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에 걸쳐 아름답고 슬픈 로미오와 줄리엣 잘 감상했습니다. 아이다 가리풀리나와 사이미르 피르구의 호흡이 아주 잘 맞군요. 어떤 오페라보다 이 오페라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가창력 뿐 아니라 연기력에 비주얼까지 3박자가 잘 갖춰져야 제대로 몰입할 수 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정통 스타일의 연출도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군요. 훌륭한 공연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비극의 무대인 베로나에 있는 아레나 원형극장에 2016년 7월 2일 베르디의 를 보러 갔던 적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서민들의 오페라 감상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3등석인 원형계단 자리를 예매했더랬지요. 물론 가격도 24유로로 쌌지요.ㅎ 입구의 검표소엔 와인병들이 수두룩 압수돼 있더군요. 아니, 오페라극장에 오면서 와인을? 싶었습니다. 전 야구로 치면 1루 외야석 쯤 되는 자리에 앉았는데 정해진 구역 안에서는 선착순으로 자릴 잡을 수 있어서 한시간 쯤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반 이상 들어차 있더군요. 다들 두툼한 방석을 깔고 앉아서 도시락 같은 걸 꺼내놓고 저녁삼아 먹고 있더군요. 근데 여기 저기서 종이에 싼 플라스틱 음료수병을 들어 홀짝 홀짝 마시는데... 와인 냄새가 폴폴 풍기더군요.ㅎㅎ 역쉬 이탈리아인들! 기다리는 동안 대본 파는 알바생들이 계단 사이로 외치며 다니더군요. 이탈리아어, 영어, 독일어 3가지 버전이 있다고. 드디어 밤 9시, 오페라가 시작됐습니다. 그날의 비올레타는 오페라계의 안젤리나 졸리라는 니노 마차이제. 아, 정말 그녀는 대단했습니다. 20,000명 넘게 빈틈없이 꽉 들어찬 그 넓은 원형 극장을 완전히 혼자서 들었다 놨다 쥐고 흔들었습니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엄청난 성량이 나오는지... 원형극장의 훌륭한 음향설계 덕도 있었겠지만 알프레도며 다른 이들의 목소리는 비올레타에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완전히 넋을 빼고 한참 정신없이 보는데... 갑자기 원형극장 밖에서 와! 하는 함성이 극장 안까지 들리더니 제 주변 분위기가 순식간에 수상해졌습니다. 여기 저기서 휴대폰을 꺼내 무릎 아래로 내리고는 흘끗흘끗 보더군요. 하필이면 그날이 유로 2016 축구 이탈리아:독일 8강전 하는 날이었습니다. 오페라 시작 후 얼마 안 돼서 이탈리아가 먼저 1골은 넣은 모양.. 근데 좀 있다 주변 여기저기 탄식이 들리더니 저 아래 그라운드에선 뭔가 미묘한 기쁨의 물결같은 게 느껴젔습니다. 독일이 동점골을 넣은 거지요. 비싼 자리엔 독일인들이 대부분 앉아 있었던 겁니다.ㅋㅋ 오페라 보랴 사람들 반응 보랴... 재미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컨닝하면서도 아름다운 아리아가 끝나면 열심히 브라바! 브라보! 외치며 박수를 아끼지 않더군요. 근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네요. 결국 오페라는 2번이나 중단됐다가 (인터미션과 상관없이 극 도중) 2막까지 하고 지휘자가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3막에 나오는, 제가 이 오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안녕 지난 날이여"를 못 듣긴 했지만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축구는 1:1동점으로 연장전까지 갔다가 결국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이겼습니다. 축구가 다 끝난 후 오페라가 중단됐는데 승부차기 골 하나씩 넣을 때마다 이탈리아인들과 독일인들로 쫙 나뉜 관중들의 소리 죽인 환호와 탄식이 번갈아 그대로 느껴졌더랬지요. 다음에 또 저 베로나 원형극장에 가게 되면 역시 3등석에 앉을 생각입니다. 두툼한 방석과 저녁 도시락과 종이에 싼, 내용물을 바꿔치기한 음료수병도 준비해서 가야지요.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갈 수 있을텐데....
멋진 경험을 하셨군요 사실 페스티벌의 오페라는 그렇게 비싼 관람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자리든 오페라 자체에 몰입하기는 힘듭니다. 관광객이나 호기심에 오는 일반 관람객이 많기 때문이죠. 저도 베로나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비가 와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5번이상 중단하고 재 시작하다가 새벽 1시가 넘어 공연이 끝난적이 있었습니다 . 비가 살짝와도 베로나는 연주를 중단합니다. 단원들의 비싼 악기 때문이죠 브레겐츠는 야외 무대지만 비가와도 공연을 끊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오케스트라 피트가 실내여서 비를 피할수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배우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공연이 가능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단원들의 악기중에는 수억원이 넘는 악기도 많을겁니다 비 맞으면 큰일이 나죠
3회에 걸쳐 아름답고 슬픈 로미오와 줄리엣 잘 감상했습니다. 아이다 가리풀리나와 사이미르 피르구의 호흡이 아주 잘 맞군요. 어떤 오페라보다 이 오페라는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가창력 뿐 아니라 연기력에 비주얼까지 3박자가 잘 갖춰져야 제대로 몰입할 수 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정통 스타일의 연출도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군요. 훌륭한 공연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비극의 무대인 베로나에 있는 아레나 원형극장에 2016년 7월 2일 베르디의 를 보러 갔던 적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서민들의 오페라 감상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3등석인 원형계단 자리를 예매했더랬지요. 물론 가격도 24유로로 쌌지요.ㅎ
입구의 검표소엔 와인병들이 수두룩 압수돼 있더군요. 아니, 오페라극장에 오면서 와인을? 싶었습니다.
전 야구로 치면 1루 외야석 쯤 되는 자리에 앉았는데 정해진 구역 안에서는 선착순으로 자릴 잡을 수 있어서 한시간 쯤 일찍 갔는데도 사람들이 반 이상 들어차 있더군요. 다들 두툼한 방석을 깔고 앉아서 도시락 같은 걸 꺼내놓고 저녁삼아 먹고 있더군요. 근데 여기 저기서 종이에 싼 플라스틱 음료수병을 들어 홀짝 홀짝 마시는데... 와인 냄새가 폴폴 풍기더군요.ㅎㅎ 역쉬 이탈리아인들!
기다리는 동안 대본 파는 알바생들이 계단 사이로 외치며 다니더군요. 이탈리아어, 영어, 독일어 3가지 버전이 있다고.
드디어 밤 9시, 오페라가 시작됐습니다. 그날의 비올레타는 오페라계의 안젤리나 졸리라는 니노 마차이제. 아, 정말 그녀는 대단했습니다. 20,000명 넘게 빈틈없이 꽉 들어찬 그 넓은 원형 극장을 완전히 혼자서 들었다 놨다 쥐고 흔들었습니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엄청난 성량이 나오는지... 원형극장의 훌륭한 음향설계 덕도 있었겠지만 알프레도며 다른 이들의 목소리는 비올레타에 묻혀서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완전히 넋을 빼고 한참 정신없이 보는데... 갑자기 원형극장 밖에서 와! 하는 함성이 극장 안까지 들리더니 제 주변 분위기가 순식간에 수상해졌습니다. 여기 저기서 휴대폰을 꺼내 무릎 아래로 내리고는 흘끗흘끗 보더군요. 하필이면 그날이 유로 2016 축구 이탈리아:독일 8강전 하는 날이었습니다. 오페라 시작 후 얼마 안 돼서 이탈리아가 먼저 1골은 넣은 모양.. 근데 좀 있다 주변 여기저기 탄식이 들리더니 저 아래 그라운드에선 뭔가 미묘한 기쁨의 물결같은 게 느껴젔습니다. 독일이 동점골을 넣은 거지요. 비싼 자리엔 독일인들이 대부분 앉아 있었던 겁니다.ㅋㅋ 오페라 보랴 사람들 반응 보랴... 재미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컨닝하면서도 아름다운 아리아가 끝나면 열심히 브라바! 브라보! 외치며 박수를 아끼지 않더군요.
근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기 시작하네요.
결국 오페라는 2번이나 중단됐다가 (인터미션과 상관없이 극 도중) 2막까지 하고 지휘자가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3막에 나오는, 제가 이 오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비올레타의 아리아 "안녕 지난 날이여"를 못 듣긴 했지만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축구는 1:1동점으로 연장전까지 갔다가 결국 승부차기 끝에 독일이 이겼습니다. 축구가 다 끝난 후 오페라가 중단됐는데 승부차기 골 하나씩 넣을 때마다 이탈리아인들과 독일인들로 쫙 나뉜 관중들의 소리 죽인 환호와 탄식이 번갈아 그대로 느껴졌더랬지요.
다음에 또 저 베로나 원형극장에 가게 되면 역시 3등석에 앉을 생각입니다. 두툼한 방석과 저녁 도시락과 종이에 싼, 내용물을 바꿔치기한 음료수병도 준비해서 가야지요.
코로나가 빨리 끝나야 갈 수 있을텐데....
멋진 경험을 하셨군요 사실 페스티벌의 오페라는 그렇게 비싼 관람석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자리든 오페라 자체에 몰입하기는 힘듭니다. 관광객이나 호기심에 오는 일반 관람객이 많기 때문이죠. 저도 베로나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비가 와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5번이상 중단하고 재 시작하다가 새벽 1시가 넘어 공연이 끝난적이 있었습니다 . 비가 살짝와도 베로나는 연주를 중단합니다. 단원들의 비싼 악기 때문이죠 브레겐츠는 야외 무대지만 비가와도 공연을 끊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오케스트라 피트가 실내여서 비를 피할수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배우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공연이 가능하지만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단원들의 악기중에는 수억원이 넘는 악기도 많을겁니다 비 맞으면 큰일이 나죠
@@yekbc 그렇더군요. 비가 조금만 와도 지휘자는 연주를 중단시키고 현악기 주자들은 악기를 감싸고 퇴장하던데 그라운드의 비싼 드레스를 떨쳐입은 여인들도 현악기와 더불어 재빨리 피신하더군요.ㅎ
구노는 원작과는 달리 연인들의 짧은 재회를 허락하고 죽음을 함께 맞이하게 했군요. 더 극적인 죽음을 연출하고 비극미를 극대화한것 같습니다. 피날레 아리아도 슬프고 아름답네요. 흑흑
그 짧은 만남이 오페라를 더 슬프고 극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마 셰익스피어가 구노의 오페라를 봤다면 원작을 고쳤을 겁니다 잠시 만난뒤 죽는걸로
무대장치에 무슨
글자가 써져있는 건가요?
묘지명입니다 우리로 치면 납골당같은 컨셉입니다 출생일자와 사망일자가 적혀있죠 연출가의 죽음에대한 의도된 무대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