔 부엉이 울어대던 밤.
온돌방 아랫목 두터운 솜이불 속
그 뜨끈함으로 겨울밤은 익어 갔다.
반침엔 이미 하얀눈이 점령하고
아부지 고무신에도 흰눈이 가득한 밤.
아궁이속 익어가는 군고구마 향기.
그 앞을 차지하고 바짝 웅크린 백구
마당에 함박눈이 소복히 쌓여갈때
우리들은 까맣게 타버린 군고구마 껍질을
호호 불며 벗겨 나갔지.
장독대 지나 마당끝 외양간
조그만 꺼적하나 들치고 들면
허름한 가마니 하나 등에 업고
입김 한웅쿰씩 뿜어내며
이미 식어버린 쇠죽을 뒤지는
외양간 주인님의 눈망울이 안쓰러운 밤.
오들오들 떨어가면서
종종 걸음으로 장독대로 달려가
살얼음 깨고 떠온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고구마 몇개로
긴밤에 공복을 채웠던 겨울밤.
몇 겹을 꿰매 신은 양말 끝에
또 부끄러이 고개내민 엄지발가락
썰매타고 안씻어 부르튼 손등
따뜻한 아랫목을 차지하려
작은 이불 아래로 몸을 비집고 들며
밤을 세워 이야기꽃 피우던 친구들.
국방색 후레쉬들고 친구 목감하여
처마끝 뒤져 잡은 참새 몇마리
털뽑고 쌀죽쑤어 두 그릇씩 뚝딱 해치우던
그땐 무척이나 배불럿던 겨울밤.
삼봉, 육백, 마이너스뽕
상추추룸, 과자추룸, 라면추룸, 쌩엿추룸
장가네 사랑방에 또래끼리 모여 떠들다가
장가네 아부지 기침소리 한번이면
이불속 머리박고 킥킥대던 밤
그렇게 우리들 긴긴 겨울밤은
아름다운 추억하나씩 맹글며 지나갔다.
2207.02.01
너무 정겨워요
시골 풍경 좋다
글에 너무 공감 가요.. 잊고 있던 한겨울 창호지 흔들리는 소리.. ㄱ자형 국방색 후레쉬, 형 무등 타고 초가지붕 아래 조그만 구멍 속으로 손 집어넣어 참새 두 마리 잡았는데.. 뒷깐 변소 출입문 꺼적데기, 꽁꽁 언 변소....
시골가고 싶다
시청 감사합니다.
정우영상 잘봤다
정우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