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저희 집 뒤엔 심령 스팟으로 여겨지는 큰 폐허가 있었습니다. 이 곳은 재개발 구역이었는데 이 폐허에서 사람이 몇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리도 자주 있었습니다. 때는 제가 어릴 적으로 초등학교 친구들과 같이 토요일에 하교를 하며 집에 갔다가 놀러 나갔을 때 였습니다. 주변은 산이 있는 주택가였기에 친구들과 산에 가서 노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날도 친구들과 산으로 놀러 가기로 했기에 저희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한 친구가 무리에 제안을 했습니다. 폐허를 가로질러 가는게 어떻냐고. 때때로 저는 친구들과 집 뒤에 있는 큰 폐허를 탐험하기도 했고 이 폐허를 가로질러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기에 저희는 무리 없이 OK를 하였고 그렇게 폐허를 가로질러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여름이라 점심에 가까운 토요일 오후의 뜨거운 햇빛이 저희를 강타했지만 그 폐허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엔 시원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길을 따라 헐어져 콘크리트 벽돌만 남은 집들 사이를 걸으니 마치 이토 준지의 소설 속에 나오는 기괴한 마을 같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놀아 즐겁다는 마음이 앞서 불안하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때 친구들이 제안했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지는 사람이 빈 집에 들어갔다 나오자고. 몇 몇 친구들은 무섭다고 거절했지만 분위기에 맞춰 결국 승낙을 하게 되었고, 모두가 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밖에서 진 친구들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에서 고막을 강타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녹슬어 뼈대만 남은 샹들리에에 모빌 같은 것이 걸쳐져 있었고, 아래엔 작은 동물들의 뼈들이 꽤나 놓여져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이를 조금 찜찜하게 여겼지만 별로 개의친 않아 하였고, 이내 빈 집을 뒤로 하고 산으로 향하였습니다. 남겨진 집에선 바람의 소리인지, 누군가의 비명인지 모를 괴기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폐허에 울려 퍼졌지만 말이죠. 하지만 산에서 일어날 일을 이 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폐허를 벗어나 친구들과 산으로 향했습니다. 폐허 바로 뒤에 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폐허는 단지 지름길이었기에, 저희는 주택가로 들어섰습니다. 해가 가장 강할 때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나 보이던 곳이었지만 마치 아무도 없는 콘크리트의 숲으로 들어온 것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조금만 걸으면 산에 도착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만약 이 때 돌아갔다면 이후에 일어날 강렬하고도 공포스러운 기억이 제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도착한 저와 일행은 산에 있는 땅에 박힌 나무 계단을 오르고 올라 약수터 쪽으로 향했습니다. 유치원에 다닐 적부터 부모님, 조부모님들과 함께 다니던 길이었기에 저에겐 제 집 앞마당처럼 익숙한 길이었습니다만, 유난히 이 날은 올라가는데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느낌이 들며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져 몇 번 이고 뒤를 돌아봤었습니다. 약수터로 가는 길 도중엔 아무도 살지 않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폐건물이 있었습니다. 과거엔 유치원으로 쓰였지만, 이젠 흉물스러운 건물일 뿐이었죠. 이 폐건물을 지나치려던 찰나에 친구들과 저는 그 건물의 정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말했습니다. "유치원 원장님이 온건가?" "뭔 소리야 유치원 문 닫은지 엄청 오래 됐잖아 새주인이 보러 온 거 같은데" 기분 탓이었을까 바람이 불며 열린 문 틈 사이로 폐허에서 들었던 누군가의 원한 어린 울음소리로 들리는 소리가 흘러들어와 귓가에 스치자, 순간 갑자기 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기분이 언짢아진 저는 친구들을 재촉해 평소 놀던 곳으로 향했습니다.
산에는 저와 친구들의 비밀 기지가 있었습니다. 산에 있는 재료들을 모아 땅을 파고 나무를 박아 그 위에 방수포를 씌운 움집이었죠. 이곳이 저희의 목적지였습니다. 친구들과 저는 이 곳에 오지 않은지 조금 오래되어 가다가 중간에 몇 번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시간이 꽤나 지체되었습니다. 아까 주택가에 있을 때가 약 3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니 산에서 이곳저곳 딴 길로 새면서 놀다 길까지 잘못 들어버린 저희는 비밀 기지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습니다. 비밀 기지에 도착해 보니 기지 안엔 빨간색 종잇조각들이 떨어져 있고 시큼한 냄새와 짖은 쑥과도 비슷한 풀 내음 또한 났습니다. 저희가 오지 않던 사이에 누군가 왔던 것이 분명하였기에 친구들과 저는 누군가가 우리들의 기지에 왔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하지만 이윽고 안 좋던 마음도 금방 사라지고 기지 안에 앉아 친구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한 친구가 집 창고에서 가져온 게임보이를 친구들과 하나씩 집고 오락을 했습니다. 게임을 하며 배가 고프면 각자 챙겨온 음료수와 과자를 먹고, 몸이 찌뿌둥해지면 기지 앞에서 막대기로 땅을 그어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황혼이 올 때 까지 놀았습니다. 슬슬 해가 지니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실까 봐 산을 내려가기로 한 저희는 땅거미가 슬슬 짖게 깔릴 때 즈음 약수터에 도착했습니다. 그 때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아! 얘들아 나 게임기 놓고왔는데." 이러니 어쩌겠습니까 어릴 때 친구들끼린 일심동체지 않습니까 이 바보야 멍청아 하면서도 저희는 다같이 게임기를 놓고 온 친구들 따라 다시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하진 않지만 상당히 어둠이 드리워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산을 헤치며, 저희들은 다같이 생각했습니다. 자주 오던 산이지만 어둠이 깔리고 나니 상당히 무섭다고 당장 돌아가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순 없었습니다. 저희가 고생 끝에 기지 주변에 도착했을 때, 저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누군가 칠흑같이 어두운 기지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발소리를 죽이기 위해 신발을 벗고 조심히 접근한 저희는 어둠에 적응한 눈으로 그 누군가를 집중해 눈으로 좇아보았습니다. 그 때 제가 본 '그'의 형체는 꽤 말라 있었으며, 팔이 일반인에 비해 길었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기지 한가운데 엎드리듯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었습니다. 전날 저녁 저는 전설의 고향을 시청하였기에 '그'를 보자 그 생각이 나 어린 나이에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서로서로 눈치를 살피며 그냥 가기로 했을 때 갑자기 '그'가 고개를 치켜들더니 끄어억 작게 울부짖으며 짐승 같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친구 하나가 도망쳤습니다. 저와 다른 친구들은 너무나 공포스러운 나머지 도망가는 친구를 지켜볼 뿐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그'가 기지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은 저와 친구들은 몸 전체에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미친 듯이 산을 뛰어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멈추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날아가는 것인지 뛰어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역시나일지 마치 날듯이 산을 뛰어 내려가던 저는 폐건물 주변에서 친구 하나와 같이 넘어졌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산에 오를때는 잠겨있던 폐건물의 창살로 된 담장문도 정문과 같이 열려있었죠. 다른 친구들은 저희를 챙기지도 않고 도망갔습니다. 안그래도 무서워 미칠 것 같은데 여럿이었다가 갑작스레 단 둘이 남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전 발목이 삐어 제대로 걸을 수 없어, 같이 쓰러졌던 친구의 부축을 받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몇 걸음 떼지 않았던 그 순간 갑작스레 왼쪽 귓가에 불어온 냉동실 바람과도 같이 차가운 바람에 저는 그 방향으로 반사적으로 고개를 확 돌렸습니다. 그 때 저는 보았습니다. 달빛에 비친 폐건물의 문 틈 사이로 허여멀건한 아이가 웃고 있었던걸 말이죠. 그 미소는 마치 가면을 쓴 것 과도 같이 불쾌한 골짜기의 느낌이 드는 그런 미소였습니다. 말문이 막힌 저는 삔 발을 어찌 되더라도 상관 없다는 듯 땅에 내디뎌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있던 친구도 제가 갑자기 엄청난 얼굴로 뛰기 시작하자 뭔가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는지 다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마라톤을 하듯 몹시도 멀리 느껴졌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싶었던 때에 웬 앞에 검은 형체가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식은땀과 눈물로 이미 범벅이 된 저희의 눈으론 그것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아, 공포에 질린 나머지 뒤로 넘어져 끄억끄억 소리를 내던 저희에게 그 검은 형체가 다가왔습니다. "아이고! 너희 괜찮냐!!" 다행히 그 검은 형체는 산에 밭을 가지고 있던 박씨 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를 보고 안도한 저희는 아저씨를 안고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전 그 때 무심코 쳐다본 아저씨의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항상 자상하고 친절하던 박씨 아저씨의 얼굴이 귀신과도 같이 험악하게 변해선 저희 뒤에 있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계셨습니다. "얘들아 빨리 가자" 아저씨는 낮은 음으로 저희에게 말하시곤 뒤를 돌아보시며 저희와 같이 산을 내려갔습니다. 산을 내려가자 아래엔 이미 친구들이 모여서 울고 있었습니다. 저와 넘어졌던 그 친구는 먼저 내려온 친구들을 때리며 버린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였죠. 저는 그 자리에서 안심하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쓰러졌습니다. 박씨 아저씨는 저희를 집까지 다 데려다 주시곤 각자의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아마도 산에 아이들을 보내지 말라는 내용이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 뒤로 부모님이 절대 산에 못가게 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잊은 것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그 자리에서 도망간 그 친구는 제가 산에서 내려왔을때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천만다행하게도 먼저 도망간 친구는 무사히 집에 돌아갔다고 다음 날 연락이 왔습니다. 박씨 아저씨는 이후 저와 친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절대로 귀신이 나온다는 장소나 사람이 살지 않는,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곳엔 가지 말라고 말이죠. 또 한 가지 말해주신게 있었습니다. 박씨 아저씨는 월남전 참전용사셨습니다. 전장에서의 용맹함으로 훈장들도 많이 받으시고 귀신이라고 불리셨던 분이라고요. "얘야 아저씨는 월남에서 귀신들을 많이 봤었단다. 눈 앞에 나타난건 대부분 사악한 귀신들이었지. 사악한 귀신들은 어떻게 구분 하냐고? 사악한 귀신은 한 눈에 알 수 있단다. 무섭고 불쾌한 느낌이 들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사악한 귀신이지. 너희가 산에서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알아채지 못한거냐? 너희가 본 귀신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 너희들이 놀았던 장소엔 나무가 없어서 달빛이 훤히 비칠텐데 너희는 정확한 모습을 못보지 않았느냐 아마도 폐가에서부터 너희를 따라왔던 모양이다." 이 일 이후로 저는 다시는 폐가와 심령 스팟에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검은 것이 폐가에서 따라온거라면 폐건물 속 그 웃음의 주인은 어디에서 온 것일지 상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칩니다.
사카마타가 말하는게 맞는게, 폐가 흉가에서 마주치면 가장 아찔한 케이스 첫번째로, 모르는 '살아있는' 사람과 마주치는거임 ㅇㅇ
솔직히 사카마타면 심령쪽으로도 위험할것같아서...
바다에서 헤엄쳐야할 범고래가 두 발로 서서 숲을 배회하다가, 청소하러왔습니다, 라고 말하면서 머리 위에 땀내나는 버섯을 만지작거리면 누구라도 겁을 먹습니다.
역시 청소부라 뒤처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네...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사카마타 클로에-
아 여기가 아닌가
귀신은 실존하는걸지도 몰라....
역시 홀록스의 청소부 마인드...ㄷㄷ
홀록스의 청소부다운 발상이야
역시 히트맨..
ㄷㄷㄷㄷ... 비밀결사의 청소부 무브 미쳤다
심령 스폿에서 먼저 온 탐사자를 귀신으로 착각하고 공격해 중상을 입혔다는 이야기도 있죠.
항상 사람이 더 무섭죠...
일단 '인적이 뜸함', '외진곳에 있음' 콤보로 귀신이 없더라도 위험한곳...
요즘 도심 한가운데에서도 칼부림 하는데 확실히 그런곳이 안전할리 없지
역시 청소부....
생각이... 참..... 택티컬 하구만.....
근데 귀신도 사카마타에게 목욕하라고 당부하실듯. 물론 썩은 시체인 좀비도 포함해서
범고래가 두발로 다니는거부터 이미 무서운데? ㅋㅋㅋㅋㅋㅋ
뒷처리부 경험자의 조언...
ㅈㅅ로 위장시키는건 의외로 굉장히 어렵다던데. 저항흔이라던가 타살이라는 흔적이 무조건 남아버려서라는듯.
청소부 다운 발상
어릴 적 저희 집 뒤엔 심령 스팟으로 여겨지는 큰 폐허가 있었습니다. 이 곳은 재개발 구역이었는데 이 폐허에서 사람이 몇 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리도 자주 있었습니다. 때는 제가 어릴 적으로 초등학교 친구들과 같이 토요일에 하교를 하며 집에 갔다가 놀러 나갔을 때 였습니다. 주변은 산이 있는 주택가였기에 친구들과 산에 가서 노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날도 친구들과 산으로 놀러 가기로 했기에 저희는 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때 한 친구가 무리에 제안을 했습니다. 폐허를 가로질러 가는게 어떻냐고. 때때로 저는 친구들과 집 뒤에 있는 큰 폐허를 탐험하기도 했고 이 폐허를 가로질러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기에 저희는 무리 없이 OK를 하였고 그렇게 폐허를 가로질러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여름이라 점심에 가까운 토요일 오후의 뜨거운 햇빛이 저희를 강타했지만 그 폐허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엔 시원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길을 따라 헐어져 콘크리트 벽돌만 남은 집들 사이를 걸으니 마치 이토 준지의 소설 속에 나오는 기괴한 마을 같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놀아 즐겁다는 마음이 앞서 불안하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 때 친구들이 제안했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지는 사람이 빈 집에 들어갔다 나오자고. 몇 몇 친구들은 무섭다고 거절했지만 분위기에 맞춰 결국 승낙을 하게 되었고, 모두가 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밖에서 진 친구들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에서 고막을 강타하는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녹슬어 뼈대만 남은 샹들리에에 모빌 같은 것이 걸쳐져 있었고, 아래엔 작은 동물들의 뼈들이 꽤나 놓여져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이를 조금 찜찜하게 여겼지만 별로 개의친 않아 하였고, 이내 빈 집을 뒤로 하고 산으로 향하였습니다. 남겨진 집에선 바람의 소리인지, 누군가의 비명인지 모를 괴기하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폐허에 울려 퍼졌지만 말이죠. 하지만 산에서 일어날 일을 이 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빨리 2편!
고라니
그렇게 폐허를 벗어나 친구들과 산으로 향했습니다. 폐허 바로 뒤에 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폐허는 단지 지름길이었기에, 저희는 주택가로 들어섰습니다. 해가 가장 강할 때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꽤나 보이던 곳이었지만 마치 아무도 없는 콘크리트의 숲으로 들어온 것처럼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조금만 걸으면 산에 도착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만약 이 때 돌아갔다면 이후에 일어날 강렬하고도 공포스러운 기억이 제 머릿속에 각인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도착한 저와 일행은 산에 있는 땅에 박힌 나무 계단을 오르고 올라 약수터 쪽으로 향했습니다. 유치원에 다닐 적부터 부모님, 조부모님들과 함께 다니던 길이었기에 저에겐 제 집 앞마당처럼 익숙한 길이었습니다만, 유난히 이 날은 올라가는데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느낌이 들며 뒤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져 몇 번 이고 뒤를 돌아봤었습니다.
약수터로 가는 길 도중엔 아무도 살지 않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폐건물이 있었습니다. 과거엔 유치원으로 쓰였지만, 이젠 흉물스러운 건물일 뿐이었죠. 이 폐건물을 지나치려던 찰나에 친구들과 저는 그 건물의 정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말했습니다.
"유치원 원장님이 온건가?"
"뭔 소리야 유치원 문 닫은지 엄청 오래 됐잖아 새주인이 보러 온 거 같은데"
기분 탓이었을까 바람이 불며 열린 문 틈 사이로 폐허에서 들었던 누군가의 원한 어린 울음소리로 들리는 소리가 흘러들어와 귓가에 스치자, 순간 갑자기 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기분이 언짢아진 저는 친구들을 재촉해 평소 놀던 곳으로 향했습니다.
산에는 저와 친구들의 비밀 기지가 있었습니다. 산에 있는 재료들을 모아 땅을 파고 나무를 박아 그 위에 방수포를 씌운 움집이었죠. 이곳이 저희의 목적지였습니다.
친구들과 저는 이 곳에 오지 않은지 조금 오래되어 가다가 중간에 몇 번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시간이 꽤나 지체되었습니다. 아까 주택가에 있을 때가 약 3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니 산에서 이곳저곳 딴 길로 새면서 놀다 길까지 잘못 들어버린 저희는 비밀 기지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했습니다.
비밀 기지에 도착해 보니 기지 안엔 빨간색 종잇조각들이 떨어져 있고 시큼한 냄새와 짖은 쑥과도 비슷한 풀 내음 또한 났습니다. 저희가 오지 않던 사이에 누군가 왔던 것이 분명하였기에 친구들과 저는 누군가가 우리들의 기지에 왔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 상당히 언짢았습니다. 하지만 이윽고 안 좋던 마음도 금방 사라지고 기지 안에 앉아 친구들끼리 담소를 나누며 한 친구가 집 창고에서 가져온 게임보이를 친구들과 하나씩 집고 오락을 했습니다. 게임을 하며 배가 고프면 각자 챙겨온 음료수와 과자를 먹고, 몸이 찌뿌둥해지면 기지 앞에서 막대기로 땅을 그어 오징어 게임을 하면서 황혼이 올 때 까지 놀았습니다.
슬슬 해가 지니 부모님들께서 걱정하실까 봐 산을 내려가기로 한 저희는 땅거미가 슬슬 짖게 깔릴 때 즈음 약수터에 도착했습니다. 그 때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아! 얘들아 나 게임기 놓고왔는데."
이러니 어쩌겠습니까 어릴 때 친구들끼린 일심동체지 않습니까 이 바보야 멍청아 하면서도 저희는 다같이 게임기를 놓고 온 친구들 따라 다시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하진 않지만 상당히 어둠이 드리워져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산을 헤치며, 저희들은 다같이 생각했습니다. 자주 오던 산이지만 어둠이 깔리고 나니 상당히 무섭다고 당장 돌아가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순 없었습니다.
저희가 고생 끝에 기지 주변에 도착했을 때, 저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누군가 칠흑같이 어두운 기지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발소리를 죽이기 위해 신발을 벗고 조심히 접근한 저희는 어둠에 적응한 눈으로 그 누군가를 집중해 눈으로 좇아보았습니다. 그 때 제가 본 '그'의 형체는 꽤 말라 있었으며, 팔이 일반인에 비해 길었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기지 한가운데 엎드리듯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었습니다. 전날 저녁 저는 전설의 고향을 시청하였기에 '그'를 보자 그 생각이 나 어린 나이에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서로서로 눈치를 살피며 그냥 가기로 했을 때 갑자기 '그'가 고개를 치켜들더니 끄어억 작게 울부짖으며 짐승 같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친구 하나가 도망쳤습니다. 저와 다른 친구들은 너무나 공포스러운 나머지 도망가는 친구를 지켜볼 뿐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그'가 기지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은 저와 친구들은 몸 전체에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미친 듯이 산을 뛰어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멈추면 죽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가 날아가는 것인지 뛰어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역시나일지 마치 날듯이 산을 뛰어 내려가던 저는 폐건물 주변에서 친구 하나와 같이 넘어졌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산에 오를때는 잠겨있던 폐건물의 창살로 된 담장문도 정문과 같이 열려있었죠. 다른 친구들은 저희를 챙기지도 않고 도망갔습니다. 안그래도 무서워 미칠 것 같은데 여럿이었다가 갑작스레 단 둘이 남으니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전 발목이 삐어 제대로 걸을 수 없어, 같이 쓰러졌던 친구의 부축을 받아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몇 걸음 떼지 않았던 그 순간 갑작스레 왼쪽 귓가에 불어온 냉동실 바람과도 같이 차가운 바람에 저는 그 방향으로 반사적으로 고개를 확 돌렸습니다. 그 때 저는 보았습니다. 달빛에 비친 폐건물의 문 틈 사이로 허여멀건한 아이가 웃고 있었던걸 말이죠. 그 미소는 마치 가면을 쓴 것 과도 같이 불쾌한 골짜기의 느낌이 드는 그런 미소였습니다. 말문이 막힌 저는 삔 발을 어찌 되더라도 상관 없다는 듯 땅에 내디뎌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있던 친구도 제가 갑자기 엄청난 얼굴로 뛰기 시작하자 뭔가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는지 다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마라톤을 하듯 몹시도 멀리 느껴졌습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싶었던 때에 웬 앞에 검은 형체가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식은땀과 눈물로 이미 범벅이 된 저희의 눈으론 그것이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아, 공포에 질린 나머지 뒤로 넘어져 끄억끄억 소리를 내던 저희에게 그 검은 형체가 다가왔습니다.
"아이고! 너희 괜찮냐!!"
다행히 그 검은 형체는 산에 밭을 가지고 있던 박씨 아저씨였습니다. 아저씨를 보고 안도한 저희는 아저씨를 안고서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전 그 때 무심코 쳐다본 아저씨의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항상 자상하고 친절하던 박씨 아저씨의 얼굴이 귀신과도 같이 험악하게 변해선 저희 뒤에 있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계셨습니다.
"얘들아 빨리 가자"
아저씨는 낮은 음으로 저희에게 말하시곤 뒤를 돌아보시며 저희와 같이 산을 내려갔습니다.
산을 내려가자 아래엔 이미 친구들이 모여서 울고 있었습니다. 저와 넘어졌던 그 친구는 먼저 내려온 친구들을 때리며 버린 것에 대한 분풀이를 하였죠. 저는 그 자리에서 안심하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쓰러졌습니다.
박씨 아저씨는 저희를 집까지 다 데려다 주시곤 각자의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아마도 산에 아이들을 보내지 말라는 내용이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그 뒤로 부모님이 절대 산에 못가게 하셨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잊은 것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그 자리에서 도망간 그 친구는 제가 산에서 내려왔을때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천만다행하게도 먼저 도망간 친구는 무사히 집에 돌아갔다고 다음 날 연락이 왔습니다.
박씨 아저씨는 이후 저와 친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절대로 귀신이 나온다는 장소나 사람이 살지 않는,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곳엔 가지 말라고 말이죠. 또 한 가지 말해주신게 있었습니다. 박씨 아저씨는 월남전 참전용사셨습니다. 전장에서의 용맹함으로 훈장들도 많이 받으시고 귀신이라고 불리셨던 분이라고요.
"얘야 아저씨는 월남에서 귀신들을 많이 봤었단다. 눈 앞에 나타난건 대부분 사악한 귀신들이었지. 사악한 귀신들은 어떻게 구분 하냐고? 사악한 귀신은 한 눈에 알 수 있단다. 무섭고 불쾌한 느낌이 들거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사악한 귀신이지. 너희가 산에서 봤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알아채지 못한거냐? 너희가 본 귀신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 너희들이 놀았던 장소엔 나무가 없어서 달빛이 훤히 비칠텐데 너희는 정확한 모습을 못보지 않았느냐 아마도 폐가에서부터 너희를 따라왔던 모양이다."
이 일 이후로 저는 다시는 폐가와 심령 스팟에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검은 것이 폐가에서 따라온거라면 폐건물 속 그 웃음의 주인은 어디에서 온 것일지 상상하면 아직도 소름이 끼칩니다.
청소부라 수상하게 잘아는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워. 사람은 실존하고 잔인한 놈들이 많거든
사실 인적이 아주 외진곳에서 범죄 피해를 입게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표적을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듯
청소부가 사실 '청소부' 였던거였어!?!?!?!?
사카마타는 심령 스폿을 찾아갈게 아니라, 찾아오는 쪽이 아니었던가?
사카마타 이전집이 그런집아니였나..
아 너무 무섭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지...
ㄹㅇ로 귀신보다 무서운게 사람이지
폐가에 귀신이 있는 것 보다 사람이 있는게 더 무섭긴 하죠.
미국 같은데는 폐가에 함정도 설치 하던데 그냥 그런데는 안가는게 답
가장 두려운 것은 인간ㄷㄷ
사카마타 발상이 무서워
죽음에 대해 항상 진지한 사타마타
역시 HoloX의 '청소부' ㅋㅋㅋ
솔직히 저런 곳에는 귀신보단 사람이 나타나는 게 더 무섭긴 해
나만 파라섹트 생각한게 아녓서...
흠 좌표고정은 어찌 한거지 귀신군 수학 잘하는거야
그러고보니 예전에 썰중에 가위눌린상태에서 물어보니 거꾸로 그게뭔데그게뭔데그게뭔데그게뭔데하면서 더 달려들었다는 얘기가...
@@mongshal가위를 눌렸다는게 이미 겁을 먹은 상태에 귀신도 약간은 믿는다는거니 별도움이 안되긴 하죠
어어..해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