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맴도는 이름🌙안나의 정원, 한여름 티파티 asmr /빅토리아 시대, 로맨스 판타지 앰비언스

모두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귀족 가문의 영애들은 양산을 쓰고 앉아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맛보았으며, 멀끔한 차림새의 젊은 남성들은 저마다 유려한 말솜씨로 그들을 웃게 만들었다. 소위 ‘배운 집안의 자제’들의 사교적 대화란, 영어와 불어를 구태여 섞어 써가며 시답잖은 가십을 늘어놓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안나는 그 자리에서 웃음을 잃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따금씩 한숨을 내쉬기까지 했다. 안나의 깊은 눈매와 귀여운 콧망울에 이끌려 곁에 앉았던 이들도, 그 한숨 앞에서 이내 등을 돌려 앉고 말았다. 차라리 앉아서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나는 생각하며 미지근한 차를 들이켰다. 그때 옆에 앉은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안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난쟁이 기수가 얼굴이 벌게져선 허겁지겁 퇴장하는데, 하하, 정말 어찌나 우습던지요!”
“호호, 짓궂기도 하셔라.”
안나의 미간이 순식간에 좁아졌다. 그녀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찻잔을 내려놓자 몇몇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안나는 개의치 않고 명랑한 목소리를 꾸며냈다.
“말 위에 탄 난쟁이라니, 퍽 볼만했겠군요.”
“관중석에 앉은 모두가 배를 잡고 웃었죠!”
“경마장을 드나드는 멍청이들의 수준이란.”
일순간 주변이 고요해졌다. 안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찻잔을 들어 홀짝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난쟁이 기수를 들먹이던 젊은이가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으며 반박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안나는 한 손을 들어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턱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를 파하고 모두를 내쫓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사교계는 매우 좁고,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으며, 격식과 평판은 격동하는 세상에서 귀족가의 자제들을 지탱하는 유일한 발판이나 다름없었다. 안나는 두 살 터울의 어린 여동생을 떠올렸다. 아마 지금쯤 정원이 잘 보이는 창가에 딱 붙어서, 선망의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러자 떨림이 잦아들었다. 안나가 ‘농담이랍니다’ 하는 표정으로 맑게 웃어 보이자, 그제서야 손님들의 표정에도 햇살이 들었다. 사람들의 단란한 말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안나는 입안에 맴도는 이름을 삼켰다. 로널드 우드...
오, 로니.
⭐ 음악 없이 듣기 45:14 ~
안나가 사는 저택의 정원, 분수대 앞에 마련된 티 테이블, 젊은이들이 티파티를 즐기며 대화를 나누는 소리, 청량한 한여름의 소리들...
*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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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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