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석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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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 _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_ 백석
남신의주 류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헌삿을 깐 한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굿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것 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면서 또 밖에 나가지도 않고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 깍지 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던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것인데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하여 여러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리앉을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때쯤 해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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