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그라피]

Поделиться
HTML-код
  • Опубликовано: 24 авг 2024
  • 그런 사람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이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이따금 방문하는 슬픔 맞아들이되
    기쁨의 촉수 부러뜨리지 않는 사람
    한때 부서져서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사탕수수처럼 심이 거칠어도
    존재 어느 층에 단맛을 간직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아직 그래 본 적 없지만
    새알을 품을 수 있는 사람
    하나의 얼굴 찾아서
    지상에 많은 발자국 낸 사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자신에게 너무 작다는 걸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 류시화

Комментари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