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창공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새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배경음악도 준비했다. 베토벤의 비창소나타 2악장.
해질 무렵 가창오리의 군무를 한 번은 직접 보고 싶었으나 그동안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제 더는 머뭇거릴 수 없다고 생각하여 천수만으로 갔다. 지난해 11월에도 갔었는데 드론 촬영은 하지 않고 간척지 안을 둘러보기만 했다. 조류 독감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들은 왜 해가 질 무렵에 하늘로 날아올라 집단적으로 춤을 추는 것일까? 새들도 나처럼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을 보면 가슴이 뛰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일까?
푸른 하늘아래 드넓게 펼쳐진 추수가 끝난 논, 그 논에 추위를 피해 날아든 철새, 천적도 거의 없느ᅟᅳᆫ 곳에서 물과 양식도 풍부해 새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낙원이 만들어졌다. 도로에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방해도 거의 없다.
추수가 끝난 논을 보니 나는 역시 농부의 자손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우리가 콘크리트 감옥에 갇히기 전까지는 저 너른 논에서 생활했을 것이다. 그러니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기억을 자세히 더듬어보니 올 봄에 안면도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 앞을 지나갔다. 저녁 무렵이었는데 어스럼을 배경으로 옅은 안깨가 끼어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같은 풍경이라도 때에 따라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