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9_머위 잎 속의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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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Опубликовано: 6 фев 2025
  • 머위 잎 속의 식구들_김어영
    아내가 시골에서 머위 잎을 가져왔다
    늦은 점심에 삶아주며 먹으란다
    머위 쌈을 펼치니 옛날
    아녀자가 두르던 열두 폭 치마다
    가운데에는 어버이가 좌우에는 자녀가 둘러 있고
    그 밑으로 손자들까지 퍼져 있다
    옹알이하던 밥알을 한 숟갈 올려놓고
    한 방에 득실거리던 체취의 된장을 얹어놓는다
    늘 맑게 살라는 가훈과 함께
    어버이를 깊숙이 모시고
    아들딸을 접으며 마지막으로
    세상을 들어 올릴 손자들로 여민다
    한 생애를 살아온 삶을
    입에 넣으려고 쳐드니 뭉클해
    차마 입으로 가져가지 못한다
    오월이다
    기억도 선명한 어머니의 얼굴이 거기에 있다
    소리 없이 씹는데도 아프다 하시는 것 같다
    열둘을 키우며 아픔을 안으로만 삭였을 것이다
    넌지시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이 작품은 김어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머위 잎 속의 식구들]의 표제 시입니다. 김어영 시인은 6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하셨고, 일흔에 첫 시집 [청춘이 밟고 간 꽃길]을 출간하셨지요. 첫 시집 출간 후 꼭 13년 만의 시집 출간입니다. 두 권의 시집이 모두 창작지원금을 받아 출간하셨으니 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대단한 분이시지요. 김어영 시인은 70대 중반의 나이에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고 4년 반 만에 졸업도 하셨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노시인의 시에서는 진한 삶의 향이 스며 있습니다. 이 시에는 머위 잎 한 장에 담긴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머위 잎을 통해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아내와 어머니의 모습을 교차시켜 보여줍니다. 하나의 사물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노시인의 범상치 않은 시안과 진솔하고 섬세한 언어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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