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의 깃대종 = 산굴뚝나비
지난 회 구상나무에 이어 한라산을 상징하는 깃대종으로 선정된 동물, 산굴뚝나비(Eumenis autonoe)를 소개합니다. 우리나라 22곳의 국립공원 중 곤충을 깃대종으로 선정한 곳은 내장산(비단벌레)과 한라산이 유일합니다. 설악산과 월악산의 산양, 소백산의 여우와 같이 포유류가 7종으로 가장 많이 선정되었고, 다음으로는 주왕산의 솔부엉이, 계룡산의 호반새와 같은 조류가 6종, 치악산의 물두꺼비, 다도해해상의 상괭이와 같은 양서·파충류와 어류가 각각 3종씩 선정되었지요.
산굴뚝나비는 네발나비과의 뱀눈나비아과에 딸린 북방계 나비로 중국, 러시아, 몽골 및 북한에 널리 분포하지만, 남한에서는 해발 1,300m 이상의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나비랍니다. 산굴뚝나비가 남북으로 이산가족이 된 이유를 알려면 과거 수백만 년 전의 빙하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빙하기 때 제주도는 한반도와 연결되어 있었고 기후 또한 지금보다 훨씬 추웠습니다. 하지만 홍적세 말기에 지구가 다시 따뜻해지면서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제주도는 본토와 분리되었고, 한라산의 고산 지대만 한랭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지요. 서늘한 기후에서만 살 수 있는 산굴뚝나비는 그때부터 한라산에 고립된 채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어 생물지리학적으로 매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답니다.
비연구로 유명한 곤충학자 석주명(石宙明, 1908∼1950) 선생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