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원래 CO2 덩어리였습니다
즉,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나무가 자라났고,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지구에 가득차 있던 CO2를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몸속 깊숙한 곳에 탄소를 묶어두었죠.
인류는 그래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수억 년 전부터 열심히 탄소를 온몸에 저장했던 그 식물들은
꽤 많은 양이 아직까지 탄소를 품은 채로 땅속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게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열과 압력을 받으며 생긴 에너지를 가지고 땅속, 바닷속에 꽁꽁 숨어 있습니다.
그것이 결코 쉽게 대기 중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환경. 그게 지구가 갖게 된 균형감이거든요.
우리는 지난 만 년 동안 지구 역사상 손에 꼽히게 온화하면서도 기복 없는 기후를 경험했습니다.
덕분에 유례 없는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00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인간은 나무를 마구마구 베어내기 시작했고
탄소를 품고 있던 화석연료를 꺼내서 태우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그렇게 얻게 된 에너지로 그 어떤 동물보다도 빨라졌고,
10시간이면 한국에서 미국까지 갈 수 있게 됐습니다.
마치 시간을 빠르게 돌리는 것처럼요.
하지만 탄소를 강제로 바깥으로 빼낸다는 건
실은 지구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에 더 가까웠습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례 없는 속도로 짙어지고, 지구는 급격히 더워지고 있습니다.
나무는 사람을 심었지만,
사람은 나무를 ...