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전에 살던 동네에 갔습니다 한밤중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던 날 비라면 우산을 써야 하지만 눈이라면 맞고 싶기도 해서 우산을 들고만 나갔습니다 들고서 쓰지 않는 우산은 짐이었지만요 한참 추억 많은 길 위를 걷다 보니 저도 그 우산처럼 당신 손에 들려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비 내릴 기미 없는 당신 삶이었는데 한심하게도 당신께 쓸모 있고 싶은 마음으로 제 쓰임을 위해 기우제를 지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께 뭐라도 막아주는 우산이고 싶었는데 지금 제게 이 우산이 그렇듯 정말로 짐이었겠다 싶어 마음 한 켠 비가 스며들던 날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 두고 간 우산이 아직도 집에 있는데 버리지도 쓰지도 못한 채 빗물을 맞아야 할 면에 먼지만 맞고 있습니다 용도가 달라졌달까요 당신이 쓰지 않는 우산 동정심인지 동지애인지 감정이 싹터 버릴 수 없는 건지 언젠가 찾으러 오시려나 해서 그런 건지 이 우산도 만들어질 때엔 누구 하나 가려줄 심산이었을 터 나도 그랬는데, 하면서 녹슨 우산살을 괜히 만져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아, 그리고 어제는 웃긴 사실을 알았네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되려 그 문장으로 코끼리가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나도 그래서 그랬나 하고 제가 그만두려 했던 마음들을 되짚어봤거든요 주로 당신에 관한 마음들이었는데 생각 않으려 할수록 작동하던 기억 미워하려 하면 미안해지던 것 코끼리 같이 떠오르던 추억들 다 그런 연유였나, 했답니다 자 그럼 보낼 주소도 쓸 수 없는 편지 서랍 속에 맡겨두는 걸로 하고 이제 그만 마치겠습니다 선경, 2월의 편지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도 우산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마음이 든든하고 안정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꼭 쓸모없고 무의미한 것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제가 만든 음악이 이런 글을 적게 만드셨을까요..?) 편지를 쓰신 분도 끝내 편지를 받지 못한 분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Lofi 플리 듣는 갬성..⭐️
그저께, 전에 살던 동네에 갔습니다
한밤중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던 날
비라면 우산을 써야 하지만
눈이라면 맞고 싶기도 해서
우산을 들고만 나갔습니다
들고서 쓰지 않는 우산은 짐이었지만요
한참 추억 많은 길 위를 걷다 보니
저도 그 우산처럼 당신 손에 들려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비 내릴 기미 없는 당신 삶이었는데
한심하게도 당신께 쓸모 있고 싶은 마음으로
제 쓰임을 위해 기우제를 지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께 뭐라도 막아주는 우산이고 싶었는데
지금 제게 이 우산이 그렇듯
정말로 짐이었겠다 싶어
마음 한 켠 비가 스며들던 날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이 두고 간 우산이 아직도 집에 있는데
버리지도 쓰지도 못한 채
빗물을 맞아야 할 면에 먼지만 맞고 있습니다
용도가 달라졌달까요
당신이 쓰지 않는 우산
동정심인지 동지애인지 감정이 싹터 버릴 수 없는 건지
언젠가 찾으러 오시려나 해서 그런 건지
이 우산도 만들어질 때엔 누구 하나 가려줄 심산이었을 터
나도 그랬는데, 하면서
녹슨 우산살을 괜히 만져보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습니다
아, 그리고 어제는 웃긴 사실을 알았네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되려 그 문장으로 코끼리가 떠오른다고 하더군요
나도 그래서 그랬나 하고
제가 그만두려 했던 마음들을 되짚어봤거든요
주로 당신에 관한 마음들이었는데
생각 않으려 할수록 작동하던 기억
미워하려 하면 미안해지던 것
코끼리 같이 떠오르던 추억들
다 그런 연유였나, 했답니다
자 그럼 보낼 주소도 쓸 수 없는 편지
서랍 속에 맡겨두는 걸로 하고
이제 그만 마치겠습니다
선경, 2월의 편지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도 우산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마음이 든든하고 안정감이 생기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꼭 쓸모없고 무의미한 것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제가 만든 음악이 이런 글을 적게 만드셨을까요..?)
편지를 쓰신 분도 끝내 편지를 받지 못한 분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해석 감사합니다 !
전에 쓴 글 중 음악에 어울릴 것 같아 달아봤어요 인스타그램에 글 올리고 있으니 한번 쯤 읽어봐주세요 밑에 아이디 적어두겠습니다
ma9n01ia
blog.naver.com/6lue5tar/223356826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