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투리로 듣는 제주 옛 이야기] 꿩 사냥-낭독 김병심, 체록 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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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Опубликовано: 16 дек 2024
- 꿩사냥
한라산엔 꿩이 많습니다. 꿩은 봄에 새끼를 낳아 팔월 초가 되면 꿩병아리가 순작만큼 날아다니게 되는데 이때 잡아서 먹을만 합니다.
이때부턴 팔월 명절이 가까우니 마을 장정들이 꿩사냥을 시작합니다. 장정 몇 사람이 모여 꿩사냥을 가기로 의논을 하면 아침 일찍 책임진 장정이 마을 안을 돌아다니면서 "우욱! 우욱!" 하는 소리를 크게 지릅니다.
그 소릴 들은 장정들이 삽시간에 마을 상도동산으로 모여듭니다. 상도(장정)들이 모이면 사냥에 경험이 많은 사람을 우두머리로 뽑고, 우두머리는 다시 그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을 망보는 이로 뽑아서 어떠어떠한 동산에 가서 앉아서는 망을 보라고 일러둡니다.
나이가 젊은 사람은 보군(보병)으로 정하고, 사냥개를 가진 사람을 추장(추군)으로 정하면 이 때부터 이 삼군이 모두 나이와 상관없이 우두머리의 명령을 받아야 합니다.
우두머리는 추군을 데리고 높은 동산에 올라가 앉고 보군들을 한 줄로 늘어서서 막대기로 가시덤불을 두드리며 진군하라 명령을 하고, 그에 따라 보군들은 한 줄로 늘어서서 밭담을 뛰어서 넘으며 가시덤불을 두드려가면 꿩병아리들이 떼 지어서 날아올라 동쪽으로 서쪽으로 날아가서 망군 앞 쪽으로 내려앉으면
"너의 아버지 간다."
다시 그 꿩병아리들이 뒤쪽으로 넘어가면
"너의 어머니 간다."
이런 소릴 지릅니다. 그러면 그 소릴 들은 추군들이 찾아가서 다시 꿩을 날려서 그 꿩이 날아가 앉으면 그땐 꿩이 지쳐서 더 날지 못하고는 수풀 속에 숨어서 기거나 달아나면, 꿩이 달아난 곳을 망군들이 알 수 없으니까, 이 때 우두머리가 추군에게 막대기로 가리키며 명령하면 추군이 사냥개를 풀어 쫓는데, 사냥개는 꿩이 지나간 곳을 코냄새로 찾아내어 잡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꿩병아리가 날아가는 쪽을 보면서 '너의 아버지 간다. 너의 어머니 간다.' 하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이 사냥을 할 땐 아버지와 아들, 삼촌과 조카 사이엔 함께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생각난다고 합니다.
무속학자 진성기 님의 책 "한라산 옛말2"에 수록된 '꿩사농' 을 표준어로 번역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