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39 음악과 함께 듣기 1:00:03 음악 없이 듣기 - 버려진 달기지 안에서 사는 어떤 존재, 죽은 라디오를 작동시키는 소리, 기지와 달과 우주가 내는 허구의 소리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머리맡부터 훑는다. 영원히 11시 27분 즈음에 머무르는 탁상 시계. 주황색 고무가 퍼석 갈라져 버린 팔목 밴드. 빛바랜 플라스크 하나, 그리고 지구의 마른 토양이 담긴 모래시계. 오늘도 머리맡에 얌전히 위치해 있다.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나의 일과는 대체로 이렇게 시작된다. 슬슬 커피가 당길 시간이다. 사실은 벌써 오래전에 먼지가 되어버린 커피콩의 향기를 추억하는 시간일 뿐이지만. 사실 잠들기 위해선 애써 눕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되도록 몸을 뉘이는 편이다. 그러므로 아침이 되면 푹신하고 비좁은 침대 위에 기대 두었던 등을 쭉 펴고 일어나야 한다. 나는 지구의 짐승처럼 몸을 웅크렸다가 일순간 길게 늘인다. 몸을 일으키자 낡고 컴컴한 기지의 정면에 난 창을 통해 그것이 보인다. '그것'이 나를 향해 활짝 웃는 듯하다. 그래, 안녕? 오늘은 더 좋아 보이네. 어젯밤에 협탁에 올려두었던 먼지낀 머그잔을 집어든다. 메마른 컵 안에 까맣고 뜨거운 액체가 잔뜩 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향기를 맡는다. 비록 시늉이지만 충분히, 충분히 만끽한다. 컵 손잡이에 종속되지 않은 일곱 번째 손가락 하나를 까닥거리며 '그것'을 향해 다가가다, 잠시 걸음이 멎는다. 오늘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달콤한 유혹이 내게 속삭인다. 괜찮고 말고. 어서 해 봐. 환상적인 커피가 든 잔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내 길쭉하고 창백한 손끝에 정신을 집중한다(내게 '정신'이란 게 있다면 말이지). 그러면, 짠. 손끝에 붉고 푸르고 어둑한 빛이 잠깐 맺혔다가, 맞닿은 라디오를 감전시킬 기세로 맹렬하게 달려든다. 라디오는 잠시 반항하듯 치직, 치지직 소릴 내지만 이내 내가 맺어둔 그 때의 그 구간을 다시 재생한다. 완벽해! 그들의 음악이 들려온다. 이제 다시 커피잔을 들고 정면을 향해 나아갈 시간이다. 걸음마다 꽃이 피어나듯 경쾌하기만 하다. 아, 이제 보인다. 오늘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풍경이다. 게다가 어제보다 더 푸르다. 맑고 건강해 보인다. 그들의 시간으로 막 새천년을 맞이하기 직전인 오늘 감상하는 '그것', 그러니까, 나의 사랑하는 지구인들이 손수 짓고 스스로 멸망하고 만 '지구'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그들의 시간으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기 하루 전날엔, 더더욱. * * * 🌙 BGM Richard Farrell - Soul Swingin, Moon Mother, Drowning in Fire Willow McKenna - Revolution * * *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위글은 별도의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글이며 무단 배포/복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 낮잠 채널 멤버십되기! ruclips.net/channel/UCbWzWaGembaIceXDiLWl9ewjoin 🌙 영상 소재 추천하러 가기 ruclips.net/video/gZWu0cfCO6k/видео.html 🌙 피드백/비즈니스: natzamzzzz.manager@gmail.com 🌙 인스타그램 @natzamzzzz 🌙 채널 내 영상의 재사용은 불가하며, 악플 또는 배려 없는 댓글은 무통보 삭제됩니다. 🌙 낮잠 채널에서는 원저작물에 새로운 창작성을 가한 2차 창작물의 경우, 라이센스를 해소한 음원과 영상을 통해 변형·각색하여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 이용'의 범위에 속하며 저작권법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이 영상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죠. 지구가 멸망하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결국 지구와 함께 끝을 맞이하고, 돈있고 힘있는 인간들은 우주선을 타고 어떻게든 살려고 아득바득 사람들을 짓밟으며 올라타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우주 밖에서 우주비행선을 타고 어딘가로 향해가는 동안 과연 살아있다는 게 행복할까 하는 그런 생각말이죠. 그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다한들 삶이 끝나기 전에 도착은 할 수 있을까..그 끝없는 우주가 과연 평화롭기만 할까..지긋지긋한 똑같은 배경속에서 가끔씩 다른 풍경을 보긴 하겠지만, 지긋지긋할 것 같은 느낌.....아무튼 저라면 그 끝없는 우주를 헤매이는 게..살아있다는 게 행복할 것 같지 않습니다.
I love both versions so much, but I i would love an only sound version (no music) so I can listen for sleep. I love the noise, it reminds me a little of the Aetheryte noise from FFXIV. It is very relaxing and interesting. 😮 The music version is a v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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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달기지 안에서 사는 어떤 존재, 죽은 라디오를 작동시키는 소리, 기지와 달과 우주가 내는 허구의 소리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머리맡부터 훑는다. 영원히 11시 27분 즈음에 머무르는 탁상 시계. 주황색 고무가 퍼석 갈라져 버린 팔목 밴드. 빛바랜 플라스크 하나, 그리고 지구의 마른 토양이 담긴 모래시계. 오늘도 머리맡에 얌전히 위치해 있다.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나의 일과는 대체로 이렇게 시작된다. 슬슬 커피가 당길 시간이다. 사실은 벌써 오래전에 먼지가 되어버린 커피콩의 향기를 추억하는 시간일 뿐이지만.
사실 잠들기 위해선 애써 눕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되도록 몸을 뉘이는 편이다. 그러므로 아침이 되면 푹신하고 비좁은 침대 위에 기대 두었던 등을 쭉 펴고 일어나야 한다. 나는 지구의 짐승처럼 몸을 웅크렸다가 일순간 길게 늘인다. 몸을 일으키자 낡고 컴컴한 기지의 정면에 난 창을 통해 그것이 보인다. '그것'이 나를 향해 활짝 웃는 듯하다. 그래, 안녕? 오늘은 더 좋아 보이네.
어젯밤에 협탁에 올려두었던 먼지낀 머그잔을 집어든다. 메마른 컵 안에 까맣고 뜨거운 액체가 잔뜩 들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향기를 맡는다. 비록 시늉이지만 충분히, 충분히 만끽한다. 컵 손잡이에 종속되지 않은 일곱 번째 손가락 하나를 까닥거리며 '그것'을 향해 다가가다, 잠시 걸음이 멎는다. 오늘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달콤한 유혹이 내게 속삭인다. 괜찮고 말고. 어서 해 봐.
환상적인 커피가 든 잔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내 길쭉하고 창백한 손끝에 정신을 집중한다(내게 '정신'이란 게 있다면 말이지). 그러면, 짠. 손끝에 붉고 푸르고 어둑한 빛이 잠깐 맺혔다가, 맞닿은 라디오를 감전시킬 기세로 맹렬하게 달려든다. 라디오는 잠시 반항하듯 치직, 치지직 소릴 내지만 이내 내가 맺어둔 그 때의 그 구간을 다시 재생한다. 완벽해! 그들의 음악이 들려온다.
이제 다시 커피잔을 들고 정면을 향해 나아갈 시간이다. 걸음마다 꽃이 피어나듯 경쾌하기만 하다.
아, 이제 보인다. 오늘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풍경이다. 게다가 어제보다 더 푸르다. 맑고 건강해 보인다. 그들의 시간으로 막 새천년을 맞이하기 직전인 오늘 감상하는 '그것', 그러니까, 나의 사랑하는 지구인들이 손수 짓고 스스로 멸망하고 만 '지구'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그들의 시간으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기 하루 전날엔, 더더욱.
* * *
🌙
BGM
Richard Farrell - Soul Swingin, Moon Mother, Drowning in Fire
Willow McKenna - Revolution
* * *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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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을 했죠. 지구가 멸망하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결국 지구와 함께 끝을 맞이하고, 돈있고 힘있는 인간들은 우주선을 타고 어떻게든 살려고 아득바득 사람들을 짓밟으며 올라타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우주 밖에서 우주비행선을 타고 어딘가로 향해가는 동안 과연 살아있다는 게 행복할까 하는 그런 생각말이죠. 그 어딘가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다한들 삶이 끝나기 전에 도착은 할 수 있을까..그 끝없는 우주가 과연 평화롭기만 할까..지긋지긋한 똑같은 배경속에서 가끔씩 다른 풍경을 보긴 하겠지만, 지긋지긋할 것 같은 느낌.....아무튼 저라면 그 끝없는 우주를 헤매이는 게..살아있다는 게 행복할 것 같지 않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면서도 우울해지네요...
님 말이 맞아요
하지만 살아있다는것은 불행도 느낄때가 많지만 행복도 느길때가 많다는게 인생이죠 죽으면 둘다 못느끼잖아요
파피용 책 추천드립니다..
@@늘-j7d파피용... 읽은지 10년도 넘었는데 소설 내용이 아직도 머릿속에 영화처럼 남아있네요ㅋㅋㅋ 진짜 재미있던 책
종말에 다 죽고 혼자 켜져있는 라디오같음
0:01 인트로 분위기 개좋다 ㅋㅋ
와우 인트로 영화같아요 넘 좋아요
진짜 진짜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걸 듣거든요. 복잡한 기차 안에서 이 복합된 소리만으로 온전히 고독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건 특별한 일이고, 특별한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낮잠님 감사해요 ❤
세상에 극 미래 Asmr....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많이 듣고 있었는데 새 영상도 역시 너무 좋아요! 돌아가며 아껴 들을게요!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가오갤이나 마션이 떠오르는 분위기예요
우와! 달기지라니... 인류는 2099년 어떤 삶을 살고있을지 궁금합니다. 부디, 이 아름다운 지구별은 stay beautiful이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진짜 천잰가봐 이 사람...
낮잠님 요즘 제가 1Q84를 읽고 있는데 계속 낮잠님의 앰비언스를 들으며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낮잠님이 1Q84와 어울리는 앰비언스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잘 듣고 있습니다!! 이번 영상도 감사해요. 요즘 많이 쌀쌀해졌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진짜 asmr 장인 낮잠님...
너무 좋아요🌠
너무 좋은데요? 요즘 귀가 피로해서 뭘 못 듣겠던데 당분간은 이거 매일 들을듯
그냥 최고예요... 말이 필요 없다. 역시 낮잠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도입부 보고 들으면서 딱 들었던 생각이, 버려진 달 기지에서 고독을 즐겨야 하는 주인공이 떠올랐어요. 우주선 문제로 구조까지 D-???.
난 혼자가 편해. 혼자가 좋다라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외로움으로 사람을 찾게 되더라구요.
낮잠님의 컨텐츠를 항상 응원합니다🌕 잘 듣고 있어요
저 노래를 부른 사람은 자신의 노래가 이렇게 닿지 않을 허상으로 남게 될 줄은 몰랐을테죠.
정작 그 노래의 말뜻을 이해할 수도 없을 존재와 함께, 그가 사랑한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간에서.
낮잠님 상수리 나무 아래 입체음향 넘 듣고 파요ㅠㅠ 아니면, 예전 플리 올려주셨던…음악들도 다시 듣고 싶어용!
예전에 진짜 좋아했는데 영상이 내려갔어서 ㅠㅠㅠㅠ 꼭 다시 듣고픕니다:)
오늘 영상도 잘 들었습니다:)
제가 또 달덕후인 건 어떻게 아시고..!! 요즘 설계하느라 밤샘 작업이 많은데 그때마다 들을 플리가 올라오니 좋네요♡ 항상 잘 듣고 있습니다🌒🩷
오 쉣 너무 좋아
생각해보니 어지럽게 돌고돌며 해와 달을 번갈아 바라보는 지구가 어리석게 느껴지네요. 그래서 달에게 조금 더 정감이 가는…
가오갤도 생각나고,,, 월E느낌도 나고...! 최근에 들었던 asmr 중에서 최고의 느좋 asmr입니다...감사히 자주 듣겠습니당!!!
❤❤❤
이 사람은 영상 하나하나를 아껴듣고 싶게해…
내일부터 대학교 중간시험 시작이여서…. 2시까지 하려고 계속 하고 있었는데 타이밍 좋게!!!!! 역시 낮잠님 2시까지 열심히 달려보겠읍니다…….🙏
2099년.. 내가 살아있을 수도?
그때쯤 지구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요즘 시간이 굉장히 빨리 흘러가는 기분이 들어서 시간이 굉장히 아깝게 느껴진다..🥲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기는 수밖에..
2099년 달 기지에서 아파트, 아파트... 듣고있을듯
❤❤❤❤❤❤❤❤❤❤❤
낮잠님 혹시 넷플릭스에'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라는 미애니 보셨나요?! 내용도 너무 좋고. 잔잔하게 감동적이거든요..앰비언스 소재로 진짜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아요.. .(사심듬뿍) 관심있으시다묜 꼭 한번 보시길 바랍니다....진짜 좋아요😂
나: "오늘은 제발 말 잘 들어라..."
라디오: "치직… 치지직…"
나: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널 포기할 것 같아?"
(손끝에서 빛이 반짝이며 라디오에 전기가 흐른다)
라디오: "…음악이 흘러나옴"
나: "됐어! 이렇게 쉽게 풀릴 걸, 괜히 튕기긴."
낮잠님 이 영상과는 관계 없는 이야기긴 합니다만, 제가 나짬님 전 영상을 보고 어바등을 달렸습니다... 달리는 동안 어바등 영상 인트로만 열 번 넘게 돌려 들은 것 같아요... 이제 치실질 할때마다 계단 오를때마다 생각나겠어요... 감사합니다... ; v ;
오늘은 이거다
I love both versions so much, but I i would love an only sound version (no music) so I can listen for sleep. I love the noise, it reminds me a little of the Aetheryte noise from FFXIV. It is very relaxing and interesting. 😮 The music version is a vibe. 🎉
이거 듣고 프로젝트 좀보이드 게임이 생각났어요. 아포칼립스 세상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고독을 견뎌내는 상황을 상상했어요. 언젠가 여유가 되신다면 아포칼립스 주제로 ASMR을 만들어 주시면 넘넘 좋을 것 같아요😊 항상 좋은 영상 감사드려요
와 이거듣자마자 네이버웹툰 '문유'가 생각났어요 딱 주인공이랑 어울리는 노래들
노래가 너무 공허하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