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낭송 ] 나의 가족|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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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21 сен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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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 quietly_reciting
    #시낭송, #나의가족, #김수영 , #시, #시낭독
    📖제목 - 나의 가족
    ✍🏻시인 - 김수영
    🎵음악 - @night.rabbit__
    나의 가족 (1954)
    - 김수영
    고색이 창연한 우리 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가지고 들어온 것
    얼마나 장구한 세월이 흘러갔던가
    파도처럼 옆으로
    혹은 세대를 가리키는 지층의 단면처럼 억세고도 아름다운 색깔―
    누구 한 사람의 입김이 아니라
    모든 가족의 입김이 합치어진 것
    그것은 저 넓은 문창호의 수많은
    틈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겨울바람보다도 나의 눈을 밝게 한다
    조용하고 늠름한 불빛 아래
    가족들이 저마다 떠드는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은
    내가 그들에게 전령(全靈)을 맡긴 탓인가
    내가 지금 순한 고개를 숙이고
    온 마음을 다하여 즐기고 있는 서책은
    위대한 고대조각의 사진
    그렇지만
    구차한 나의 머리에
    성스러운 향수(鄕愁)와 우주의 위대감을 담아주는 삽시간의 자극을
    나의 가족들의 기미 많은 얼굴에 비하여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곳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 안에서
    나의 위대의 소재(所在)를 생각하고 더듬어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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