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돈 몸이 크면서 욕심을 담는 그릇도 커져 빈 지갑 때문에 느껴본 굴욕적 경험 검은 돈다발들은 흰 구름을 덮고 그 구름 아래 안식할 수 있는 그늘은 없어 마냥 꿈꿀 수 있어서 신이 났던 열정을 담기엔 너무 차가운 현실이란 벽 손 뻗어도 안 닿아 현실을 못 잡아 결국 다 꿈을 밟고 현실 위로 올라가 윗 공기가 상쾌할까 칙칙한 색깔에 도시에 찌들어버린 냄새가? 내 코를 찌르는 비린 돈 냄새 왼손에 숨기곤 아닌 척 오른손으로 거짓 맹세 내세울 수 있는 건 오직 자신감 텅 빈 지갑은 무엇으로든 채우는게 나으니까 나도 적응할래 더럽게 찌드는 법에 밝은 미래만 있고 찌질한 지금은 없게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기름진 삶을 위해서 썩어가는 몸 혹독하기만 해 멀어지는 봄 나를 찢어가며 찍어가 숫자들 사이에 점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거울 반대편에서 날 노려보는 놈 어쩌면 나는 돈에 재주넘는 곰 돈이 나의 주인이고 내가 돈의 종 나를 반성하게 하는 건 헐벗은 자의 아픔 근데 나의 눈이 닿는 곳은 부자들의 삶 뿐 누군 굶어가면서 팔지 진흙탕 속 발품 반면 누구는 배부르게 누워서 금빛 하품 중이고 두리번거리면서 주윌 보면 누구든지 폼 나는 삶의 주인공 이라는데 낮은 곳엔 절대 볕 들 일 없어 결국 태양에 가깝게 태어난 별들만 빛나는 셈 난 반지하에서 자라서 반쯤 잘린 햇살만 항상 바라보고 담아왔어 잘사는 친구들이 놀릴까봐서 좁은 우리 집에 초대한 적도 난 없어 어린 마음에 속으로 원망했어 반지하 집구석과 아빠 엄마 그 투덜거림을 멈춘 건 조금 더 내가 커서 닿지 않던 서랍 위에 손이 닿던 날 그 장면을 못 잊어 여기저기서 모를 말과 숫자들로 도배 되어있는 고지서 투정부려 원하는 것들을 쥐고 받아가기만 했을 뿐 정작 부모님 손은 빈손 날 채워주려 자신을 비우신 부모님께 자식으로서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게 내가 별이 될 거야 나를 짓밟고서 현실 위로 도약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기름진 삶을 위해서 썩어가는 몸 혹독하기만 해 멀어지는 봄 나를 찢어가며 찍어가 숫자들 사이에 점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거울 반대편에서 날 노려보는 놈 어쩌면 나는 돈에 재주 넘는 곰 돈이 나의 주인이고 내가 돈의 종 매일 새롭게 찍혀 나오는 돈은 생명의 요람이자 꺼진 숨의 무덤 어제 죽은 이의 이름은 잊혀지지만 그 숨결 끝에 닿은 돈은 이어지니까 난 당장 뛰어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은 녹슬어도 돈은 언제나 푸르기에 늘 비만 내려도 돼 돈벼락 내리쳐준다면 늘 밤이어도 돼 금빛이 잠깐 비춘다면
2. 영수증 96년 1월 2일, 내가 세상에 처음 고개 내민 날 누나와 형이 신나 날 만지려다 혼나 눈이 동그래진 날 엄마, 아빠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세번째로 맺힌 날 당시엔 둘째까지인 보험 혜택을 못 받아 내 이름에 처음으로 영수증이 달린 날 내가 말을 틀 쯤에, 누나와 형과 함께 있던 놀이방에 공 풀장의 파도도 잔잔해지고 배꼽시계 소리가 Ayy 요란할 때 마침 엄마가 와 쓰다듬어보는 내 하루종일 주린 배 저녁 찬거리 가득인 장바구니엔 길게 또아릴 튼 저 흰 종이 뱀 아직도 기억이나 잊지 못해 적응이 안돼 많이 울던 유치원 땡-하고 종치면 짠 데리러 온 아빠의 거칠은 손이 나보다 무지 컸을 때 말없이 장난감 가게의 선물을 사주셨지. 내 눈물이 그쳤을 즈음 '생일도 아닌데'란 생각을 할 때 버려달라시던 영수증 보이는게 다인 나이, 사춘기 아이, 딴 애들과의 사이에 차이가 이 갈릴 듯이 예민함이 과잉 적으로 쌓인 나의 시야에 차있는건 잘나가는 애들이 멘 가방 라이플, 흔히 말해 일진 스타일 life 확 줄여입던 험멜 카파, 근데 내 현실은 겁나 큰 사이즈 마이 엄마에게 거짓말을해 이것저것 준비물이 필요하고 걔한텐 얻어먹은게 많아 내가 사줘야할 상황 토요일엔 c.a 활동비 가져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탄 용돈으로 산 츄리닝 위아래 어디서 났냔 누나의 말에 친구가 줬다했지 주머니 속 영수증을 구긴 담에 그해 겨울, 노스페이스 열풍 700에 혈안인 분위기인걸 엄마에게 털어놔 애들은 떡볶이보다 패딩 입는다고 구구절절 넘 비싸길래 폴햄으로 사왔단 엄마에게 갖은 불만을 다 퍼부었을즈음 화난 형의 눈초리와 초라하게 구겨져있던 엄마 손의 영수증 때론 위로를 위해 미련을 버려 혹은 내 욕심만을 채우려 털어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저 속 깊이 숨긴 영수증처럼 좀처럼 마르지 않는 잉크 말리려 한숨을 쉬는 신세 부끄러움 감추려 부끄럽게도 걸 맞지 않는 사치를 부려 계속 인쇄 내 영수증이 처음 발행됐었던 그 날 그 값을 나 대신 부모님이 긁은 날 처음 고개를 내밀었을 때보다 머리가 큰 난 다짐하고 꿈꿨어 그 모든 걸 내 손으로 찢는 날을
3. 새신 반지하 습기 가득히 찬 허름한 바닥 위 한껏 시끌벅적한 다섯 식구 작은 집 제각기 다른 모양, 색, 또 신발 크기 어렴풋이 남은 기억 이젠 까마득히 하루 일과의 끝, 엄마가 밥을 지을쯤 주책맞은 내 맨발은 또 현관을 기웃 다들 기다린 발자국의 소리가 멈춰설 때 들어오는 아빠의 가죽이 닳은 신 눈꼽 뗄 시간도 없이 차려지는 정신 분주히 준비하는 소음에 도가 튼 굿모닝 멀어지는 엄마의 또각 구두 소리에 몸을 일으키지 매일 똑같은 걸음이 하나 둘 집을 나서는 발소리들 딴 애들처럼 뭘 신을까 망설이는 고민 없이 내 손은 신발장에 들어가 관양시장에서 산 7000원짜리 운동화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새신을 신고 뛰어가지 혼자 어느덧 실내화에서 삼선 슬리퍼로 빨리 체육시간에 공을 차고 싶었고 종치자마자 갈아신은 내 신발을 보고 껄렁한 친구가 뭔 메이커냐 말을 걸어 모르긴 몰라도 알건 알 듯했지 난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웃음과 닮은 저 신발 철없이 뛰노는 애들 틈에 내 초라한 걸음을 들키지 않게끔 바삐 뛴듯해 그덕인지 계주에 뽑혔지 나는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위 새 런닝화들 신호가 울리고 쫓기듯이 달려 냅다 주책맞게 뛰고나니 피가 나던 맨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던 그 날 뭐가 부끄러웠는지 흘렸지 눈물을 처음으로 졸라 겨우 산 메이커 덩크화에 애써 걸음 맞추던 엄마의 닳은 구두 아빠의 로퍼가 안전화로 바뀔즈음 친구 놈들에게 빌려 신던 신발 구두 대신 엄마가 운동화를 신고 다니실즈음 친한 형들한테 물려받던 신발 누나의 첫구두가 또각소릴 냈을 때 중고장터에서 뒤적이던 신발 군화를 신고 형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쯤 돼서야 제 돈 주고 살 수 있던 새신발 머리 더 큰 나는 지금 그때의 덩크화를 신고 여기 명품관들이 넘치는 곳에 발을 디뎌 주저 없이 카드를 쥐고서 긁은 수많은 bill로 산 신발을 본 그 녀석들의 거품 같은 미소 그 땔 떠올려보니 눈에 어른거리는 초라한 내 걸음 거리가 제대로 펴졌지 팔자 으시대는 날 보고 친구가 말했지 '뭘 신든간 부끄러운 길은 걷지 말자'
4. No new friends 과거를 돌아볼 시기? 아빠의 이기적인 선택이 있기 전 엄마의 입에서는 늘 탄식이 가정의 위길 느끼긴 솔직히 너무 어렸던 Lil kid 내 관심사는 주말마다 시킨 시골치킨 대가리에 핏기 마르기전 이미 찢어진 우리를 보고 주변 또래 시끼들은 킥킥 난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그 때 생긴듯해 애정결핍 끼 Time's ticken 다 치기 어렸던 중딩 땐 옷이랑 신발이 그게 뭐냐며 날 씹대 집에 없냐더라 에어포스 노스 700백 가난이 죄인 것마냥 날 죄이던 그 씹새들 당장 내일 사온다 난 떵떵거렸고 신발 계산할 때 엄마 손 덜덜 떨렸어 월세 절반쯤 됐던 그 20만원 지금 10배로 합의금 주고 개 때리고 싶은 씨발놈 그 때 시절 내 인간관곈 No new friends 난 너네면 충분해 우성 민우 용은팸 너넨 게이냐 뭐 맨날 붙어 다니냐고 욕할 수 있냐 니 X끼니 6통 교복 바지 갖고? 취미로 하던 랩이 돈 되겠냐던 네 말에 들여줄 대답은 Not even done yet 니 알바비 몇 배를 번건 Fuck it 그 가게를 내가 살 때 니 대사는 나 기억나? 친했던 애 아는 척 하지마 너가 알던 찐따는 널 아는 티낼 필요도 없어졌으니 딱 어제까지만 친구였던 놈들이 이제 와서 친한 척을 하네 열심히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다 꺼져 No new friends 첨에 랩한다 했을 때 비웃음과 눈초리 조롱섞인 웃음 소리 어쩌니 저쩌니 걍 쩌리 취급받던 놀림거리 그냥 어린 치기로만 치부하더니 진짜로 지코랑 친하냐 묻는게 새삼 별일 머저리들 왈가왈부는 X까라 걍 두고서 목에다 걸었지 합격 목걸이 이제 함부로 지껄일만한 커리어가 아니지 넘 커져버린 머리 넘 커져버린 벌이 내 실패를 기대한 미개한 니네의 피드백을 아부로 바꾸기에 걸렸지 3년 음악한다고 깝친단 말 듣고 짬 채워왔을 때 아쉽게도 넌 취사병 내 삶과 너네 사이 갭이 커 존나 배 아팠음 한트럭 사줄게 개비스콘 복통 유발해서 미안하지만 진짜 미안하지만 시발 안 미안하지 난 잘 지내냔 연락만 한 백통째 대화할 일 없지 Like 유행 지난 네이트온 챗 귀요미처럼 질투 계속해 나 잘사는거 보여줄라고 내 페북은 늘 전체공개 이제 난 닿기엔 넘 멀어 돌아갈 수도 없지 도로 말 하나도 안되는 똥 논리니까 그만 전화 걸어 Like 쇼머니 나가서 광탈 당하고 쇼머니 Diss 존나게하고 쇼머니 나가서 잘된 나보고 친구하자던 걔처럼 But 아는 척 하지마 너가 알던 찐따는 널 아는 티낼 필요도 없어졌으니 딱 어제까지만 친구였던 놈들이 이제 와서 친한 척을 하네 열심히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다 꺼져 No new friends
6.얼마 야 잘지냈냐 뭐하고 지냈어 뭐 사실 다들 똑같지 알아 쫓기듯 과제하다 ㅈ같은 알바 별거 있겠냐? 나도 똑같이 그냥 일했어 아 며칠 전에 길에서 걔 봤는데 여친이랑 쇼핑하드만 나 비니 산 그 샵 맞다 니 부산 여친 분한테 인사 좀 전해줘 아 미안 어쩐지 내렸더라 프사 울상짓지 말고 일단 한잔해 세상에 반이 여잔데 이래서 클럽에 어슬렁거리다 번호 따고 사귄 커플 오래가는 꼴 못봤네 야 혼자서 꼴받아 원샷 때리지말고 짠이나해 이렇게 모이는게 얼마만이냐 천천히 마셔 속도 안좋은데 맞다 민우는 여친 집에 데려다주고 온대 짠 어스름한 늦저녁 모여서 간만에 들이켜 한잔씩 씩 씩 거스름돈 몇천원 걷어서 모아내 눈치껏 한장씩 씩 씩 야 인마 어떻게들 지내 뭐 물어봐야 또 뻔한 답이지만 Yeah 어떻게 어떻게든 지내 어쨌든 그래도 얼마만인지 참 Yeah 너 왜 이렇게 늦었어 집 데려다준게 아니라 집에서 끈적하게 놀고온거 아냐? 뭐든 간에 됐고 자 후레자삼배 늦은 놈이 병신이지 화풀이는 술에다가해 담배 다 떨어졌네 씨발 용은 니꺼좀 학교 다닐 땐 안폈는데 이 새끼 골초 다 됐다는 말에 새삼스레 남다른 감회 일진들 싸이에 한창 그런거 자랑할 때 그 쯤 나도 병신인건 마찬가지 처음 좋아해본 여자애 생기고나서 Nothing on you 에다 가사를 써 존나 래퍼 납셨었지 여전히 낯뜨거운 이유라 아직도 그 때 얘기하면 ㅈ밥이 래퍼 다 됐다해 뭐 너넨 아직도 ㅈ밥이니까 괜찮네 얼마 안 남은 첫 출근날 부로는 안 놀릴테니까 일단은 술이나 들어 어스름한 늦저녁 모여서 간만에 들이켜 한잔씩 씩 씩 거스름돈 몇천원 걷어서 모아내 눈치껏 한장씩 씩 씩 야 인마 어떻게들 지내 뭐 물어봐야 또 뻔한 답이지만 Yeah 어떻게 어떻게든 지내 어쨌든 그래도 얼마만인지 참 Yeah 싸구려 말씨로 늘어놓은 값진 추억들과 같이 점점 쌓여가는 소주병들이 한가득 기분이 좋게 취하듯 물들어가네 다들 마감 시간이 될 즈음 버릇처럼 꺼낸 내 카드 담배 피는 척 하고 계산기에다 긁을 때에 들려온 질타 얼마였나 화내는 표정들은 존나 취했지 못이기는 척 알려줄 수밖에 얼마씩인지 어스름한 늦저녁 모여서 간만에 들이켜 한잔씩 씩 씩 거스름돈 몇천원 걷어서 모아내 눈치껏 한장씩 씩 씩 야 인마 어떻게들 지내 뭐 물어봐야 또 뻔한 답이지만 Yeah 어떻게 어떻게든 지내 어쨌든 그래도 얼마만인지 참 Yeah
더 떠야 했던 앨범이라고 생각함..
진짜 가난이 무서운건 겪어본 자만 아는데
진짜 올티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어린데 형같다
딩프 보고 생각나서 다시 왔는데 이만한 게 없다 진짜 ㅋㄱㅋㅋㅋ 담담한 것 같은데 아직 속에 남아있는 게 많은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멋이 살아있는 듯
어디에도 언급이 되지않은 너무 아까운 앨범
올티는 프리스타일 래퍼로만 남기엔 너무 아까워요
0:00(1.돈)
3:06(2.영수증)
6:05(3.새신)
9:40(4. No new friends)
12:38(5.한턱)
16:12(6.얼마)
19:58(7.금붙이에 내리는 비)
23:40(8.저금통)
Lyrics
1. 돈
몸이 크면서 욕심을 담는 그릇도 커져
빈 지갑 때문에 느껴본 굴욕적 경험
검은 돈다발들은 흰 구름을 덮고
그 구름 아래 안식할 수 있는 그늘은 없어
마냥 꿈꿀 수 있어서 신이 났던
열정을 담기엔 너무 차가운 현실이란 벽
손 뻗어도 안 닿아 현실을 못 잡아
결국 다 꿈을 밟고 현실 위로 올라가
윗 공기가 상쾌할까
칙칙한 색깔에 도시에 찌들어버린 냄새가?
내 코를 찌르는 비린 돈 냄새
왼손에 숨기곤 아닌 척 오른손으로 거짓 맹세
내세울 수 있는 건 오직 자신감
텅 빈 지갑은 무엇으로든 채우는게 나으니까
나도 적응할래 더럽게 찌드는 법에
밝은 미래만 있고 찌질한 지금은 없게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기름진 삶을 위해서 썩어가는 몸
혹독하기만 해 멀어지는 봄
나를 찢어가며 찍어가 숫자들 사이에 점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거울 반대편에서 날 노려보는 놈
어쩌면 나는 돈에 재주넘는 곰
돈이 나의 주인이고 내가 돈의 종
나를 반성하게 하는 건 헐벗은 자의 아픔
근데 나의 눈이 닿는 곳은 부자들의 삶 뿐
누군 굶어가면서 팔지 진흙탕 속 발품
반면 누구는 배부르게 누워서 금빛 하품 중이고
두리번거리면서 주윌 보면
누구든지 폼 나는 삶의 주인공 이라는데
낮은 곳엔 절대 볕 들 일 없어
결국 태양에 가깝게 태어난 별들만 빛나는 셈
난 반지하에서 자라서
반쯤 잘린 햇살만 항상 바라보고 담아왔어
잘사는 친구들이 놀릴까봐서
좁은 우리 집에 초대한 적도 난 없어
어린 마음에 속으로 원망했어
반지하 집구석과 아빠 엄마
그 투덜거림을 멈춘 건 조금 더 내가 커서
닿지 않던 서랍 위에 손이 닿던 날
그 장면을 못 잊어 여기저기서
모를 말과 숫자들로 도배 되어있는 고지서
투정부려 원하는 것들을 쥐고
받아가기만 했을 뿐 정작 부모님 손은 빈손
날 채워주려 자신을 비우신 부모님께
자식으로서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게
내가 별이 될 거야
나를 짓밟고서 현실 위로 도약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기름진 삶을 위해서 썩어가는 몸
혹독하기만 해 멀어지는 봄
나를 찢어가며 찍어가 숫자들 사이에 점
수많은 손 빌어먹을 돈
거울 반대편에서 날 노려보는 놈
어쩌면 나는 돈에 재주 넘는 곰
돈이 나의 주인이고 내가 돈의 종
매일 새롭게 찍혀 나오는 돈은
생명의 요람이자 꺼진 숨의 무덤
어제 죽은 이의 이름은 잊혀지지만
그 숨결 끝에 닿은 돈은 이어지니까
난 당장 뛰어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은 녹슬어도 돈은 언제나 푸르기에
늘 비만 내려도 돼 돈벼락 내리쳐준다면
늘 밤이어도 돼 금빛이 잠깐 비춘다면
2. 영수증
96년 1월 2일, 내가 세상에 처음 고개 내민 날
누나와 형이 신나 날 만지려다 혼나 눈이 동그래진 날
엄마, 아빠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세번째로 맺힌 날
당시엔 둘째까지인 보험 혜택을 못 받아 내 이름에 처음으로 영수증이 달린 날
내가 말을 틀 쯤에, 누나와 형과 함께 있던 놀이방에
공 풀장의 파도도 잔잔해지고 배꼽시계 소리가 Ayy
요란할 때 마침 엄마가 와 쓰다듬어보는 내 하루종일 주린 배
저녁 찬거리 가득인 장바구니엔 길게 또아릴 튼 저 흰 종이 뱀
아직도 기억이나 잊지 못해 적응이 안돼 많이 울던 유치원 땡-하고
종치면 짠 데리러 온 아빠의 거칠은 손이 나보다 무지 컸을 때
말없이 장난감 가게의 선물을 사주셨지. 내 눈물이 그쳤을 즈음
'생일도 아닌데'란 생각을 할 때 버려달라시던 영수증
보이는게 다인 나이, 사춘기 아이, 딴 애들과의 사이에 차이가
이 갈릴 듯이 예민함이 과잉 적으로 쌓인 나의 시야에 차있는건
잘나가는 애들이 멘 가방 라이플, 흔히 말해 일진 스타일 life
확 줄여입던 험멜 카파, 근데 내 현실은 겁나 큰 사이즈 마이
엄마에게 거짓말을해 이것저것 준비물이 필요하고 걔한텐
얻어먹은게 많아 내가 사줘야할 상황 토요일엔 c.a 활동비 가져가야 하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탄 용돈으로 산 츄리닝 위아래
어디서 났냔 누나의 말에 친구가 줬다했지 주머니 속 영수증을 구긴 담에
그해 겨울, 노스페이스 열풍 700에 혈안인 분위기인걸
엄마에게 털어놔 애들은 떡볶이보다 패딩 입는다고 구구절절
넘 비싸길래 폴햄으로 사왔단 엄마에게 갖은 불만을 다 퍼부었을즈음
화난 형의 눈초리와 초라하게 구겨져있던 엄마 손의 영수증
때론 위로를 위해 미련을 버려 혹은 내 욕심만을 채우려 털어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저 속 깊이 숨긴 영수증처럼
좀처럼 마르지 않는 잉크 말리려 한숨을 쉬는 신세
부끄러움 감추려 부끄럽게도 걸 맞지 않는 사치를 부려 계속 인쇄
내 영수증이 처음 발행됐었던 그 날
그 값을 나 대신 부모님이 긁은 날
처음 고개를 내밀었을 때보다 머리가 큰 난
다짐하고 꿈꿨어 그 모든 걸 내 손으로 찢는 날을
3. 새신
반지하 습기 가득히 찬 허름한 바닥 위
한껏 시끌벅적한 다섯 식구 작은 집
제각기 다른 모양, 색, 또 신발 크기
어렴풋이 남은 기억 이젠 까마득히
하루 일과의 끝, 엄마가 밥을 지을쯤
주책맞은 내 맨발은 또 현관을 기웃
다들 기다린 발자국의 소리가 멈춰설 때
들어오는 아빠의 가죽이 닳은 신
눈꼽 뗄 시간도 없이 차려지는 정신
분주히 준비하는 소음에 도가 튼 굿모닝
멀어지는 엄마의 또각 구두 소리에
몸을 일으키지 매일 똑같은 걸음이
하나 둘 집을 나서는 발소리들
딴 애들처럼 뭘 신을까 망설이는
고민 없이 내 손은 신발장에 들어가
관양시장에서 산 7000원짜리 운동화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새신을 신고 뛰어가지 혼자
어느덧 실내화에서 삼선 슬리퍼로
빨리 체육시간에 공을 차고 싶었고
종치자마자 갈아신은 내 신발을 보고
껄렁한 친구가 뭔 메이커냐 말을 걸어
모르긴 몰라도 알건 알 듯했지 난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웃음과 닮은 저 신발
철없이 뛰노는 애들 틈에
내 초라한 걸음을 들키지 않게끔 바삐 뛴듯해
그덕인지 계주에 뽑혔지 나는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위 새 런닝화들
신호가 울리고 쫓기듯이 달려 냅다
주책맞게 뛰고나니 피가 나던 맨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던 그 날
뭐가 부끄러웠는지 흘렸지 눈물을
처음으로 졸라 겨우 산 메이커 덩크화에
애써 걸음 맞추던 엄마의 닳은 구두
아빠의 로퍼가 안전화로 바뀔즈음
친구 놈들에게 빌려 신던 신발
구두 대신 엄마가 운동화를 신고 다니실즈음
친한 형들한테 물려받던 신발
누나의 첫구두가 또각소릴 냈을 때
중고장터에서 뒤적이던 신발
군화를 신고 형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쯤 돼서야
제 돈 주고 살 수 있던 새신발
머리 더 큰 나는 지금 그때의 덩크화를 신고
여기 명품관들이 넘치는 곳에 발을 디뎌
주저 없이 카드를 쥐고서 긁은 수많은 bill로
산 신발을 본 그 녀석들의 거품 같은 미소
그 땔 떠올려보니 눈에 어른거리는
초라한 내 걸음 거리가 제대로 펴졌지 팔자
으시대는 날 보고 친구가 말했지
'뭘 신든간 부끄러운 길은 걷지 말자'
4. No new friends
과거를 돌아볼 시기?
아빠의 이기적인 선택이 있기 전
엄마의 입에서는 늘 탄식이
가정의 위길 느끼긴
솔직히 너무 어렸던 Lil kid
내 관심사는 주말마다 시킨 시골치킨
대가리에 핏기 마르기전 이미 찢어진
우리를 보고 주변 또래 시끼들은 킥킥
난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지만 그 때 생긴듯해 애정결핍 끼
Time's ticken 다 치기 어렸던 중딩 땐
옷이랑 신발이 그게 뭐냐며 날 씹대
집에 없냐더라 에어포스 노스 700백
가난이 죄인 것마냥 날 죄이던 그 씹새들
당장 내일 사온다 난 떵떵거렸고
신발 계산할 때 엄마 손 덜덜 떨렸어
월세 절반쯤 됐던 그 20만원
지금 10배로 합의금 주고
개 때리고 싶은 씨발놈
그 때 시절 내 인간관곈 No new friends
난 너네면 충분해 우성 민우 용은팸
너넨 게이냐 뭐 맨날 붙어 다니냐고
욕할 수 있냐 니 X끼니 6통
교복 바지 갖고?
취미로 하던 랩이 돈 되겠냐던 네 말에
들여줄 대답은 Not even done yet
니 알바비 몇 배를 번건 Fuck it 그 가게를
내가 살 때 니 대사는
나 기억나? 친했던 애
아는 척 하지마 너가 알던 찐따는
널 아는 티낼 필요도 없어졌으니
딱 어제까지만 친구였던 놈들이
이제 와서 친한 척을 하네 열심히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다 꺼져 No new friends
첨에 랩한다 했을 때 비웃음과 눈초리
조롱섞인 웃음 소리 어쩌니 저쩌니
걍 쩌리 취급받던 놀림거리
그냥 어린 치기로만 치부하더니
진짜로 지코랑 친하냐 묻는게 새삼 별일
머저리들 왈가왈부는
X까라 걍 두고서
목에다 걸었지 합격 목걸이
이제 함부로 지껄일만한 커리어가 아니지
넘 커져버린 머리 넘 커져버린 벌이
내 실패를 기대한 미개한 니네의 피드백을
아부로 바꾸기에 걸렸지 3년
음악한다고 깝친단 말 듣고
짬 채워왔을 때 아쉽게도 넌 취사병
내 삶과 너네 사이 갭이 커
존나 배 아팠음 한트럭 사줄게 개비스콘
복통 유발해서 미안하지만
진짜 미안하지만 시발 안 미안하지 난
잘 지내냔 연락만 한 백통째
대화할 일 없지
Like 유행 지난 네이트온 챗
귀요미처럼 질투 계속해
나 잘사는거 보여줄라고
내 페북은 늘 전체공개
이제 난 닿기엔 넘 멀어
돌아갈 수도 없지 도로
말 하나도 안되는 똥 논리니까
그만 전화 걸어
Like 쇼머니 나가서
광탈 당하고 쇼머니 Diss
존나게하고 쇼머니 나가서
잘된 나보고 친구하자던 걔처럼 But
아는 척 하지마 너가 알던 찐따는
널 아는 티낼 필요도 없어졌으니
딱 어제까지만 친구였던 놈들이
이제 와서 친한 척을 하네 열심히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bish
I don't need the new friends
다 꺼져 No new friends
6.얼마
야 잘지냈냐 뭐하고 지냈어
뭐 사실 다들 똑같지 알아
쫓기듯 과제하다 ㅈ같은 알바
별거 있겠냐? 나도 똑같이 그냥 일했어
아 며칠 전에 길에서 걔 봤는데
여친이랑 쇼핑하드만 나 비니 산 그 샵
맞다 니 부산 여친 분한테
인사 좀 전해줘
아 미안 어쩐지 내렸더라 프사
울상짓지 말고 일단 한잔해
세상에 반이 여잔데
이래서 클럽에 어슬렁거리다
번호 따고 사귄 커플
오래가는 꼴 못봤네
야 혼자서 꼴받아
원샷 때리지말고 짠이나해
이렇게 모이는게 얼마만이냐
천천히 마셔 속도 안좋은데
맞다 민우는 여친
집에 데려다주고 온대 짠
어스름한 늦저녁
모여서 간만에 들이켜 한잔씩 씩 씩
거스름돈 몇천원
걷어서 모아내 눈치껏 한장씩 씩 씩
야 인마 어떻게들 지내
뭐 물어봐야 또 뻔한 답이지만 Yeah
어떻게 어떻게든 지내
어쨌든 그래도 얼마만인지 참 Yeah
너 왜 이렇게 늦었어
집 데려다준게 아니라 집에서
끈적하게 놀고온거 아냐?
뭐든 간에 됐고 자 후레자삼배
늦은 놈이 병신이지
화풀이는 술에다가해
담배 다 떨어졌네 씨발 용은 니꺼좀
학교 다닐 땐 안폈는데
이 새끼 골초 다 됐다는 말에
새삼스레 남다른 감회
일진들 싸이에 한창 그런거 자랑할 때
그 쯤 나도 병신인건 마찬가지
처음 좋아해본 여자애 생기고나서
Nothing on you 에다 가사를 써
존나 래퍼 납셨었지
여전히 낯뜨거운 이유라 아직도
그 때 얘기하면 ㅈ밥이 래퍼 다 됐다해
뭐 너넨 아직도 ㅈ밥이니까 괜찮네
얼마 안 남은 첫 출근날 부로는
안 놀릴테니까 일단은 술이나 들어
어스름한 늦저녁
모여서 간만에 들이켜 한잔씩 씩 씩
거스름돈 몇천원
걷어서 모아내 눈치껏 한장씩 씩 씩
야 인마 어떻게들 지내
뭐 물어봐야 또 뻔한 답이지만 Yeah
어떻게 어떻게든 지내
어쨌든 그래도 얼마만인지 참 Yeah
싸구려 말씨로 늘어놓은 값진 추억들과
같이 점점 쌓여가는 소주병들이 한가득
기분이 좋게 취하듯 물들어가네 다들
마감 시간이 될 즈음
버릇처럼 꺼낸 내 카드
담배 피는 척 하고 계산기에다
긁을 때에 들려온 질타
얼마였나 화내는 표정들은 존나 취했지
못이기는 척 알려줄 수밖에 얼마씩인지
어스름한 늦저녁
모여서 간만에 들이켜 한잔씩 씩 씩
거스름돈 몇천원
걷어서 모아내 눈치껏 한장씩 씩 씩
야 인마 어떻게들 지내
뭐 물어봐야 또 뻔한 답이지만 Yeah
어떻게 어떻게든 지내
어쨌든 그래도 얼마만인지 참 Yeah
와~ 정말 죽여줘용 ㅕ^^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