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포이 소설] 아이비, 그 예쁜 덩굴 속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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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14 ноя 2024

Комментарии • 52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50

    IVY
    차가운 바닥
    생기 없는 벽과 공기가 감싸는 적적한 곳.
    이곳에 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제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숨을 쉴 때마다 허연 김이 세어나갔다.
    이제는 숨을 쉬는 것 조차 원치 않는다.
    기억 한 켠에 남아있는 아주 작은 기억을.
    그 따뜻하고 밝은 유일한 부분을 난 힘겹게 꺼내었다.
    그 덩굴 잎사귀 하나를.
    아이비.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32

      Chapter 01.
      아픈 머리에 오만상을 쓰며 깨어났다.
      온몸이 쑤셔왔고 몸은 온기가 하나 없는지 떨려왔다.
      그도그럴 것이 내가 눈을 뜬 곳은 맨바닥이었다.
      "여긴.. 어디지..."
      난 정신이 멍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픈 몸을 겨우겨우 일으켜보니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들이 펼쳐져있었다. 무언가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아..도대체 이건 뭐고 여긴 어디인거야."
      내가 쓰러져있던 집 앞에 털석 앉아 손에 든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검고 곧은 지팡이었다.
      이것을 꼭 쥐고있던 걸 보아 중요한 물건인 것이 다름없었다.
      나는 뒤를 돌아 집을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붙어있는 주택들과 똑같은 집이었지만 무언가 달랐다.
      그래. 집 입구에 그리고 벽에 힘차게 오르고 있는 저 푸르른 덩굴들이 있었다.
      "덩굴.."
      손을 뻗어 문 앞에 달린 잎사귀 하나를 만지려는 순간 그 문이 벌컥 열렸다.
      "헉!"
      나는 놀라 발을 헛딛고 말았다. 작은 계단 뒤로 넘어질 뻔한 그때.
      집에서 나온 그 사람이 내 팔을 움켜쥐었다.
      "위험했네요."
      "아.. 감사합니다."
      짙은 갈색 머리에 초록빛 눈동자를 가진 여자였다.
      그녀는 단단한 성격을 드러내는 얼굴이었지만 말 하나 하나에서 따뜻함이 묻어났다.
      "저희 집엔 무슨 일로.."
      "일어나보니 여기에 쓰러져 있어서요.."
      내 말에 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 나를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믿기시지 않으시겠지만 정말입니다."
      "...그래요 믿어줄게요."
      이제 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무엇도 기억나지 않아 그녀에게 설명해줄 능력이 없었다.
      이름도, 직업도, 집도 심지어 쓰러져있던 이유도
      아무것도 내 머리속에 없었다.
      그녀가 물었다.
      "안 가시나요?"
      "그게.. 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기억이 안 나서요."
      "하늘에서 저희 집 앞으로 떨어지기라도 하셨나봐요~"
      "...그러게요."
      짙은 갈색 머리의 그녀는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 장난스런 말투였지만 난 진지하게 답했다.
      "멀끔하게 생기신 분이 이런 장난을 치진 않으실테고."
      "네."
      "정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그녀의 물음에 머리가 살짝 아팠다.
      하지만 기억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내가 답답한 표정으로 꾸물거리자 그녀는 나를 힐끔 보았다.
      내 손에 든 지팡이부터 얼굴, 옷, 머리카락까지.
      그리고 그녀는 집 문을 열며 말했다.
      "들어와요."
      "네..?"
      "집도 이름도 모르면 갈 곳도 없겠네요."
      나의 입장으로선 천사와도 같은 친절이었다.
      방금 본 사람을 이렇게나 찬절히 대하다니. 그녀의 말에 멍을 때렸다.
      "싫음 말고요. 그 상태로 돌아다니다간 차에 치이시기라도 할 것 같아서요."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며 그 덩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내 행동을 보았는지 말을 덧붙였다.
      "아이비에요."
      "아이비.."
      잎 하나가 손끝에 닿았다.
      좋은 기분이 들었다.
      "제 이름도요."
      "아이비라고 해요."
      "성은.. 테일러구요."
      아이비 테일러. 그녀의 이름을 반복하며 생각했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내 검은 구두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집안에 들어갔다.
      향긋한 풀내음이 나는 가구에 아침 커피를 내렸는지 쌉싸름한 향이 났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환영해요."
      "정말 고마워요."
      아이비의 한 마디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웃었던 적이 많이 없는지 무언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노란 아침 햇살이 살며시 세어든 거실이 아름다웠다.
      하얀 소파와 곳곳에 심어진 식물들.
      나는 낯설지만 포근한 집안을 멍을 때리며 둘러보았다.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은 차분해지는 듯 했다.
      "의자에 앉으실래요? 커피 내려드릴게요."
      나는 그녀의 말에 머뭇거리며 식탁 앞에 앉았다.
      사실 커피라는 것이 잘 기억나지 않는지 짐작이 가질 않았지만 그녀가 자연스레 그것을 내려 컵에 따르는 모습에 맛이 궁금해져갔다.
      "단 거 좋아하세요?"
      그녀가 스푼을 들어 설탕을 조금 덜었다.
      그리곤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컵에 넣었다. 나는 잘 알지 못하여 잠깐 눈치를 보다 말했다.
      "똑같이 해주세요."
      아이비 그녀는 나의 대답이 재미있는 듯 싱긋 웃더니 다른 컵에도 설탕을 한 스푼 넣어주었다.
      "자. 마시면서 얘기 좀 해볼까요?"
      "...네."
      아이비는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가 커피라는 것을 한 모금 마시자 나도 따라 마셔보았다.
      분명 씁쓸한 맛이지만 기분이 한결 더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분명 기억을 잃기 전 내가 마시던 것이었나보다. 커피..
      "이름은 기억 나요?"
      아이비가 물었다. 나는 당연히 기억이 나지 않기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손에 든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일렁이는 커피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잡은 내 손 쪽을 보더니 무언가 발견한 듯 말했다.
      "어! 그 팔에 뭐 묻었나봐요."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검은 셔츠를 걷어 올렸다. 분명 무언가가 묻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내 눈에 담긴 것은 해골과 그리고 길게 이어진 뱀의 문신이었다. 팔에 새겨진 큰 문신에 그녀 또한 놀라워했다.
      "아주 무서워 보이네요. 그치만 개성있고 멋진 걸요."
      그리고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나는 문신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무언가 꺼림칙한 기분이 온 몸을 감싸오는 것 같았다.
      몇 초 뒤, 아주 복잡하고 아픈 생각들이 내 머리를 쑤셔대기 시작했다.
      칙칙한 밤, 거센 비바람.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시점까지.
      "아악..!!"
      "괜찮아요?!"
      고통스러웠다. 갑자기 살아나는 그 순간의 기억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아무런 유추도 되지 않는 기억들에 고통스러울 때 머릿속에 한 이름이 울렸다.
      낮은 목소리의 중년이 외치는 이름이었다.
      그 소리를 기억해낸 순간 두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떨리는 손으로 한 손엔 지팡이를 그리고 다른 손은 컵을 쥐었다.
      "괜찮은 거 맞죠..?!"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
      "네.. 갑자기 기억이 조금. 아주 조금 떠올라서요."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이름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름만이라도 다행이네요. 무엇이었나요? 당신의 이름."
      아는 아까 전 생생하게 들은 그 이름을 말했다.
      "드레이코, 성은..기억이 나질 않네요."
      "멋진 이름이네요"
      아이비는 내 이름을 듣자 또 다시 웃었다. 제법 마음에 드는 이름이었나보다.
      아까는 느끼지 못했던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본지 몇 분도 안 된 사람이 집에 자연스레 앉아있다니. 죄책감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이렇게 갑자기 신세를 지고.."
      "아니에요. 사실 저 휴직 중이었거든요. 2주 정도 남았어요."
      그녀가 말을 이었다.
      "혹시 갈 곳이 없으시다면, 저 쪽 방 쓰서도 돼요. 휴직이라서 제가 집에 많이 있기도 해서 괜찮고.."
      그녀는 수줍게 웃더니 커피를 마시며 얼굴을 살며시 가렸다.
      나는 큰 호의에 놀라 벅찬 마음으로 말을 전했다.
      "정말 고마워요. 죽어서도 이 은혜를 잊지 않을게요."
      "고작 2주인데요 뭘. 그렇게 막 고마워하지 마요."
      그렇게 커피를 다 비우곤 나는 그녀가 안내해준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도 역시 하얀 가구와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나는 조심히 방에 발을 들였다.
      "남는 방이라 고민했는데 잘됐네요. 드레이코씨에게 딱인 것 같아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나는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뽀얀 침대와 옷장. 왠지 나는 이런 느낌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입고 있는 불편한 검은 정장은 정말이지 숨통이 막혀왔다. 내가 왜 이것을 입고 있는지 도저히 모를 일이었다.
      마치 억압된 삶을 산 것처럼.
      "아 참. 큰 옷도 찾아볼게요."
      아이비는 다른 곳으로 갔다. 나는 방문에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침대에 풀썩 누웠다. 힘겹고 쑤신 몸이 싹 풀리는 것 같았다.
      "왠지 아주 좋은 걸."
      나는 그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은 행운이자 행복이었다고
      나는 말한다.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23

      Chapter 02.
      침대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있던 중 아이비는 나에게 옷을 건네주었다. 넉넉할 정도로 큰 옷은 아니였지만 흰 셔츠 하나는 편안하게 어울렸다.
      전신 거울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내 모습을 보았다. 혼이 없는 것 같은 표정이 어색해 웃음을 지어보였다.
      멀끔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다 입었나요..?"
      그녀가 문을 살짝 열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이비는 방 안으로 살며시 들어왔다.
      "잘 어울리네요."
      "고마워요."
      "아참, 입던 옷은 빨아드릴게요. "
      아이비가 손을 건네자 나는 검은 셔츠와 자켓을 건네주었다.
      은색 단추가 고급스럽게 빛났다.
      옷을 받아들자 그녀는 짧게 아픈 소리를 내었다. 나는 놀라 아이비를 재빨리 바라보았다.
      "아!"
      "괜찮아요?"
      "손바닥이 살짝 베었나봐요.."
      활짝 벌린 그녀의 손바닥에 붉은 피가 맺혔다. 한 눈에 보아도 아플 상처였다. 나는 그녀의 눈치를 살짝 보곤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들었다.
      무언가 내 손 끝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손을 잡은 탓인지 아이비는 몸이 굳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반대 쪽 손을 천천히 상처 위로 올렸다. 포개어진 손들이 아주 포근해보였다. 그녀의 상처 위로 내 가지런한 두 손가락이 올라갔다.
      미세하게 빛이 나는 듯 보였다. 나는 집중을 하며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손가락으로 상처를 천천히 쓸자 놀랍게도 모두 나아졌다. 말끔히 없어진 상처와 붉은 부분이 우리 둘을 놀라게 만들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도 이런 마법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내 자신이 신기했다. 아이비는 나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나조차도 영문을 몰라 눈을 크게 뜨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정말..마법..같네요."
      "무언가 특별한 사람이었나봐요... 저.."
      아이비는 무척 놀라보였다. 그녀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일상 속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일들에 행복하게 웃어보였다.
      아직도 잡고 있던 아이비의 손이 들뜸 때문인지 들썩였다.
      "마치 소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걸요! 갑자기 마주친 남자에 마법이라니!"
      아이처럼 웃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환상 속에 있을 법한 일에 아주 재미있어 보였다.
      나는 상처가 사라진 손바닥을 잠시 응시한 뒤 눈웃음을 쳤다.
      마음속으로 천사 그리고 아이와 같이 순수한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그녀의 이 친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이 마법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벌써부터 나를 향해 웃는 그녀의 얼굴이 상상되었다.
      ...
      아이비는 방을 나서기 전 뒤를 돌아봤다. 나에게 해줄 말이 생각난 것인지 들뜬 말투로 재빨리 물었다.
      "저기, 드레이코!"
      "네."
      아이비는 침대 위를 가리켰다. 그녀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하얀 이불 위에 선명히 대비되는 검은 막대기가 보여졌다.
      내가 소중히 쥐고 있었던 나무 지팡이었다.
      "그것도 마법을 부리지 않을까요..?"
      "그럴 것 같네요."
      나는 곧은 지팡이를 살며시 쥐었다. 마치 지팡이가 나에게 말을 하듯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온난한 바람이 내 머리칼을 스치는 것 같았다.
      지팡이를 허공에 힘주어 겨눴다.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지팡이의 끝은 벽에 걸린 작은 조명을 지시한 것 같았다.
      '피융' 소리를 내며 푸른 빛이 막대기의 끝에서 날아갔다.
      '와장창-!'
      왜 불안함은 배신을 하지 않는지 램프가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울렸다. 허무하게 그 벽은 바라보았다. 분명 멍청한 사고였다.
      "와..강력하네요."
      "미안해요 정말...이럴 줄 몰랐어요."
      "괜찮아요! 치우면 되죠 뭐."
      나는 다시 깨진 램프에 지팡이를 겨눴다. 몸이 익숙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아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한 순간이었다. 내 입에서 자연스레 이상한 주문이 나온 것은.
      "레파로."
      발음에 맞게 입술이 들썩였다.
      그러자 바닥에 있던 유리조각이 올라가더니 이내 램프의 모양으로 돌아왔다. 아주 신비한 광경이었다.
      "어떻게 한거예요? 정말 대단하네요.."
      아이비는 넋을 잃고 쳐다보더니 벽에 램프의 요리조리 살폈다.
      "주문이 익숙한가봐요.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선."
      "주문도 기억에 일부잖아요. 되찾고있는 거니까 좋게 생각해요 우리."
      그녀는 아주 친절한 웃음을 지었다.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아이비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내가 가진 마법이란 힘이 그녀를 웃게 만들 수 있다니. 엄청난 행운이었다.
      .
      .
      .
      .
      아침이란 시간은 모두 흘러갔고 햇살이 따뜻한 오후 1시가 되었다.
      나는 창문을 살짝 열어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혹여나 무언가가 떠오를까 연필을 쥐고 공책에 대었지만 자연스레 적힌 글자들은 모두 주문들 뿐이었다.
      성이라던지, 집이라던지. 그런 정보를 원한 것이었는데.
      "아씨오, 스투페파이. 익스펠리아르무스. 그리고 아브라... 이건 뭘까."
      정갈한 글씨체 뒤로 한 단어가 휘갈겨있었다. 도무지 뒤의 글자가 생각나지 않아 마구잡이로 날려 쓰고 마무리하였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도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네."
      "드레이코, 같이 밖에 나갈래요?"
      “좋죠."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 침대 위에 있던 지팡이도 혹시 몰라 품 안에 넣었다.
      "어디 나가는 거예요?"
      "음..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푸흣, 믿어볼게요."
      아이비의 뒤를 따라 문 밖을 나섰다.
      .
      .
      .
      한가로운 거리였다. 사람이 왜 많이 없는지는 몰랐지만 숨이 막히지 않는 분위기에 조금 행복해졌다.
      아이비의 옆에 붙어 걸어갔다.
      "한적하네요."
      "평일이거든요, 다들 일할 시간이죠."
      "테일러씨는 어떤 일을 하고 있었어요?"
      "음.."
      그녀는 조금 뜸을 들였다.
      "저는 출판사에서 일해요, 담당 작가가 휴가라서 저도 덩달아 쉬고 있어요."
      "멋지네요."
      "고마워요, 아 그리고 그냥 아이비라고 불러주세요."
      "좋아요, 아이비."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나는 생각에 빠졌다. 일.. 나는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이었을까.
      "저는 어떤 일을 해왔을까요."
      "그러게요.. 마법사의 직업이라.."
      아이비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무언가 떠올랐는지 말을 꺼냈다.
      "마법세계에서도 배우가 있나요..?"
      "배우요?"
      "어음..네.. 잘생겼거든요. 그쪽."
      그녀의 말에 내 얼굴이 화끈해졌다. 귀가 붉어지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었다.
      "부끄러워요?"
      "조금요..."
      그녀는 싱긋 미소 지었다.
      그러자 내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잠시 멈춘 건, 우리의 발길이 멈춘 것과 동시였다.
      "다 왔어요."
      "Coffee memory?"
      "네, 카페에요. 여기 재즈가 참 좋거든요. "
      그녀는 말과 함께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발자국 들이자마자 향기로운 꽃향기가 코에 스쳤다.
      귀에는 분위기 있는 재즈가 흘렀고 아이비는 익숙한 듯 재즈를 흥얼거리며 몸을 들썩였다.
      "제가 좋아하는 창가로 갈래요?"
      "아이비씨가 좋다면요."
      적색 커튼이 내려진 창가자리였다. 나무색과 어울리는 분위기에 향기로운 냄새. 모든 것이 완벽했다.
      "여기는 커피보다 차가 훨씬 맛있어요."
      "기대해볼게요."
      차 두 잔을 기다리며 손을 까딱거렸다.
      "주문하신 홍차 두 잔 나왔습니다."
      점원이 친절하게 말을 하며 예쁜 머그컵 두 잔을 내려놓았다.
      머그컵을 쥐니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예술이네요."
      "뭐가요?"
      "금발의 미남이 흰 셔츠를 입고 홍차를 마시는 모습이요."
      "크흡."
      또 다시 불쑥 들어온 아이비의 말에 당황했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왜 떨리는지.
      나는 부끄러움을 조금 억누른 채 답했다.
      "그쪽도요..
      짙은 갈색 머리에 초록빛 눈동자라니. 예술 같아요.. 예쁘네요.."
      "..."
      나의 말에 아이비는 말 없이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는 컵을 내려 놓곤 밝은 창가를 바라보았다.
      입을 한 번 꾹 다물더니 나에게 말했다.
      "우리 옷 보러 갈래요?"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21

      Chapter 03.
      해가 쨍하게 뜬 오후, 맑은 날씨에 사람이 제법 몰려들었다. 햇빛에 빛나는 아이비의 머리카락이 더 밝아 보였다. 그녀의 신나는 발걸음을 따라 걸으니 주변엔 옷가게들이 가득해졌다.
      아이비의 걸음이 멈춘 곳은 한 옷가게 유리창 앞이였다.
      " 음.. 드레이코는 정장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셔츠도 그렇고 "
      " 뭐든 좋아요. "
      " 그래도 불편하겠죠? 그 셔츠로도 이미 멋지고요. "
      아이비의 말은 부정할 수 없는 힘이 있는 듯 했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이 옳고 정답이었다.
      어찌 저 해맑은 미소를 외면할 수 있을까.
      " 그럼 저기로 가봐요. "
      " 좋아요. "
      아이비를 따라 들어간 가게는 한 눈에 보아도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입은 옷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따뜻한 난색들, 니트와 보드라운 면으로 된 옷들..
      " 이 가디건 어때요? "
      아이보리색에 초록 줄이 있는 가디건이었다. 나는 그 옷을 살포시 받아들고 그녀가 골라주는 다른 옷가지들도 모두 두 손에 들었다. 세 벌 정도를 거침없이 고른 그녀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 입고 와봐요. "
      " 알겠어요. 한 눈에 봐도 예쁜 걸요. "
      " 모델이 멋져서 입으면 더 나아 보일거예요. "
      그녀의 말에 난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피팅룸에 들어가 빳빳한 흰 셔츠를 벗고 회색 티를 입었다. 더욱 가벼운 느낌이었다. 이제는, 무엇도 내 자신을 억압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가디건을 걸치니 따스히 안긴 기분이 들었고 정장 바지를 벗어 진한 색의 청바지를 입으니 무언가 장난스런 분위기가 생겨났다.
      조심히 문을 열고 나온 내 앞엔 아이비가 있었다.
      그녀가 이를 보이며 미소 지었다.
      " 정말.. 잘 어울려요. "
      " 고마워요.. 옷 느낌이,, 신기하네요... 아니 좋은 거라고 하는 것이 맞겠어요. "
      " 드레이코, 당신이 더 신기해요, 이렇게 멋진 남자가 내 앞에 떨어지다니. "
      서로의 귀가 빨게졌다. 아마 내 얼굴이 뜨거운걸 보아 난 볼까지 붉어진 듯했다.
      아이비는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 그럼 이대로 입고 나갈까요? "
      " 그럼 돈은... "
      " 괜찮아요. "
      아이비는 말릴 틈도 없이 돈을 꺼냈다. 뻘쭘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니 동그란 무언가가 잡혔다.
      조심스레 꺼내드니 신기한 문양이 세겨진 금화였다. 어찌나 빛나는지 아이비의 눈에 단번에 들어왔나보다.
      " 그거 진짜 금이에요..? "
      " 아마도요..? "
      우리 둘은 그 금화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아이비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녀의 입꼬라가 살며시 올라갔다.
      " 좋은 생각이 났어요. "
      아이비는 내 팔목을 잡고 가게를 나섰다. 난 또 그녀를 따라 갔다. 마치 덩굴에 엉켜 떨어질 수 없는 것처럼.
      .
      .
      .
      " 윌리엄 아저씨. "
      낡은 가게에 들어가더니 아이비는 카운터를 크게 두드렸다. '쿵, 쿵 '
      " 뭐야?! 오랜만에 찾아와서 뭔 또 소란이야. "
      아주 마르고 머리가 하얀 아저씨가 카운터 아래서 일어나더니 성질을 냈다.
      " 금화 돈으로 바꿔주실 수 있죠. "
      " 알면서 뭘 물어. "
      " 역시 여기는 안되는게 없다니까, 드레이코, 아까 그 금화 좀 올려줄래요? "
      윌리엄 아저씨는 나를 흘깃 쳐다보더니 돋보기를 꺼내들어 금화를 요리조리 살폈다.
      " 흠.. 이건 또 처음 보는, "
      " 드래이코 잠시 나가있어줄 수 았나요? 잠깐 협상 좀 하고 바로 나갈게요. "
      아이비의 부탁에 나는 가게를 나갔다. 낡은 문을 열고 닫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3분 정도가 흘렀을까, 아이비는 지폐 여러장을 들고 가게에서 나왔다. 그녀는 돈 뭉치를 나에게 건냈다.
      " 드레이코씨도 돈 생겼네요. "
      아이비가 싱긋 웃었다.
      " 금화가 진짜 비싸게 팔리더라구요. 그 덕분에 여러 장 챙겼네요. "
      "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 그 돈 다 가지실래요? "
      " 아니요~ 그냥 내일 차 한 잔만 사주세요. "
      " 꼭 그럴게요, 아니 매일 사드릴게요 "
      " 좋아요, 그럼 매일매일 다른 차로 부탁해요. "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 사줄 차를 찬찬히 고민해볼 생각이었다.
      오늘은 홍차니 내일은.. 그래, 쟈스민이 좋을 것이다.
      .
      .
      .
      그날 금화를 돈으로 교환한 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오물렛을 먹고 아이비가 만들고 조금 남은 카레를 넓다란 빵과 함께 먹었다. 처음 맛보는 노란 향이 감도는 카레에 나는 눈썹이 으쓱거렸다.
      그 표정을 아이비가 보고 여러 번 웃은 것 같지만, 그녀가 웃었다면 그걸로 좋다.
      하얀 침대에 누워 침대 옆에 곧게 선 식물을 보았다. 넓은 나뭇잎이 달빛에 비추어 반짝거렸다.
      매일 차를 사러갈 생각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향기로운 쟈스민 향이 벌써부터 맡아지는 듯했다.
      그날 밤 나는 그 무엇보다 더 어두운 꿈을 꿨다.
      .
      .
      .
      말굽 소리 없이 달리는 마차와 바람 소리가 거세게 들리는 이 곳. 꿈이라고 하기엔 생생했고 현실이라 하기엔 내 몸에 감각이 없었다.
      두 손 목엔 빛나는 줄 고리가, 그리고 꼼짝도 못하는 내 몸. 구속이라도 된 듯 한껏 움츠리고 있었다. 마구 흔들리는 검은 마차와 그 밖엔 먹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하늘.
      이 악몽이 내 기억이 맞다면 난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한 순간이었다. 꿈속에 내가 격렬히 몸부림 친 것은. 나를 감시하던 한 사내는 마차 밖으로 떨어져 버렸고 공중으로 튀어 오른 검은 지팡이를 난 낚아챘다. 마차를 끄는 뼈만 남은 말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뚝뚝 끊기는 악몽에 난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지만 단 하나의 장면은 생생히 기억에 남을만 했다.
      그 검은 지팡이를 머리에 댄 채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고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끼는 내 모습이
      그대로 문 밖으로 떨어져
      비바람과 함께 하강했다.
      말이 우는 소리가 마치 내 이름을 우짖는 것처럼 들렸다.
      '드레이코 ㅁ,!!!'
      "헉,"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일어났다. 다행이 똑같은 방이었다. 하얀 가구, 식물들.
      아직도 그 꿈이 생생해 이제는 기억에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그래.. 차 사러가야지.."
      이 찝찝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고 난 몸을 일으켜 집을 나갈 준비를 했다.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23

      Chapter 04.
      ' 짤랑 ' 이는 소리와 함께 coffee memory의 가게 문이 열렸다. 색유리들이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울렸다. 어제 본 직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쟈스민 차 두 잔 포장해주세요."
      난 나름 당당히 말했다. 주머니에 고이 접은 지폐를 들고 왔으니.
      따뜻한 종이컵을 받아들고 지폐 한 장을 내었다. 생각보다 큰 돈을 가지고 있는 듯 싶었다. 차 두 잔을 사도 아직 두둑히 남아있으니까.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이비에게 향했다. 어서 빨라 작은 테이블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식물의 싱그러운 향을 맡으며 차를 함께 마시고 싶었다.
      .
      .
      .
      .
      "아이비! 저 왔어요."
      갑갑한 구두를 벗으며 말했다. 하지만 집 안은 정적이었다. 아직 아이비가 깨지 않은 것인지 방문 또한 닫혀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아침 시간을 넘겼고 브런치가 적당한 시간이었다.
      나는 차 두 컵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아이비 방 문 앞으로 갔다.
      "...."
      손을 올렸지만 잠시 머뭇거렸다. 깨우는 건 민폐일까..
      하지만 이미 주먹을 쥐 손이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3초 정도를 기다렸을까. 답은 들리지 않고 그대로 정적이었다.
      나는 식어가는 차를 보고 시무룩해졌다. 따뜻할 때 향이 가장 좋다고 그녀가 그랬는데..
      난 참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었나보다.
      결국 난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용히..
      .
      .
      그녀의 방은 거실보다 더 밝은 빛이 들어왔다. 하얀 이불에 창문 모양으로 빚이 쬐고 그 이불 안이 곤히 자고 있는 짙은 갈색 머리의 그녀가 보였다. 저렇게 아름답게 잠을 자는 사람이 또 있을까.
      두 손을 모은 채로 옅은 숨을 쉬고 있는 아이비를 빤히 쳐다보았다.
      속삭이는 크기로 말했다.
      "아이비.. 11시에요."
      "으응,, 벌써요..?"
      "네, 쟈스민 차 사왔는데 같이 마실래요?"
      "그럼요 당연하죠."
      "그럼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드레이코, 깨워줘서 고마워요."
      아이비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나에게 미소지었다. 저 하얀 이불이 마치 구름처럼 보였다.
      그녀와 함께 방을 나가던 때에 난 서랍장 위의 한 종이를 슬쩍 처다보았다. 긴 글이 줄줄이 적힌 누런 종이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신문지였다.
      .
      .
      .
      "향이 너무 좋은데요?"
      "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찾아갔어요."
      "오늘의 첫 손님이었네요."
      "네..!"
      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 아주 밝은 웃음을 만들어냈다. 정말 매우 밝은 미소를.
      아이비는 내 표정을 보곤 덩달아 행복해진 것 같았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얼굴로 쟈스민 차를 마시기 바빴다. 따뜻한 차 탓에 볼이 빨게진 것이 틀림없는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드레이코 너무 고마워요. 항상 집엔 혼자라 쓸쓸했는데.. 당신은 너무 포근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더요, 아이비, 햇살 같은 사람이에요."
      덩굴은 햇빛이 내리는 위로, 위로 향한다 했었나. 그래. 아이비의 모습엔 하강의 이미지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 공원 가요 우리. 거기서 책 읽고 싶어요. 같이 갈거죠? ”
      “그럼요”
      나의 대답에 아이비는 차를 한 모금 더 마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신나는 발걸음으로 방에 들어갔다.
      “빨리 준비하고 나올게요!!”
      “천천히 해요.”
      그토록 귀여운 그녀의 뒷모습을 난 행복하게 쳐다봤다.
      몇 분이 흘렀을까. 아이비는 친한 청바지와 줄무늬 셔츠, 그리고 트렌치 코트를 걸치고 나왔다.
      “가요. 가요. 아 맞다 차!”“여기 있어요.”
      그녀에게 종이컵을 건넸다. 아이비는 조심히 받아들며 나를 찬찬히 올려다보았다.
      “고마워요.”
      몇 번을 들어도 좋은 한 마디였다.
      .
      .
      .
      .
      공원에 가는 길, 여기저기 큰 나무들이 붉게 물들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가을꽃들이 몇몇 피어있었다. 아이비와 발을 맞춰 걸으며 난 여기저기 풍경을 살폈다.
      낮은 건물들과 느린 듯 급하게 달리는 자동차들. 구름이 없는 높은 하늘까지. 그러던 도중 그녀가 말을 걸었다.
      “드레이코, 독서 좋아해요?”
      “음.. 아마도요?”
      “같이 독서하고 싶어서 두 권 가져왔는데.”
      “무슨 책인데요?”
      “시집이에요, 가을에 읽기 좋은.”
      “좋아요. 읽을래요.”
      공원에 거의 다 도착할 때, 쯤 길에 테이블을 펼쳐 악세서리를 파는 상점이 보였다. 아이비의 발걸음이 빨라지더니 그녀는 그 테이블 앞으로 가서 반짝이는 것들을 구경했다.
      “조금만 보고 가요, 나비 목걸이 어때요?”
      “이게 더 예쁜데요.”
      “그런가..나비가 좀 큰 게 예쁘지 않아요?”
      “음.. 아니면 이 반지는 어때요?”
      나비 목걸이 옆에 놓인 반지는 내 눈에 딱 들어왔다. 금색 반지에 덩굴 무늬가 세겨져있는 반지였다. 한눈에 봐도 아이비의 마음에 들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너무 예뻐요..”
      아이비는 그 반지에 눈을 떼지 못할 듯 싶더니 미련 없이 테이블 앞을 떠버렸다.
      “가요, 사실 저 지갑이 없거든요! 하하하”
      “정말요?”
      “내일 와서 사죠 뭐.”
      아이비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후회 없이 웃어보였다. 내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말할 틈도 없이 아이비는 저 멀리 걸어가버렸다. 나는 테이블 위의 그 반지를 슬쩍보고 그녀의 뒷통수를 또 슬쩍 쳐다봤다.
      나는 재빠르게 손을 주머니에 넣어 몇 원인지 모를 지폐를 꺼내고 반지를 쥐었다.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요.”
      금색 덩굴 반지를 품에 넣고 그녀에게 뛰어갔다. 언제 주어야 할지 잠깐의 고민이 듦과 함께.
      “먼저 가버리면 어떡해요.”
      “다 큰 어른이.”
      “아, 그럼 집 갈 때 혼자 갈게요. 길 잃어도 몰라요.”
      “안돼요. 안돼요! 드레이코 진짜 길 잃어요.”
      언제 이렇게 어리광도,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됐을까. 아이비 곁에서는 나 자신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공원의 입구에 도착했고 우리는 분수가 잘 보이는 곳으로 갔다. 흰 돌로 반짝이는 분수는 아기 천사가 있는 꼭대기에서 힘차게 물을 뿜고 있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분수의 시원한 소리가 어우러진 공원은 참 아름다웠다.
      벤치에 나란히 앉은 우리는 각자의 책을 피고 독서를 시작했다.
      보드라운 책 표지가 손끝을 스쳤다.
      ‘솨아아-’
      한적한 공원의 소리가 귓가에 멤돌았다.
      가장 인상 깊은 시를 읽고 있을 때였을까.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비를 보았다. 가볍게 묶은 짙은 갈색 머리가 살짝 휘날리더니 그녀의 속눈썹이 보였다. 책에 집중한 그녀의 모습은 찬란하다 못해 빛이 났다. 연노란색 햇빛에 빛나는 아이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난 그 시를 한 번 더 떠올렸다.
      05:49 05:49 05:49 05:49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그저 당신이 당신이어서기도 하지만
      당신 곁에서 내가
      또 다른 나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내 삶의 목재로
      헛간이 아니라 신전을 짓도록 도와주고,
      내가 날마다 하는 일을 비난하지 않고,
      노래가 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신보다도
      나를 더욱 선하게 만들었고
      어떠한 운명보다도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손도 대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기적도 없이 당신은 이 모든 것을 해냈습니다.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것이
      참된 친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37

      Chapter 05.
      아마 지금이 반지를 건넬 때 아닐까. 난 이 생각을 하며 아이비의 이름을 천천히 불렀다.
      “아이비.”
      “네?”
      아이비가 옆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나를 쳐다보았다. 깊은 초록색 눈동자가 햇살에 비추어 옅은 연두색을 띄었다. 나는 내 주머니에 든 반지를 한 바퀴 돌리고 꺼내었다.
      “이거..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아니 아이비씨가 낀 걸 보고 싶어서 샀어요.”
      아이비는 놀란 눈을 한 체로 반지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조심스레 내 손바닥 위의 반지를 집어들었다.

      “반지 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요?”
      “무엇인데요..?”
      “좋아한다는 의미예요. 연인끼리 나눠 끼기도 해요.”
      “저는 막 연인이 되고 싶다 이런 뜻이 아니라, 그, 가지고 싶어 하길래..”
      그녀의 말을 듣고는 내 얼굴이 완전히 빨게졌다. 당황스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아이비는 내가 당황하는 것이 웃겼는지 재미있게 웃었다.
      “푸흡, 알아요. 알아.”
      아이비는 반지를 끼고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손가락 사이로 분수가 보이고 밝은 햇빛이 세어 들어왔다. 약지에 있는 금색 반지가 덩굴 무늬를 뽐내며 빛났다.
      “예쁘다..”
      “맘에 들어요?”
      “엄청요.”
      나는 품에 있던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원에 마법이 딱일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끌렸다.
      지금 내 감정대로, 내 마음대로 지팡이를 부드럽게 휘둘렀다.
      우리 발밑에 있던 낙엽이 내 지팡이 끝을 따라 움직였다. 하늘로 지켜드니 낙엽 무리가 두둥실 떠올랐다. 더 과감히 휘두르자 낙엽 무리는 공원의 나무들을 스치며 날았다.
      나무에 매달린 그 수많은 낙엽들이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현란하게 색을 바꿔댔다.
      아이비는 그 낙엽에 눈을 떼지 못했고 그 아름다운 광경에 벅찬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느덧 늘어난 낙엽 무리는 둥글게 분수 주변을 돌았고 나는 손목을 꺽어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살포시 지팡이 끝을 내려놓는 순간.
      후두둑 낙엽이, 그 많은 잎들이 하늘 위에서 밑으로 내려왔다.
      살랑살랑 춤을 추며 내려오는 잎들은 가능 향을 풍기며
      그녀의 머리 위에,
      분수에,
      벤치에 ,
      우리의 책 위에 ,
      살포시 내려 앉았다.
      “우와....”
      아이비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단풍들에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그녀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다 아이비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머리에 붙은 낙엽을 떼어주며 말했다.
      “예뻐요.”
      나의 한 마디에 아이비는 고개를 찬찬히 내쪽으로 돌리며
      벅참을 감추치 못하는 그 붉은 입술을 열어 말했다.
      “정말 멋져요.. 이 장면도, 당신도.”
      그래, 난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

  • @오프튼벨라
    @오프튼벨라 Год назад +2

    언제 또 소설을 내주시나요ㅜㅜ

  • @김소영-p6i
    @김소영-p6i Год назад

    잉 ㅠㅠ 언제 돌아오세용 ㅠㅠ
    몇달째 들어와서 소설 기다리는 팬입니다 ㅎㅎ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14

    새로운 화가 나올 때마다 하트를 원하시는 분들은 여기에 대댓글을 달아주세요!❤
    소설글에는 댓글 달아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시간 내어 봐주셔서 감사해요:)

  • @lee_na5026
    @lee_na5026 2 года назад +1

    와드욥!

  • @디키27
    @디키27 3 года назад +7

    가을 햇빛같은 포근한 글이네요,, 그냥 겁나 좋다구요..☀️

  • @xeexeo
    @xeexeo 3 года назад +3

    작가님ㅠㅠ 기다렷서여ㅠㅠ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헝헝..흐우앙흡끅끆ㄱ끄얶흒끕.. 끆껑껑..끆끆흡끅..흡끄윽.. 끄헝헝끆ㄱ끄얶흒끕..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헝헝..흐우앙흡끅끆ㄱ끄얶흒끕.. 끆껑껑..끆끆흡끅..흡끄윽.. 끄헝헝끆ㄱ끄얶흒끕..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헝헝..흐우앙흡끅끆ㄱ끄얶흒끕.. 끆껑껑..끆끆흡끅..흡끄윽.. 끄헝헝끆ㄱ끄얶흒끕..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헝헝..흐우앙흡끅끆ㄱ끄얶흒끕.. 끆껑껑..끆끆흡끅..흡끄윽.. 끄헝헝끆ㄱ끄얶흒끕..끆ㄱ끄얶흒끕..끆껑껑..끆끆흡끅..흡꾺꾺꾹ㄱ끄엉..헝헝헝ㅇ..흡끄륵ㄱ끅끅ㄱ끄엉엉..흡끄윽..끄

  • @yelynn0722
    @yelynn0722 3 года назад +2

    존버…는 승리…!!!!!!!!

  • @I._.l
    @I._.l 3 года назад +1

    잘 오셨어요ㅠ

  • @아하-u4v
    @아하-u4v 3 года назад +4

    진짜 미쳤ㅇ어요 ㅠㅠㅠㅠ 아 ㅠㅠ 존버 진짜 승리 ㅠㅠ 구독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ㅠ❤️❤️❤️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어요 ㅠㅠ❤️❤️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ㅜㅜ

  • @jjnnttkk8000
    @jjnnttkk8000 3 года назад +1

    진짜..기다렸어요..8ㅅ8

  • @오묘-i3o
    @오묘-i3o 3 года назад +2

    작가님 소설은 언제봐도 최고네요ㅠㅠ 와드박습니당

  • @tallking2myself
    @tallking2myself 3 года назад +1

    선생님 절 받으세요 8ㅁ8 와드 박읍니다 ^V^

  • @오프튼벨라
    @오프튼벨라 Год назад

    자ㄱ가님 글 또 내실 생각 없나용

  • @강민지-y2r
    @강민지-y2r 3 года назад

    이 감성 뭔데요 작가님….. 사랑해요 와드 박을게요….

  • @user-mukci
    @user-mukci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요...!

  • @Studywithdi-j1r
    @Studywithdi-j1r 3 года назад

    와드용

  • @dracomalfoy1080
    @dracomalfoy1080 3 года назад +2

    선생님 어디있다가 오신거에요…

  • @앙녕-q4e
    @앙녕-q4e 3 года назад +5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ɷก̀,,༽ 잘 읽을게요

    • @_eddie_author
      @_eddie_author  3 года назад +1

      너무너무 반가워요!!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 @Dream-hv4ru
    @Dream-hv4ru 3 года назад

    아.. 와드요.. 우리 디키 아이비랑 잘 끝 맺게 해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