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여행] 목포-홍도-흑산도(feat. 풍랑 배멀미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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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6 фев 2025
-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것이 계속 되면 뇌가 굳는다.'
어디서 주워듣고 온가족이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래, 공부도 예외가 아니지.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적절히 쉬어 줘야돼.
몇달 전부터 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더니 남편이 루트를 섬으로 잡았다. 목포 - 홍도 - 흑산도 - 목포, 오랜만의 중간박 여행이라 며칠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섬 하면 일단 고립, 날것의 자연, 싱싱한 해산물이 떠올라서 기대에 부풀어 있었지만 복병이 숨어있었다.
바로 배멀미였다.
지금까지는 대형 훼리호만 타봐서 배 여행은 마냥 편안한 걸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소형 배를 타니까 배가 위아래로 요동을 쳤다. 목포 출발 후 두 시간 동안은 멀쩡하게 잘 갔는데(섬과 섬 사이는 물결이 잔잔함) 그 이후부터는 정말 완전히 고통과 괴로움 그 자체였다. 황급히 멀미약을 입에 털어넣고 심호흡 등을 했지만 결국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다 토하고 너무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남이와 삼남이도 토하고, 이번에 확실히 알았는데 이남이와 삼남이는 내 체질을 닮은것 같다. 남편과 일남이는 배가 그렇게 흔들렸는데도 멀쩡했다. 조금이라도 괴롭지 않았냐고 물어보니까 이왕이면 바이킹 타는 것처럼 재미있게 더 심하게 흔들렸으면 하고 생각했단다. 둘이 똑같이 그런 생각을 했다고. 에휴 ~
아무튼 바다를 실컷 보고 멀미약을 든든히 먹고 홍도에서 흑산도로, 다시 흑산도에서 목포로 가는 마지막 배를 탈땐 더이상 배를 타지 않아도 되어서 신이 날 정도였다. 멀미 때문인지 잠도 좀 많이 자고 음식도 조심하게 되어서 충분하게 즐기지는 못한것 같다. 오히려 목포 유달산행이 좋았다. 섬도 샅샅이 트래킹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옛날엔 바다를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 산이 좋아진다는 게 맞는 말인가보다.
아이들 어렸을땐 목포, 여수를 참 많이 왔었는데 조각공원만 둘러보고 유달산은 한번도 오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유달산에 오르니 아주 아름다운 목포 시내가 한눈에 다 보이고 산 중턱에선 바다가 멀리, 산 꼭대기에선 바다가 아주 가까워 보이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유달산은 해발 228미터인데 등산로 입구부터 정상까지 잘 정돈된 돌계단이 쭉 이어져 있다. 너무 잘 다듬어져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쉽게 등산을 할 수 있겠다. 유달산이 언제부터 이렇게 잘 정비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둘레길을 개발하는 우리나라 정책은 참 좋은것 같다. 유달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예쁜 경치를 구경하느라 눈이 이리저리 분주했다.
여행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여행 소감을 물어보니 이런 여행을 계속 하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 인생의 밝은 새벽인 청소년기엔 즐거운 일들을 많이 만들어야지. 분기별로 한번씩은 온가족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벤트를 마련해야 겠다.
좋은 추억을 만들려면 부지런해져야 겠다.
ps1. 나는 어렸을 때부터 차멀미를 했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멀미 예방하는 자세를 깨우쳤다. 먼 산을 보거나 하는건 별 효과가 없고 몸을 최대한으로 웅크리는게 어지럼증에 도움을 주는 것같다. 그 자세로 버티지 말고 배가 움직이는 대로 몸을 맡기면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노는 것같이 요동침을 느끼지만 속은 편안해진다. 흑산도 - 목포의 일부 구간에서 풍랑을 만난 것처럼 배가 흔들렸지만 이런 방법으로 훨씬 편하게 올 수 있었다.
ps2. (멀미 때문에) 나와 남편은 유람선을 타지 않고 애들만 카메라를 들려서 유람선에 태웠다. 나중에 애들이 촬영한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는 그렇게 오랫동안 촬영, 편집을 해와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데 이남이는 카메라를 처음 잡는데도 재잘재잘 혼잣말을 잘했다. 동영상 세대가 맞긴 맞나보다.
ps3. 아이들이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넷플릭스를 봤는데 너무 좋아한다. 재미있는게 많은 세상이라 자칫하면 블랙홀에 빠질 수도 있겠다. 나는 앞으로 넷플릭스를 절대 깔지 않을 것이다.
BGM
Kevin Macleod - Off to Osaka
Kevin Macleod - Pleasant Porridge
Kevin Macleod - Guts and Bour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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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escherkkw
#목포 #유달산 #홍도 #배멀미 #청출어람 #가족여행은_계속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